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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평온의 나라 거대한 철퇴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 아, 우리 당나귀들 행복한 고양이 우리 집 학부모회의 쥐들은 자기들끼리 잡아먹는다 성인 목투스와 창녀 카멘나 기다리던 사람 |
Aziz Nesin,본명 : 메흐멧 누스렛 Mehmet Nus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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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찌르는 이 소음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기계입니다. 우리가 만든 기계라고요. 기계가 작동할수록 우리는 진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가 무엇을 합니까? 어떤 용도로 무엇을 생산합니까?” 미지의 세계의, 미지의 대륙의, 미지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나 놀라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 이 기계가 뭔가를 만들어 냅니까?” --- 「덜컹덜컹」 중에서 철퇴는 또 사슬을 끊고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지, 그 밑을 지나가다 죽은 사람들을 일컬어 ‘철퇴 희생자’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얼마 지나 그 일의 진상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철퇴가 이 사람 저 사람의 머리를 내리쳤기 때문에, 철퇴는 이 일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철퇴는 살아 있는 괴물이 되었고 있던 곳에서 가만있지 않고 꼭 누군가의 머리를 내리쳤던 것입니다. ---「거대한 철퇴」 중에서 “너희들의 지식을 보여 주어라. 국민들이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다시는 이토록 시끄럽지 않도록 하라.” 마흔 명의 학자가 말했습니다. “분부대로 이행하겠습니다. 40일 동안 우리에게 하루에 땅콩 마흔 자루와 포도를 하사하시면 우리의 두뇌 활동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국민들이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통치자는 마흔 명의 궁정소속 학자들을 궁전의 한 구역에 몰아넣고 문을 잠갔습니다. 매일 아침 마흔 명의 학자에게 마흔 자루의 땅콩과 포도를 주고 문을 다시 잠갔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던 통치자는 열쇠 구멍으로 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마흔 명의 학자는 땅콩과 포도를 먹고 말 타기 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40일째 되는 날 문이 열리고 대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하, 그들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살지 못합니다. 국민이 자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밤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 |
웃음거리로 가득 찬 어지러운 세상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건 바로 늑대 소리였습니다. 늑대가 온다는 것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한 늙은 당나귀는 여전히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저건 진짜 늑대가 아닐 거야. 그럼 아니고말고.’ 그러자 굶주린 늑대는 날카로운 이빨로 당나귀의 엉덩이를 물어 커다란 살점을 떼어 냈습니다. 죽을 듯한 고통으로 땅에 쓰러진 당나귀는 그제야 이렇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늑대였어! 히, 늑대였어, 히~힝. 히~힝!’ 그날 이후 우리 당나귀 족속들은 말하는 것을 잊었다고 합니다. 그 늙은 당나귀가 위험이 코앞에 닥쳤을 때 자신을 속이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았을 겁니다.”--- 「아, 우리 당나귀들」
총 11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책은 인류가 겪어 온 거대한 사건들과 사사로운 인간사들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비슷한가를 보여 주고 있다. 또 현실이란 역사보다 조금 늦게 움직일 따름인 거울 속의 반영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어디에, 무엇에 써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선진국에서 봤던 기계를 맹목적으로 흉내만 내면 그저 진보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어리석음 (「덜컹덜컹」), 자신이 그린 원 안에 옴짝달싹 못하게 갇혀 버린 사람들의 비애(「행복한 고양이」), 사람들의 그림자가 고통의 원인이라며 사람들을 어둠 속에 가둬 버린 통치자의 탄압(「그림자가 없는 사람들」), 스스로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 되어 버린 철퇴(「거대한 철퇴」),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잡아먹는 쥐들의 잔인함(「쥐들은 자기들끼리 잡아먹는다」) 등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풍자와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일화들로 가득하다. 작가의 시퍼렇고 꼿꼿한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겨울보다 차가운 현실의 오싹함과 냉정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당나귀들이 왜 지금처럼 ‘히잉’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지에 대한 일화를 담고 있는 「아, 우리 당나귀들」에 대해 “진실을 외면하고 눈앞의 이익만 쫒아가는 지식인들을 풍자하기 위해 썼다.”고 밝히고 있다. 아지즈 네신의 눈에 비친 삐뚜름한 세상은 우리에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암울한 현실을 곱씹게 한다. 봄을 위한 겨울 이야기 이 책은 우리의 과거였고,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현실을 말하고 있다. 아지즈 네신의 이야기들은 무엇보다도 역사는 현실에서 반복된다는 교훈을 깨닫게 한다. 반세기 전에 쓰인 작품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 또한 이러한 맥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겨울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결코 봄은 오지 않는다는 아지즈 네신의 투철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아지즈 네신은 이 책을 통해 봄은 기다림과 희망 속에서 오는 자연적인 순리가 아니라 겨울 속에서 견디고 버티고 노력해서 얻어 내는 인간의 영혼 속에서 태어나는 결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지즈 네신은 11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에게 미래를 보기보다는 당장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나아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미래 또한 없다는 것을 힘주어 말하며 혹독한 겨울 뒤에 오는 따스한 봄의 햇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