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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

: 노자시화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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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16쪽 | 788g | 152*230*35mm
ISBN13 9788990024930
ISBN10 899002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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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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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를 투박하게 다섯 개의 길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정념의 길: 김소월-백석-김영랑-이용악-윤동주-박목월-노천명-조병화-김남조-김현승-박성룡-유안진-신달자-강은교-정호승-곽재구-김사인-허수경-최정례-김용택-안도현-김경미-박형준-나희덕. 둘째, 자유의 길: 이육사-유치환-임화-김광섭-박두진-김수영-박인환-신동엽-고은-신경림-조태일-정희성-이시영-김지하-고정희-김정환-하종오-박노해-백무산. 셋째, 인식의 길: 이상-김춘수-송욱-김종삼-전봉건-허만하-정현종-이승훈-박의상-오규원-노향림-이하석-최승호-이성복-황지우-최승자-김혜순-김정란-송재학-고진하-박찬일-최종천-이수명-김행숙-이장욱-황병승-이근화-김경주. 넷째, 탐미의 길: 서정주-정지용-박재삼-박용래-김관식-천상병-이형기-허영자-김영태-이근배-이수익-서정춘-김형영-박정만-조정권-임영조-나태주-송수권-문인수-장옥관-오태환-전동균-장석남-박형준-문태준. 다섯째, 존재의 길: 한용운-조지훈-김종길-황동규-마종기-이유경-정진규-김종해-최하림-오탁번-천양희-문정희-김광규-김명인-김승희-신현정-고형렬-김영승-김신용-이문재-황인숙-김중식-송찬호-채호기-고재종-김기택-이승하-기형도-김태형-정끝별-권혁웅-유홍준.

각각의 길들이 언제나 다른 길과 변별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길들은 겹치는데, 심지어는 세 개, 혹은 네 개의 길이 하나로 몸을 포갠다. 정념의 길이 탐미의 길과 겹쳐지고, 인식의 길은 존재의 길과 자주 겹쳐진다. 자유의 길과 정념의 길이 겹치고, 존재의 길이 탐미의 길과 겹쳐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자유의 길로 분류된 시인의 상상세계 속에 탐미 본능이 작동한다고 해서 놀라지 않는 것은 시인들의 상상력이 늘 불확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느 한쪽으로 편재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한 시인의 시를 통시적으로 꿰어 볼 때 그 피의 기질과 본능으로 인해 편재성은 불가피하게 드러난다. --- pp.14-15

시는 심미본능에 바탕을 둔 언어예술이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가 시의 목적은 아니다. 시는 일체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한다. 뜻의 곡진함, 말법의 새로움, 생동하는 기운이 한데 어우러질 때 시는 제 빛을 낸다. 감히 시가 생계를 견인하는 일보다 갈급하며 숭고한 사업이라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심미감각을 세련되게 하며 세상을 보는 다른 눈과 다정한 인격을 키워주는 데 제격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때때로 사람은 먹고사는 것과 결부된 합목적성을 넘어서서 숭고함의 본질 속에서 우리 삶을 보고자 하는 욕망을 품는다. 시는 그 숭고한 욕망의 구체적 현존이다. 그래서 시를 아는 것은 전부를 아는 것, 곧 우주를 아는 것이다.

시는 경험을 청취하되 경험을 넘어간다. 시는 오래된 기억이기보다는 반기억反記憶, 혹은 기억의 대속代贖이다. 시는 역사에 곁살이를 하지만 제 존재가 나온 뿌리인 역사를 부정한다. 역사의 언어가 화석의 언어라면 시의 언어는 생물의 언어인 까닭이다. 시는 의미의 정언적 요청이 아니라 의미를 갖고 노는 놀이다. 시는 역사에 투항할 때가 아니라 역사와 맞서며 긴장관계를 이룰 때 빛난다. 시를 빚는 욕망과 기억들은 역사가 내장한 도덕과 계시의 규범에서만이 아니라 쾌락과 즐거움에 따라서도 움직인다. 시는 환원불가능한 것을 화석화시키는 대신에 생물로 끌어안고 그것과 연애한다. --- p.33

시는 언어를 쓰되 궁극에서는 그 언어를 줄여야 한다. 시가 항상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의미를 끌어내려는 것, 언어와 언어 사이의 여백과 침묵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압축파일을 지향하는 게 그 증거다. 시는 언어의 금욕주의를 실천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수다를 추문으로 만든다. 시는 언어를 진술의 방법적 도구로 쓰되 언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영원한 모순명제를 산다. 시의 본래면목이 진술이 아니라 울음이며 노래이고,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계시로 어두운 하늘에서 우는 천둥이며 번개인 까닭이다. --- p.40

지식·관념, 그 의미작용의 피상성은 회색빛이다. 그러나 생명의 나무는 영원히 푸르다(괴테). 시인의 상상력은 지식과 관념에서가 아니라 영원히 푸른 생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의 살아 있음은 거대한 알지 못함의 영역에 기대고 있다. --- p.213

현대에 들어와서도 바둑은 아동들에게나 성인에게 다양한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두루 공익적 효용론을 입증해낸다고 해서 바둑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바둑의 본질이 한량들의 놀이다. 바둑이 한량들을 꾀는 것은 비억압적 쾌락을 주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바둑은 근육을 쓰지 않는 운동, 목청 없이 부르는 노래, 삽입이 일어나지 않는 성교다. 바둑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침대에서 동침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바둑과 성교의 공통점은 관계의 내밀함 속에서 모든 외부자와 계를 배제하고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바둑이 세계를 극단적으로 배제한다는 사실은 ‘신선놀음(바둑)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오래된 속담이 증거한다. 바둑은 음경陰莖과 질膣이 관여하지 않는 동침이며, 두 대국자가 내연관계 속에서 외부자들을 배제한 채 노동의 기회들을 끝없이 유예/지연시키며 비억압적 놀이의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긴 밀월여행이다. 대국자들이 얻으려는 것은 마음의 평정과 조화, 무상의 기쁨이다.

