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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기 그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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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82g | 135*210*30mm
ISBN13 9788932029276
ISBN10 89320292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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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에 이식되어 있는 ‘순간녹화칩’은 언제 쓸 건가? 조만간 ‘원포인트 검색 서비스’도 부가 기능으로 딸려 나올 거라니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그러면 방금처럼 궁금증이 생기는 매 순간 자네한테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해마에 바로바로 뜰 거야. 그런데 소문을 듣자 하니 그런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음악 접속만큼 쉽지는 않은가 보더군.---「리핑Ripping」중에서

얼마 전 어느 음악지에서, 다음 세기에는 방금 들으신 비렛 리암이나 요리보이 캄포스 같은 테크노 DJ들이, 언어로 시를 쓰는 지금 시대의 시인들을 대신해서 진정한 시인으로 추앙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사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면 다음 세기에는 더 이상 아무도 시를 쓰지 않고 어떠한 시인도 살아남지 않게 되고 테크노 DJ들의 짜깁기 예술이 그러한 시 창작의 독자적 영역을 대신 차지한다는 얘기일까요? 글쎄요, 다음 세기로 넘어가보지 않은 이상에는 알 수 없는 얘기겠지요.---「다음 세기 그루브」중에서

언뜻 생각되는 것과는 달리 모든 경우의 살인 사건에 죽은 자의 증언이 이처럼 다 절실하게 아쉬운 건 아니다. 어떤 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죽은 자가 입을 열 수 있다손 쳐도 사건 해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일 망자가 난데없이 깨어나 살해당한 순간에 대해 증언하겠다고 나서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다 풀어갈 수도 있을 일을 공연히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으로 여겨 몹시 부담스러워할 모범 경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겠다며 일부러 죽음에서 깨어난 망자에게 경찰이, 구태여 수고스럽게 그러지 않으셔도 무방하니 계속 푹 쉬시라는 말로 모처럼 베풀어진 뜻밖의 호의를 사양하는, 그런 경찰의 진심 어린 사양에 몹시 무안해진 망자가 원망 어린 눈길로 허공을 흘겨보다 다시 새우잠 같은 죽음에 빠져들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서글프게 뒤척이는 장면 따위를 우스갯거리 삼아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창백한 백색 그늘」중에서

그렇죠. 미스 프랑신한테는 자기가 여진족 추장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남편이 있지요. 지금 저를 향한 질투에 가장 눈이 멀어 있는 사람. 하지만 두고보십시오, 제가 먼저 칠 겁니다. 이제는 저한테 저질 코미디를 강요한 여진족 추장의 토벌에 나서야죠. 그래서 삼배구고두례의 치욕도 갚고 난민의 저력도 입증해 보이겠습니다. 그러자면 우선, 당시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제 수중에 넣어야 할 텐데…… 어쩌면 또 하나의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수도 있겠죠. 그건 없던 현실을 새로 빚어내기도 하고 아예 지워버리기도 하는 슈퍼컴퓨터와의 싸움이 되겠지요…… 그 싸움이 무척 힘겨우리라는 각오쯤은 이미 단단히 다지고 있어요…… ---「모조 노벨레 이어 하기」중에서

이게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진 체험담이라는 것을 나더러 믿으라고? 나를 자기 망상의 공범 혹은 알리바이의 증인으로 감쪽같이 둔갑시켜놓고?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면 듣는 이들을 씁쓸하게 할 망상의 기록이다. 망상이 아니라면 망상을 빙자해서 제멋대로 꾸며낸 허구의 작화술이다. [……] 하지만 난민 M이 강조한 대로 만약 이 이야기가 허구도 망상도 아닌 실제라면 어떻게 되나? 실낱같은 반전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모조 노벨레 이어 하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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