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급성 기관지염에 걸려 이주일이나 학교를 결석했다. 다시 등교했을 때는 일주일에 아홉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마지막 시험 날 나는 정말로 절망적이었다. 아무리 시험지를 들여다봐도 답을 알 수 없었다. 나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역사 시험이었는데, 문제에 적힌 내용 전부가 생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 수 없어요. 저에게 F학점을 주세요. 전 문제를 풀 수가 없어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빨간 펜을 꺼내셨다. 선생님께서 내 시험지에 커다랗게 ‘F’라고 써놓으실 차례였다. 내 시험지에는 답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시험지 맨 위에 ‘A’라고 적으셨다.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만일 네 건강에 문제가 없어서 수업에 빠지지 않고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면 넌 틀림없이 이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넌 충분히 이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분은 내가 학기 초부터 줄곧 훌륭한 성적을 유지해 왔으며, 몸의 상태가 안 좋다는 내 말이 진실임을 아셨던 것이다. 나는 혼란에 빠진 나머지 F학점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점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분은 내가 A학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따금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실로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 그것은 마치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난 네가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인지 잘 안다. 지금 너의 상태가 어떠하든지.”
--- 'A학점을 받을 자격' 중에서
고등학교 시절 나는 주의가 산만하고,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성적도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나는 필드 선생님의 미국 역사 수업을 들어야 했다. 비록 학교 건물은 오래됐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그 여선생님은 분명히 아이들에 대단한 기대를 갖고 계셨다. 우리가 숙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숙제를 해올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해올 것이냐가 중요했다. 숙제는 내야 하는 날이나 그 다음날까지 제출할 수 있었고, 반드시 그 기간을 지켜야 했다. 필드 선생님은 우리가 전보다 나야져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그래서 실제로 우리는 나아졌다.
어느 날 내가 교실을 나서는데 선생님이 나를 불러 세우셨다.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두 사람만 남자 선생님은 내 눈을 깊이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빌 펄키, 넌 훌륭한 학생이 될 수 있어. 난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나는 가볍게 몇 마디 대답하고 나서 교실 문을 나섰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이 계속 내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차츰 나는 모험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의 나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에 나는 공부 쪽으로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것을 작은 승리로 보셨겠지만 그것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작은 승리란 없습니다' 중에서
최고의 선생은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의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 노만 코지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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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교 생활은 아주 형편없었다. 나는 베트남 전쟁 반대 데모와 마약에 몰두해 있었다. 수업을 종종 빼먹었기 때문에 학교 성적은 언제나 바닥을 기었다. 당연히 나는 교사들 사이에서 ‘하위권 학생’으로 분류되었다. 그것은 꼼짝없는 낙인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낙제는 면하고 있는 정도였다.
어느 날 아침 상담 선생님 방으로 들어간 나는 그분의 커다란 책상 위에 놓인 것들을 보게 되었다. 책상 위에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출한 학교 과제물들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나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넌 똑똑할 뿐만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넌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너 자신을 믿기만 하면 돼. 내 책상 위를 봐. 넌 할 수 있고 이미 해냈어! 넌 단지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야. 넌 인생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과 머리를 갖고 있어.”
그 순간 내 삶이 180도로 달라졌다. 왜냐하면 나는 다음 학기에 전과목 A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위권 학생’이던 내가 모든 과목에서 평균 90점 이상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내 삶을 완전히, 그리고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기대 이상의 풍요로운 결과가 내 삶에 찾아왔다. 마침내 나는 정말로 병들어 있고 제구실을 못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열여덟 살에 1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했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졸업하기 석 달 전에 나는 고등학교 전과정을 이수했다. 급우들이 졸업하기 전에 졸업장을 쥔 것이다.
--- '이제는 네가 너 자신을 믿을 차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