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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책

얼음의 책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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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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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26g | 127*194*30mm
ISBN13 9788932019604
ISBN10 89320196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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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장의 주어에서 나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당신을 넣고 싶다.
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라는 단 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복수로 존재한다.
내게는 음악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 쓰이지 않은 문장들이, 더 많이, 많이, 라는 부사에 대해 생각한다.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내게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남아 있으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이야기되어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문장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저 글자들의 총합인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일기도 아니다. 여행기도 아니다. 원예서적은 더더욱 아니다. 상품 카탈로그도 아니다. 소설로는 가능할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는 없다. 잉크가 흐려지고 있다. --- 「허구 0」 중에서

그렇게 당시의 나는 발음이 유사한 단어들을 늘어놓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비슷하게 들리는 단어들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다 보면 본래의 의미들이 서로 뒤섞이고 갈라지고, 달라지고, 사라지고, 멀어지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말들의 무덤을 보고 있는 것 같았죠.

단지 내가 지금 쓰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이 중요해요. 덧없이 사라지는 의미들, 활자로 수렴되지 않는 소리들, 백과사전의 여백에만 겨우 존재하는 단어들.

어떤 사람들은 무심코 흘린 말 속에 진심이 들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나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요. 그래서 오늘, 나는 농담조차 하지 못해요. 쓰는 것, 쓰고 있는 것, 그것만이 중요하죠. 나를 봐요. 이게 나예요. 내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볼 수 있을까요? --- 「K에게」 중에서

끝나지 않는 경기란 없고 기승전결이 없는 경기도 없는 법이다. 나는 불안하다. 어쩌면 내 삶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 나는 애써 미래 시제를 사용한다. 소용없는 짓이다. --- 「흑백사진사」 중에서

모든 감각들은 지속하거나 지속하지 않았고 쉽게 붕괴했다. 대부분의 상품들은 정도의 차가 있을 뿐 결국에는 소모품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가 시간을 견디는 방식이라 했다. 사물들과 사람들은 언제나 이동 중이었고 그러므로 당신, 이라는 말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것이 나의 잘못은 아니었다. --- 「육식 식물」 중에서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씌어졌다.
나는 내용의 절반 이상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혼잣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부정문은 대개 긍정문보다 길었다. --- 「재의 수요일」 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어렵지 않았지만, 쉽지도 않았다. 그 모든 저항에도 불구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한 글자씩, 한 문장씩, 전진하는 이야기들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면, 까다로운, 어느 정도까지는 사건의 내막, 불편한 농담, 이야기가 발생하는 지점은 혀끝인가 화자의 의식인가 청자의 귓바퀴인가, 부득불 입을 다물지 않고, 나와 여러 개의 핏줄을 나누어 가진 아이들이, 농담을 배우는 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와 당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될까. --- 「되살아나다」 중에서

이토록 핏기 없이 푸른 아침, 사위어가는 의식을, 촛농처럼 굳어가는 정신을, 가라앉는 시선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 시간이 저물고 있지 않았다. 시간의 오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 시간은 없다. 아니다. 시간이 없다. 아니다. 시간은 없다. 물줄기와 화살은 같지 않다. 시간에 대한 모든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 그럴듯한 비유는 없다.

단 하나의 사물이 깊고 넓은 얼룩을 만들지 않았다. 그것을 보지 않는다. 그것을 보지 않겠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능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서나 자술서가 아니다. 이것은 고백이나 독백이 아니다. 영원히 감출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 알려지는 것, 드러나는 것, 벌어지는 것. 불가능한 이야기는 없다. 영원히 멈출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 세상의 모든 화자들은 살해되지 않는다. --- 「장면의 단면」 중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아니, 이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이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곧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운명을 믿느냐고 묻기에, 믿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고 난 지금, 여전히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개척과 개발이라는 단어에는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떠한 저개발 상태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이야기가 이미 시작되었으잹로 이야기의 시작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했다면, 이야기의 끝은 아직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다. 처음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슬펐지만, 슬픈 까닭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고, 슬프다고 쓰는 짧은 순간 동안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저 일어나는 사건들을 끝없이 지연시키고 싶었다. --- 「서늘한 여름 사냥」 중에서

함축적인 대화들, 암시가 깃든 눈길들, 젖은 손길들, 은밀한 몸짓들을 행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었다. 모든 사건들은 결정적이었고, 그러한 국면들은 지치지 않고 되풀이되었으며, 허구는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모든 이야기들은 거짓말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과거형으로 문장을 쓰는 것은 일종의 쾌감을, 지나간 모호한 일들과 지금 이 순간이, 유리되어 있다는 기쁨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떠올림으로써 현재가 고정된다는 강박을, 아니 나긋나긋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가야 할 곳은 언제나 떠나야 할 곳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떠나야만 한다. 어떤 이야기들은 시간보다는 장소에 묶여 있었고, 바로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미를 잃은 포유동물들처럼 불안하게 서성거렸다. 단 한 번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조차, 물리적인 시공간과는 관계없이, 어느 페이지들을 더듬었고, 종이 다리를 건너는 듯 위태하게, 당신이 꿈이라고 부르는 장소를 방문했고, 방황했다. 기대 없이.
--- 「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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씌어졌으나 종래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소설, 끝없이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이야기, 그것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 한유주의 욕망이다. 음악으로의 도주를 포기하고, 오염된 문자들의 수사에 맞서서, 바로 그 오염된 문자를 통해, 그것들을 돌파해내고야 마는, 순백의 소설 쓰기.
김형중(문학평론가)
없는 것이 있는 것을 대체한다. 긍정으로 가능한 세계의 불완전함이 부정의 불가능성으로 대체된다. 매혹적인 현장이다. 한유주는 이 매혹에 치열하였다. 기록/발화됨으로써 스스로 간극(불가능성)을 내포하는 언어의 분열적 운명에 직핍하였다.
백지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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