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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달려라 메로스

[ 양장 ] 미도리의 책장-0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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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40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1095776
ISBN10 890109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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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일대에서 ‘마작’은 무시무시한 마력을 가졌다. 불철주야 중국어 학습에 과도하게 힘쓴 끝에 생애의 대계를 그르친 학생도 많았다. 마작장 옆 골목에는 그런 인간들의 송장이 층층이 쌓여 있어, 길가는 이들로부터 측은함 어린 시선을 받곤 했다. …… 나쓰메와 나가타는 마작장에 드나들고 아는 이의 집에 틀어박혀 마작에 열중했다. 나가타는 마작을 하다 말고 연구실로 가 실험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다시 탁자 앞에 앉는 과감한 기술을 여유 있게 구사했다. 마작에 씐 친구들의 송장을 타넘으면서도 유유히 마작을 즐기는 그 모습은 사뭇 즐거워 보였다. ---「산월기」 중에서

촬영 중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수라장이 벌어졌겠지. 하지만 다 우야마 선배 본인이 뿌린 씨앗이야. 애초에 그런 기획을 세우는 게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밀실에 가까운 환경에 틀어박혀 촬영하는데, 그중 둘은 사귀는 중이고 나머지 하나는 옛 애인. 아무리 그래도 싸움나지 않겠어? 싸움이 나야 마땅하지. 차라리 서로서로 죽여서 죄 죽어버려라 싶어, 나는. …… 자기 애인과 그 옛 애인을 입 맞추게 시키고는 그 장면을 촬영해서 상영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어. 우야마 선배를 ‘영화의 혼’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칭송하는 후배 녀석들 기분도 모르지는 않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 취향은 아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촬영 기간 중에 그 세 사람은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 뭐, 진상은 덤불 속이야. ---「덤불 속」 중에서

“너는 친구를 위해 춤출 수 있겠나?”
메노는 등을 꼿꼿이 펴고 장관을 노려보았다.
“물론 춰주고말고. 다만,”이라고 말하다 말고 발치에 시선을 떨어뜨리더니 한순간 망설였다.
“다만 나에게 조금만 자비를 베풀어줄 생각이 있다면 하루만 유예를 주지 않겠나. 실은 지금부터 향리로 돌아가 누나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해. 내일 해 떨어질 때까지는 반드시 돌아와 삼각팬티 바람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보일 테니까.”
“역시 그렇게 나오는군.”
“나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다. 생각해봐라. 지금까지 신세졌던 누나가 드디어 행복을 손에 넣는 것이야. 나에게는 누나의 결혼을 축하해줄 의무가 있단 말이다. 그렇게 나를 못 믿겠거든, 좋다. 궤변론부 친구 중에 세리나라는 사내가 있다. 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줄곧 함께 해온 둘도 없는 벗이야. 그 친구를 인질로 여기에 두고 갈 테니 내가 도망가거든 그 녀석을 삼각팬티 바람으로 춤추게 해라.” ---「달려라 메로스」 중에서

만발한 벚꽃 아래는 한없이 고요하고, 차가운 공기가 팽팽하게 죄어져 있었습니다. 등에 업혀 있는 여자의 온기가 남자의 의식에서 멀어졌습니다. 한없이 이어지는 만발한 벚꽃 아래 남자와 여자만 있었는데, 자기들의 모습도 문득 사라지고 그저 벚꽃만 흩날리는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습니다. 여자와 되풀이해온 말다툼도, 여자의 도기를 튕기는 듯한 웃음소리도, 낯모르는 사람들이 자아내는 소음도 없었습니다. 현란하게 핀 꽃 아래는 마치 세상의 끝처럼 황량했습니다. 그곳이 자신의 도달점이요, 자신이 예전부터 두려워했던 장소라는 것을 남자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벚나무 숲 만발한 벚꽃 아래」 중에서

괴담을 이야기할 때마다 불을 하나씩 끄고 자신들을 서서히 어둠에 밀어 넣으며 이윽고 찾아올 뭔가를 기다린다. 햐쿠모노가타리는 그런 으스스한 놀이다. 그러나 이것도 F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불 100개를 전부 끄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 그 결정적 순간에 도달하기 전에 끝낸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이란 최후의 불이 꺼지고 방이 어둠에 가라앉아 진정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를 말한다.
---「햐쿠모노가타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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