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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 프라방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 예담 | 2009년 06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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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9쪽 | 38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9133833
ISBN10 895913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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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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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린 꽃봉오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길은 길이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이토록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 p.107

루앙프라방…… 참 사랑스러운 이름이죠? 루앙프라방 하고 발음했을 때 입에서 번져 나오는 부드러운 파동, 가슴속으로 새벽 거리의 맑은 공기가 차오르는 그런 느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정,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끝없이 이어지는 휴식, 타인에 대한 배려와 미래에 대한 기대…… 루앙프라방이라는 이름에는 이 모든 게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수첩에 루, 앙, 프, 라, 방이라고 적었어요. 아, 어쩌면 이곳에서 내 삶이 잠시나마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나는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 p.159

루앙프라방에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해요. 일주일 동안 머물렀어요. 다른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국수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거리를 걷고 시장을 구경했죠. 차를 마시고 책을 잃고 음악을 듣고, 여행자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죠. 그게 다였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 도시가 자꾸만 내 옆구리를 툭 툭 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그들이 내게 건네던 미소가 자꾸만 마음 한켠을 일렁이게 하는 거예요. 그것은 음악 같기도 했고, 손가락에 남은 옛 애인의 반지 자국 같기도 했어요. 마음을 슬슬 문지르는 그런……. --- p.160

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별이 뜨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별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그래요. 우리 인생의 복선과 암시는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어요. 해피엔딩이든, 쓸쓸한 뒷모습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으로 막을 내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인생의 정면을 관통할 사랑과 의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걸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난 내 삶 자체가 바뀌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건 아주 절실했죠. 새롭게 시작할 만한 이유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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