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무리 봐도, 사진이 대세다!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길을 걸어도 목에 사진기를 건 사람을 꼭 만난다. 봄이 왔다. 꽃이 폈다. 날씨도 좋다. 바야흐로, 출사의 계절이 왔다.
이제 사진에 입문한 대학생 김 모씨,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아 서점에 들렀다. 그런데 책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 모두가 값비싼 DSLR 타령에, 구도 잡는 법, 노출 맞추는 법, ISO 조절하는 법……. 법법법, 수도 없는 많은 기능들의 설명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게다가 화려하고 잘 찍은 사진 예시들로 가득 차 있어 눈을 현혹한다.
이 사진 책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사진 대신 간략한 그림과 간결한 설명이 있다. 글쓴이 곽윤섭 기자는, “이 책엔 사진을 한 장도 싣지 않았다. 사진기술서와 이론서를 보면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목적으로의 자료사진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모델이나 멋진 풍경을 찍은 것이 많은데 그런 대상은 누가 찍어도 멋지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상황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를 자주 보았다. 그래서 이 책엔 그림으로 대신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으려는 목적이며 더 재미있고 쉽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과연 그랬다. 글쓴이의 해명(?)처럼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그림은 글쓴이 특유의 담백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설명과 잘 어우러져 수천 컷의 사진보다 훌륭한 효과를 낸다. 또 짧고도 간명한 문장은 두고 두고 읽을수록 그 깊은 뜻이 우러나 마음을 울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언제든 읽고 또 읽으며 다시 생각해봐도 식상해지지 않는 진리만을 모았다.
언제 어디서든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아라
이 책은 아주 친절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평소 사진찍기를 즐겨 하는 생활사진가들이 궁금해 할만한 것들만 쏙쏙 골라 핵심만 담았다. 각 항목의 순서가 없기 때문에 굳이 앞에서부터 보지 않아도 된다. 수첩처럼 가방에 쏙 넣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면 된다.
이제 막 카메라를 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수도 없이 많은 장비들 앞에 주눅들지 말고, 63번 보급형 DSLR에 번들렌즈 하나면 충분하다를 참고하면 된다. 꼭 필요한 것은 50밀리 표준렌즈뿐이니 본인의 자금상황에 맞춰 여유가 된다면 플래시, 줌렌즈, 삼각대 순으로 늘려나가면 된다. 32번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에서는, 거리에 나서서는 늘 ISO를 미리 확인하라고 충고한다. 지난 밤 야경을 찍느라 1600으로 맞춰둔 ISO를 제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피사체를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셔터를 누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평소 렌즈를 하나만 가지고 다니자니 부족한 것 같고, 여러 개 챙기자니 가방이 무거워져 이동에 불편을 겪었다면, 88번 렌즈를 많이 들고 다니지 마라를 참고하자. 글쓴이 곽윤섭은 바디에 렌즈 하나를 물려 두고, 하나는 가방에 넣어 다니길 권장한다. 무겁기도 하지만, 렌즈의 초점거리를 바꿔야 하는 경우의 절반 이상은 촬영거리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진 사진 찍기
글쓴이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좋은 포인트를 찾아갔을 때 이미 카메라를 든 사람이 있다면 나는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혹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장소에서 여러 사진가들이 경쟁하듯 사진을 찍어야 할 때 서로의 앵글 속에 뛰어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와 같은 '다른 사진가의 예의' 또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낯선 사람이 다가와 사진찍기를 청할 때도, 무릇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관대하게 응해주는 것도 하나의 예의라 말하고 있다.
그럼, 아이가 물에 빠지려고 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는 어떨까.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야 할까? 또 뱀이 희귀종 조류의 알을 덮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글쓴이는 첫 번째 질문에서는 어떤 명분도 사람의 목숨만큼 중요하지 않으니,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사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답을, 두 번째 질문에서는, 사람이 자연현상에 개입할 권리는 없으니 자연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답을 내린다.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책에는 단순히 ‘사진 잘 찍는 법’의 실용적인 팁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어야 할 상식들 또한 총총하다. 매그넘을 비롯한 세계 사진 거장들의 사진관을 알 수 있는 명언이나 당대의 시대상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강의 노트』의 저자 필립 퍼키스(Philip Perkis, 왼쪽 그림)는 “신비로운 느낌을 급조하기 위해 정보를 폐기하는 사진가들이 있다. 19세기 후반의 회화주의 사진가들은 사진을 회화나 석판화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쓰기도 했다.”(본문 57번)고 하며 회화주의 사진가들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다이안 아버스, 알더스 헉슬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 작가들의 사상과 경험을 통해 사진에 관해 다양한 상식을 정리해준다.
글쓴이의 다년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알짜들만 모았다
이 책을 지은 곽윤섭 기자는 1989년부터 한겨레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해 왔다. 그는 다양한 역사적 현장 속에서 여러 장면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동네 놀이터의 꽃 한 송이까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 데 주력했다. 그만큼 사진을 많이 찍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많이 보기도 했다. 자신의 경험을 거울삼아 한국언론재단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기업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생활사진가들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을 해온 지 햇수로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 아마추어의 사진에 도움말을 보태주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이 『나의 첫 번째 사진책』과 『나의 두 번째 사진책』의 출간이었다. 그는 생활사진가들의 사진에 늘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현재는 사진마을(http://photovil.hani.co.kr)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진행 중인 '오늘의 사진' 코너의 심사위원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