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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있을걸

그냥 집에 있을걸

: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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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10g | 135*200*20mm
ISBN13 9788959133895
ISBN10 895913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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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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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서유리
상명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독일어 교습법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독과를 졸업하고 국제회의 통역사와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독일인의 사랑』『안네의 일기』『유쾌한 파울라의 거침없는 하이힐』『꿈을 낚는 마법사』『월요일의 남자』등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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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을 하는 동안 모든 휴대폰과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라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는 미심쩍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걸려오는 전화를 놓칠까 봐 휴대폰을 켜놓고 안내방송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여럿 있을 것이다. 저기! 두 좌석 뒤, 개의치 않고 여전히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패리스 힐튼 아류! 갑자기 지나가 웃음을 멈췄다. “이게 뭐야?” 지나가 내 바지를 움켜쥐었다. “내 바지야.”“이 소리 말이야. 뭔가 잘못됐어!” 지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마도 그런 모양이었다. 스튜어디스들이 한 명도 안 보였다. 이상한 소리를 듣자마자 다들 내려버린 것일까? --- 「정말 겁도 없이!」 의 ‘비행기를 믿어? 중에서

프랑크가 순식간에 장착된다는 장치를 순식간에 장착했는지 돌아보았다. 왼쪽 앞 타이어 앞에 몸을 숙이고 손에 스노우체인을 든 그의 머리 위에 눈이 수북했다. “도무지 ‘클릭’ 소리가 안 나네.” “그냥 제설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 “곧 다 됐어!” 아이와 나는 눈사람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여자 눈사람, 또다시 아이 눈사람 두 개에 개 눈사람까지. 그 사이 눈은 비로 바뀌었다. “이제 출발하자! 방법을 아니까 정말 순식간에 되네.” 막 출발하려는데 제설차가 도착했다. 그 뒤의 차는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었다. 온도계는 영상 이 도를 가리켰다. 프랑크는 시동을 끄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빼야겠다. 빼는 것도 금방이야.” --- 「정말 겁도 없이!」의 ‘눈길에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 중에서

“이런 매연방사기를 타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네.” 내가 촉매변환기가 달려 있다고 말하자 크리스와 한나는 웃었다. “아마도 죽고 나면 비석에 ‘그녀는 환경재앙을 가속화시켰다’라는 문구가 들어가겠어요.” 나는 한나에게 우리 동네에 대중교통도 없고 가게도 없어서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환경파괴자들의 전형적인 변명이라며 “자전거를 이용하지 그래?”라고 했다. 나는 또다시 15도 경사의 오르막을 아이, 생수 한 상자, 쇼핑바구니를 다 얹은 자전거로 오르기는 힘들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비웃었다. 나는 다른 여행계획에 대해 물으며 화제를 돌렸다. “여기 있다가 채석장이랑 부퍼탈에 있는 자기부상열차, 성과 고성, 교회 몇 군데를 구경할 예정이야. 네가 우릴 태워다 주면 좋겠다. 여긴 대중교통이 별로 안 좋잖아. 이 지역 사람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민운동을 벌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 --- 「정말 겁도 없이!」의 ‘친환경 에코-트래블의 막대한 폐해’ 중에서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들만의 대화를 들어보면 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심코 나온 단어 하나가 스위치라도 켠 듯 가족의 집단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생각나지, 그거? 아빠가 그때 체르마트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탈 때….” 그러면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보가 터진다. “그래, 정말 웃겼어. 특히 우리 뒤에 있던 남자가….” “그리고, 하하하, 아이고 배야! 하필이면 그 남자의 턱으로….” 제삼자야 이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지겠지만 “아빠가 당시 체르마트 스키장 리프트에서 정확히 무슨 짓을 했나요?”라고 물어보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터져 나오는 폭소에 비해 그렇게 웃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 「정말 쓸데없이!」의 ‘제발 프랑크, 리바를 떠올려 봐’ 중에서

엄마는 극단적인 모피코트 반대론자였다. 외할머니가 1969년에 돈을 모아 밍크코트를 산 것에 대해 엄마는 1999년까지도 비난을 퍼부었고 아빠에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살해에 동조하는 사람들 밑에서 일하면 즉시 이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카알 사모님이 표범모피코트와 그에 어울리는 표범 모자를 갖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순간, 엄마의 화난 눈빛이 촛불에 이글거렸다. “표범이라뇨?” “더 좋온 곤 없오요. 사롬마다 추홍이 달로죵.(더 좋은 건 없어요. 사람마도 취향이 다르죠)” “저기 위에 부엉이가 있네.” 아빠가 화제 전환을 시도했지만 어림없었다. --- 「정말 쓸데없이!」의 ‘토스카나 빌라의 싸모님’ 중에서

