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사람들은 품격이란 단어에서 ‘품’을 떼고 ‘격이 있는’ 또는 ‘격조 있는’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격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여기에는 시간(나는 이를 단순한 시간이라 하지 않고 숙성 시간이라 표현한다), 감각(센스), 태도(자세) 그리고 때와 장소에 맞는 절제된 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격이 있다고 할 무엇인가의 대상은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 행위, 모습, 사물, 건물, 태도 등 대상이 무엇이든 격이 있다고 말하는 판단 기준이 있다.
---「격이란 무엇인가」중에서
호텔에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 그것 때문에 가슴이 뛴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큰 공부가 될 것이라는 것 그것이면 족했다. 호텔에서 ‘서비스 경험’을 담당하는 사람은 많지만, 호텔에서 병원으로 옮겨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을 담당하는 사람은 아마도 대한민국 최초일 것이다.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호텔리어는 왜 병원으로 출근하는가」중에서
병원에서의 격이란, 의료인의 격 아니면 병원 서비스의 격을 생각하겠지만, 나는 환자의 격에 이바지하는 병원의 노력이 바로 의료 서비스의 격이라 생각한다.
어느 환자의 작은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전 교직원이 모두 동원된 감동의 플래시몹이나 희귀병을 앓고 있는 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말없이 뒤를 봐준 이야기며, 환자와 보호자를 주인공으로 모시는 인간적 공간마련 등 이 모든 것이 의료 서비스의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텔에서 병원으로 옮겨온 격은 많이 다르다. 그것은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는 노력과 혼이 있기 때문이다.
---「호텔도 아니고 병원에서 격 서비스?」중에서
일본의 ‘이와타’라는 회사는 ‘잠’에 대한 연구만 185년 이상 했다. 도쿄 긴자 매장과 교토에 본사가 있는 침구전문회사로,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게 되어 출장길에 수면체험과 상담을 받아보았다. 호텔에서 ‘잠’을 팔려고 최고의 침구를 찾고 있었는데, 이와타의 침구를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침구로 꼽는데, 이토록 편안하고 단잠을 잘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다고 했다.
수차례 방문하면서 우연히 들은 비결은 이랬다. 그들도 침구 연구를 하며 약 100년쯤 지난 시점에서야 이불과 매트리스가 가진 ‘습도’가 비결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장마철이면 이 습도가 단 몇 퍼센트 달라지면서 눅눅하고 척척 감기는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호텔업을 통해 격을 이해하다」중에서
병원에서 환자식은 왜 맛이 없냐고 물으면 거의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환자식은 원래 맛이 없어요. 저염식이거든요.”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환자는 원래 입맛이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식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담아 16가지의 메뉴가 식사 때마다 번갈아 가며 제공되고 있다.
---「호텔을 넘어선 병원 이야기, 가메다 병원」중에서
오와리야도 일반적인 소바집에 비해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550년 전통의 소바집으로 최고의 질과 맛을 보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실제 이익은 매출의 몇 %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이윤으로도 550년이나 유지되는 것은 손님들에게 가격 부담을 주지 않는 대신, 많이 팔아서 작은 이윤을 남기는 박리다매(薄利多賣)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550년 전통의 작지만 강한 오와리야의 격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국숫집, 오와리야」중에서
200년 넘은 이탈리아 수제 아이스크림 회사도, 1300년이 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일본의 어느 호텔도 모두 후계자를 포함한 리더들의 ‘자세’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되었다고 다 빈티지가 아니듯이, 100년이 넘었다고 다 품격기업은 아니다. 우러나는 격은 사람, 소프트웨어 그리고 건물에서 나오는데, 사람이 가장 우선이라 믿는다. 그래서 리더가 곧 회사의 격이 되는 것이다.
---「리더가 곧 회사의 격이다」중에서
격을 갖춘다는 것은 다분히 복합적이고 종합적이다. 어느 한 가지만 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누구에게나 보이고 읽히는 것이 격이다. 시츠케가 그 속에 큰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듯이, 격 안에는 더 큰 깨달음이 있기에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격은 마음을 빼앗는다거나 마음을 판다거나 마음을 산다는 등 마음을 이끄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이끄는 그 무엇은 누구에게나 읽히고 누구에게나 보이는 법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격을 갖추어라」중에서
맡은 바 ‘직’에 충실하다는 것은 업무나 직무에 무게중심을 두는 말이 되지만, 직에 걸맞은 ‘업’에 충실하다는 것은 그 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책임감, 소명의식 등에 비중을 두는 말이 된다. 어느 대기업 회장이 계열사 사장으로 발령을 받은 신임 사장에게 “사장이라 불리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사장업을 잘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비단 요리뿐만 아니라 무슨 직종이든 자신이 영위하는 업의 본질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우직함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카리스마나 격을 만든다.
---「우직할수록 격에 가까워진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