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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학 테솔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영어 유치원과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교사 등으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한국 공정무역협회 뉴스레터 및 잡지 번역과 영어책 소개를 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에릭 월 창의력 특강』『호랑이여 영원하라』『워리어: 역사 속의 전사들』『그리스 신화』『나는 그냥 말랄라입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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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제임스 프렐러
관심작가 알림신청James Pr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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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말렌이 급수탑 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기 2주 전, 모건의 소셜미디어 페이지에 ‘그냥 죽어라! 죽어! 죽으라고! 그래도 누구 하나 신경 안 쓸걸!’이라고 글을 올린 사람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나였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글이 익명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누가 그토록 끔찍한 글을 올렸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찾아낼 수도 없다. 이게 바로 왕따 게임의 묘미다. 누가 그 글을 올렸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테나만 빼곤. 내 생각은 그렇다. 게임에 발을 들인 애들이 그늘진 곳에 몸을 숨기고 올린 글들이 마치 숲 속을 누비는 늑대처럼 제멋대로 날뛴다. 그 누구에게도 책임은 없었다. --- p.9 자기 차례가 되면 모건 말렌의 시시한 페이지에 아무도 모르게 글을 올려야만 했고, 그런 다음 아테나 루이킨의 사물함 틈으로 마분지 카드를 다시 밀어 넣으면 됐다. 그러면 아테나가 또다시 술래를 정하는 식이었다. “네가 술래야.” 아테나는 그런 식으로 왕따 게임을 주도했다. 만약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제외’된다. 게임에서만 제외되는 게 아니라 아예 잘린다. 완전히 무시당하고 냉대를 받고 어쩌면 다음 목표물이 되는 것이다. 아테네는 이렇게 농담했다. “넌 왕따 섬으로 가게 될걸?” 왕따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죽음을 목격하기 전까지, 아니 그 여파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 마디 비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울려 퍼지는 메아리 같았다. 그걸 과학자들이 뭐라고 하더라? 후유증? 사람들에게서 영원히 사라진 누군가를 보고 등골까지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끼느니 왕따 섬에서 며칠 지내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다. 우리에게 왕따 게임은 장난이었다. 나도 그랬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지구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 천치 같다는 걸 알지만, 진짜 처음엔 장난이었다. 우리가 올린 글을 보면서 낄낄댔다. 우리는 최대한 추잡스럽고 더럽고 험악한 글을 쓰려고 했다. 우리에겐 도전이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또 어떤 말도 안 되는 글이 올라올까 모두 손꼽아 기다렸다. 새 글이 올라오면 많은 학생이 읽었다. 우리는 학교 애들의 굉장한 반응을 즐겼다. --- pp.17~18 오늘은 새로운 소문이 돌아 학교가 떠들썩했다. 모건의 추모함이 주말 동안 엉망이 되었다. 그나마 반 정도 남은 물건들(풍선, 사진, 곰 인형)도 다 망가졌고 조문 카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정말이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로 엉망이었다고 한다. 누가 급수탑 측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글씨를 써두었다. 걸레 같은 애니까 죽어도 싸.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학생들은 눈물을 더 흘리며 더 많이 울었다. 모두 충격을 받아 겁에 질리고 몹시 화가 난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확실히 짐작이 갔다. 아테나는 화난 척조차 하지 않는다. “우린 친구도 아니었거든. 다들 알잖아.” 나는 아테나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증오심은 놀라운 감정이다. 어떤 날은 세상이 돌아가는 건 증오심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날은 증오심이 하루 동안 자리를 비우고 어리석음이 끼어들기도 한다. 뱃속이 텅 비고 뇌도 기진맥진해서 더는 생각할 여력이 없다. 지금 내가 배 위에 타고 있고, 거친 파도 때문에 내장이 모조리 다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곧 상어 밥이 될 신세. --- pp.48~49 |
지극히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던 샘은 우연히 모건이라는 동급생 소녀와 친해진다. 하지만 모건은 학교에서 유명한 왕따로, 모건의 소셜미디어 페이지에는 그녀를 비방하는 글이 늘 올라온다. 그런데도 모건은 자신이 받는 상처를 친구 샘에게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샘도 그런 모건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둘의 관계를 비밀로 숨기며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게다가 학교 아이들의 왕따 게임에 별 생각 없이 동참하기까지 한다. 모건의 편을 들며 왕따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기 자신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모건이 급수탑에서 떨어져 죽으면서 샘은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샘은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혼자서 노래 부르고 춤추기를 좋아했던 모건, 개를유독 사랑했던 모건,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던 모건. 그녀와 단둘이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샘은 친구 모건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샘 역시 힘겨운 난관에 봉착하고 인생을 바꿀 만한 의문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왕따’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방관자』와 달리 작가는 주인공의 입장과 주요 상황 설정에서 색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작가는 한 소년의 눈에 비친 학교 현실을 매우 솔직한 글쓰기 형식인 일기를 통해 사실적으로 들려주면서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차분히 따라 나간다. 샘은 왜 그동안 아이들 앞에서 모건과의 우정을 비밀로 하고, 심지어 왕따 게임에 동참하기까지 해야만 했던 것일까? 모건의 자살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없었던 것일까?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애쓰는 샘의 눈물겨운 모습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침내 샘이 겁쟁이로 살아왔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작지만 쉽지 않은 용기를 내는 장면에서는 그런 샘에게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명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충격적인 사건을 뒤로하고 계속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인 동시에, 부끄럽게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를 일깨우는 적극적인 심리 치유를 시도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집단괴롭힘 피해자들의 심정과 입장을 대리체험해볼 수 있게 하는 토론 수업 교재로 안성맞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