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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풍경

길 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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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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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5쪽 | 610g | 160*205*30mm
ISBN13 9788901095721
ISBN10 890109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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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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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최후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어쨌건 그의 말년은 뼛속까지 시린 고립감과 살점을 쥐어뜯는 고통 속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강철 같은 의지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후인들의 바람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현상의 최후를 지켜봤을 지리산의 나무나 바위들은 입을 열지 않으니 과연 이곳에서 빨치산들이 발전소를 운용했는지, 이현상의 주검이 누워 있던 바위가 이것인지 저것인지, 그곳에 모인 사람들끼리 두런두런할 뿐이었다.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한 후인들의 안타까움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젊음이 젊음을 속일 수 없듯이, 나이가 드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다. 한 집안, 한 건물의 생애가 담벽에 나이테처럼 새겨진다. 외할머니의 잔주름 하나에 자녀들의 좌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미의 안타까움이, 또 주름 하나에 집안의 도산과 재기의 시련을 견뎌야 했던 세월이 새겨져 있는 것처럼, 저 담벽에도 한 집안의 역사와 이 건물의 내력이 주름져 있는 것이다. 주름살은 숨기고픈 삶의 내력까지도 고스란히 바깥에 드러나게 만들고, 삶의 모진 풍상을 견뎌낸 세월의 흔적을 주름으로 뭉쳐 숨기기도 한다. --- 본문 중에서

바윗돌 사이로 졸졸졸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보다가, 문득 '운근雲根'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옛사람들은 바위를 그렇게도 불렀다. 산정에 외따로이 놓인 바위가 어느 날 문득 제 육신의 무게를 벗고 싶으면 훌훌 구름이 되어 날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육중한 체감이 그리워지면 구름은 다시 바위로 맺힌다고 한다. 잘 생각해보라, 마을 뒷산에 있던 바위가 홀연 사라진 일은 없었는지… 사라졌던 바위가 밤새 다시 나타났다면, 구름은 당신이 그리워 다시 바위가 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살아가는 이유가 내 자신이 할 바 혹은 운명 같은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이 섬에 들어온 이들도 마찬가지이며 이 섬 역시 그러할 것이다. 풍랑에 제 몸을 맡긴 지 수만, 수억 년간 이 섬은 여기 출렁이며 제 존재의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외롭다'는 표현은 아주 유치하거나 무척 장엄하다. 말을 내뱉어 과장하거나 자초하는 외로움이 아닌 순수한 쓸쓸함… 외롭다는 외마디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과 아름다움, 위엄과 위험이 이 섬에서는 보다 가파르고 선명해진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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