바둑은 외면적으로 보자면 돌들의 순차적 산포散布 행위다. 돌들은 뿌려지되 축적된 지식과 정보의 총합에서 길어낸 선형적 질서를 따른다. 그것을 정석이라고 하는데, 정석을 따르는 것은 전사轉寫의 원리에 귀속시키는 행위다. 정본이 수없이 많은 사본을 낳듯 정석은 반상에서 수없이 반복하고 순환한다. 후행자가 선행자의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수는 사본을 본 뒤 그것을 찢는다. 왜? 스스로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사본은 언제나 동일한 것으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창의성을 배제한다. 지도는 항상 다른 입구를 찾는다. 바둑은 많은 입구를 가진 쥐 굴이며, 리좀이다. --- pp.287-288

현대 한국 시인들이 보여준 시적 인식과 상상력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근대 초기 『폐허』와 『창조』 동인들의 도저한 퇴폐 미학, 김소월과 한용운의 한과 애상이 빚어낸 님의 시편들, 식민지 시대 이상의 첨단 모더니즘과 정신분열증의 과잉, 백석의 웅숭깊은 토속성, 윤동주의 내면적 도덕주의, 정지용의 세련된 수사, 서정주의 악마적 탐미주의, 4·19혁명기에 정점으로 도약한 김수영의 광기를 머금은 속도, 삶의 불확정성과 모호함을 투명한 명료성으로 바꾸는 황동규의 지적 세련성, 넓고 깊은 고은의 민족주의적 감수성, 수난과 불행을 낳는 현실에 응전하는 김지하의 치열성, 농촌이 해체되며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평민의 애환에 주목한 신경림의 떠돌이 이미지들은 시대의 중요한 표상적 이미지들로 현대 한국시가 일궈낸 중요한 문학적 생산물들이다. --- pp.350-351

개인의 자율성과 삶의 가능성들을 고갈시키는 정치 독재의 억압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황폐화시키는 기술문명의 야만성에 대해 소모적인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적 비판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으나, [시인]들은 그 위험성을 불행한 삶과 의식을 감싸 안는 긍정과 화해의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성공한다. --- p.351

왜 시를 쓰는가? 서른 해를 넘게 시를 써왔지만 아직까지 이 화두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다. 시를 쓰며 정신생활의 불후를 꿈꾸었던가? 그렇다면 시는 경서經書들이 이룬 진리의 두터움과 그 불후를 따를 수가 없다. 시를 쓰며 만물의 이치를 구하고 우주의 섭리를 깨달으려고 애썼던가? 그렇다면 시는 양자물리학이 밝혀낸 양자들과 중성자들의 운동 원리와 물리학적 진실에 훨씬 못 미친다. 시로써 물질생활의 풍요를 일구려고 했을까? 그렇다면 시는 평생 써봐야 소문난 냉면집의 한 달치 매상에도 못 미치는 보잘것없는 소득만이 쥐어질 뿐이다. 시를 쓴 것은 어리석음 때문이다. 더 영악했더라면 실용적인 것들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정신을 집중했을 것이다. 타고나기를 어리석은 자로 태어났으니, 어리석음은 나의 천분天分이다. 어리석은 가운데 진실을 구하고, 시로써 얻은 통찰과 깨달음으로 삶의 뜻을 바로 세우며, 그보다 먼저 시 쓰기에서 얻는 즐거움을 향유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시를 썼다. 나의 정체성, 우주의 우연적 사건들, 더 나아가 죽고 사는 것의 뜻, 모든 물음을 시로 녹여냈다. 내 시들은 해답이 아니라 혀끝에 올려진, 모호한 것들을 향한 물음이다. 좋은 시는 무의식을 취한다. 시는 체험이라는 자양분을 빨아들여 꽃을 피우는 무의식이다. 그것은 빵이기도 하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꿈의 빵이다. --- pp.370-371

시의 기쁨은 미학적 경험과 관련된 것이다. 좋은 시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경험했으나 희미해진 것, 아예 잊은 것을 새롭게 일깨우고 쇄신의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쇄신해서 다시 우리의 육체적 감각의 일부로 되돌려주고 퇴색한 정신의 윤기를 빛나게 만든다. 시에서 은유는 이미 있는 것에 덧씌워진 상투적 관념을 깨고 낯선 인지의 대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 p.484

무엇보다도 시는 이성의 기획이 아니라 감각 경험의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서의 기획이다. 시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혹은 밖에서부터 안으로 밀려드는 경험들이 상호 충돌하고 삼투하면서 빚어지는 이미지들을 붙잡아낸다. 시는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이미지로 끝나는 예술이다. 그 이미지들은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관련 속에서 세계를 이미지로서 드러내 보인다. 좋은 시들은 실존의 질적인 전환의 계기들을 만든?.
--- p.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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