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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세기

공포의 세기

[ 부록 : 백민석&금정연 인터뷰집,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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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1쪽 | 420g | 135*195*30mm
ISBN13 9788932029054
ISBN10 893202905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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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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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슬픔은 이주일의 손에 난데없이 나타난 그 책을 펼쳐 읽을 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황당한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그 책을 펼쳐 읽어낼 능력은 없다. 그는 테이블 건너편에서 아내가 팔을 뻗어 손을 잡는 것을 느꼈다. 아내의 시선은 당혹감과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벌리고 소리내 울었다. --- p.53

‘정의봉이 마침내 위력을 발휘했네.’
에이전트가 효의 옆에 걸터앉으며 속삭였다. 칭찬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려는 목소리였다.
‘그래, 사람을 죽인 감상이 어때?’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싶어.”
‘담배 배우는 거나 같지. 처음엔 가슴이 꺼져라 기침도 나고 뇌도 뒤집히는 것 같고. 하지만 곧 하루에 세 갑씩 피우게 될 거야.’ --- p.125

“야, 골대! 저리 가 서 있어.”
소년이 소리 질렀다. 습기로 무거워진 대기가 소년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침에 갈아입은 옷이 습기와 땀에 젖어 돌멩이를 몇 개 매단 듯 축 처졌다. 기름땀이, 곰팡내와 코를 찌르는 암내가, 시뻘건 진흙과 짓이겨진 풀에서 배어 나온 풀물이 그들을 더 사납게 만들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들이 웃을 때는 누군가 울 때뿐이었다. 누군가 아프고 서럽고 괴로워 눈물을 흘릴 때뿐이었다. 그러면 그들은 더 큰 고통 속으로 떠밀리기라도 하려는 듯 입매를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움직이면 죽을줄 알아!” --- p.136

모비 아버지는 그림자 속에서 끔찍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눈과 이빨에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그는 뻣뻣하게 얼어붙어 눈을 뗄 수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공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포란 이렇다라는 사실을 마흔을 넘긴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었다. [……] 난생처음 느껴보는 칠흑 같은 어두운 감정에 모비 아버지의 등뼈는 돌처럼 단단히 굳고 두 다리는 세상을 다 짊어진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겨우겨우,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쌀 수 있었다. 자신이 맞서 싸울 수 없는 상대에게서 얼굴을 숨기고 감추려는 사람처럼. 자신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서 미증유의 상대에게서 영영 도망치려는 사람같이. --- p.164~165

모비는 눈을 떴다. 그의 발치에 왕국이 엎드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길 소원하고 있었다.
‘형제들아.’
왕국이 내지르는 환호가 모비의 심장을 꿰뚫었다.
‘너희는 선을 행하다가 낙심치 말라.’
열광에 사로잡혀 실신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흐느끼고 울부짖고 날뛰었다. 왕국이 모비의 말을 합창했다. 그들은 이제 그의 형제였고, 낙심치 않는 자들이었다. 그의 영광스러운 형제였고 어떤 경우에도 의심하지 않는 자, 광신도들이었다.
--- p.29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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