내 아들이 “아빠가 어떻게 프로포즈를 했느냐”고 물어볼 때 이렇게 말하기는 싫다. “위층 욕실에서. 나는 양치질을 하고 있었고 네 아빠는 발톱을 깎고 있었어. 그러면서 아빠가 그냥 ‘올해 결혼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아’라고 말했어.” 아들이 느끼게 될 실망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사르디나아에 있는 코스타 파라디소에서였어. 노을이 질 때 네 아빠가 나를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갔고 바다 한가운데서 나에게 반지를 보여주며 결혼해 주겠냐고 물었어. 내가 ‘샀’이라고 말하고 네 아빠가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어준 바로 그 순간 바닷물에서 돌고래가 튀어 올랐어!” 의도적인 거짓말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극적인 효과와 내용을 좋게 각색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결국 드문 우연이 겹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험을 겪었다면 “간발의 차로 살아났다”고 하면 된다. --- 「정말 쓸데없이!」의 ‘허풍선이 가족’ 중에서

휴가지 별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볼썽사나운 물건들은 좁은 공간에 놀랄 만큼 많이 존재하는데, 내 연구에 의하면 이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집주인들도 이런 물건들을 볼썽사납다고 여긴다! 별장은 에르나 이모, 구스타브 삼촌 그리고 시어머니가 선물해 준 도자기 꽃병, 조화, 뜨개질로 만든 커튼 등을 처치할 수 있는 안성맞춤 공간이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별장이 없는 사람들은, 시어머니가 불시에 방문할 것에 대비해서 부리가 금으로 된 백조 모양의 초콜릿 접시를 늘 사정거리 안에 두었다가 벨이 울리면 순식간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반면에 별장이 있는 사람들은 훨씬 간단하다. “어머니, 예쁜 백조 접시를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볼 수 있도록 별장에 갖다놓았어요.” --- 「정말 눈치도 없이!」의 ‘분위기 애매한 여자’ 중에서

“넌 미래의 남편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어.” 비비는 전기에 감전된 듯 멈춰 섰다. 비비는 사 주 전에 《싱글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책을 구입해서 싱글생활 청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책은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골프를 시작하거나 정당에 가입하거나 비밀결사대의 회원이 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마담 스웨트라나의 말은 틀렸다. “나는… MA로 시작하는 섬이 보여.” “마요카?” “크고 검은 머리의 남자도 보여.” “어딘지도 보이세요?” 비비는 이렇게 물으며 지폐 한 장을 더 건넸다. “남십자자리가 보여! 지중해도 보여!” “그렇다면 마요카가 틀림없어!” 우리는 즉시 돌로미텐으로 가는 스키여행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오월, 마요카로 날아 갔다. --- 「정말 눈치도 없이!」의 ‘여행지에서 위대한 사랑을 꿈꾸는 여자’ 중에서

그 호텔은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추레한 호텔이었다. 마찬가지로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추레한 호텔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믿을 수 없이 추레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추레한 마을이었다. 어촌의 낭만이라든가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대표되는 그리스의 전원적인 낭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런데 카라카키스 가족은 여름에는 이곳이 시끌벅적해진다고 말했다. “다 단골손님들이에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진해서 이곳에 두 번씩이나 올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외에 유일한 손님인 롤라와 만프레드는 이미 이곳에 여러 번 왔었다고 했다. “저는 전 세계를 다 돌아다녀 봤어요. 하지만 여기 카라카키스네 호텔에 묵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 「정말 눈치도 없이!」의 ‘인질이 된 여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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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한 고생을 툴툴거리며 말하는 그녀. 그녀는 어쩌면 여행전문가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강렬하게 내게 여행을 권하고 있으니까. 그녀의 무용담과 후회담, 그리고 고생담이 부러워져서 벌써 어떻게 짐을 꾸려 어디를 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흠, 요번 여름엔 절대로 집에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로! (p.s. 그녀와 함께 동시에 같은 여행지를 가는 일은 절대 사양이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와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같은 여행지를 가고 싶다.)
선현경 (『가족관찰기』『일일일락』 의 저자·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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