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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불복종

미술의 불복종

: 미술,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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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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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4833930
ISBN10 89748339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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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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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네 강의 분수는 가톨릭과 교황의 영광 및 권위를 상징하는 기념물이었다. 오벨리스크는 기독교 시대에 들어와-비록 이방 종교의 것이었음에도-영원, 즉 하나님의 권세를 상징하게 되었다. 오벨리스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하는 암산 위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보면 하나님의 영광이 땅으로, 즉 하나님의 영광이 오벨리스크의 기둥을 타고 내려와 세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예수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세계 선교의 이데올로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네 강의 인격화된 형상들은 바로 전 세계를 의미한다. 더욱이 네 강은 이미 에덴동산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던가.
이렇듯 분수는 단지 물에 대한 형상화의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까지도 담고 있다. 덧붙여 암산에는 교황 가문의 문장까지 새겨져 있어서 이중, 삼중의 도상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pp.43-44

카스틸리오네의 『궁인의 책Il Libro del Cortegiano』(1528)에 언급된 것들 중에는 권력자를 종교적 이미지에 빗대어 그들의 사회적, 정치적 위치를 정의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이 마치 거울처럼 세상과 신 사이의 어떤 유사성을 보여 주듯이, 땅 위에서도 덕망 있는 귀족들에게서 신의 형상과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신을 사랑하고 경배하며, 그들의 신민에게 그가 지닌 정의의 빛을 보여 주고 그의 신적인 당위성과 의도를 투사한다. …… 따라서 인간은 왕자들의 보호 아래 신 곁에 자리 잡게 된다.”
…… 공식 초상은 바로 그러한 전제적인 정치 사회가 추구하는 초상화였다. --- pp.72-74

민중을 위한 미술은 단순히 민화나 민속미술 따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래전에 그 모습을 드러냈던 풍속화도 그렇고 작은 공예품에서도 민중을 느낄 수 있다. 민중을 위한 미술이라면 우선 미술의 표현 주제가 그들의 것이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연명했던 ‘천한’ 인간들의 삶과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는 미술이야말로 민중적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미술의 수용자에게 물리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가까운 미술이어야 한다. 민중을 위한 미술이 궁전의 화려한 방에 걸려 있다면 혹은 부잣집의 응접실을 장식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민중을 위한 미술이 아니다. 오늘날 부잣집 안팎에 옛 농가의 가구들이나 농기구들이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약간은 혼란스럽다. 민중의 것을 자신의 취미로 삼는 자본주의 무차별적 소유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각종 보석이나 값비싼 대리석 혹은 구하기 어려운 안료 등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고급스러워 만지기조차 겁나는 것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한 재료들은 민중적 미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재료 또한 민중의 삶과 환경에서 나와야 한다. 쉽게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이 수용자에게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호소력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 pp.92-93

케테 콜비츠는 근대 독일의 역사가 민중에게 남긴 고통과 민중의 몸짓을 기록한 화가이다. 화가는 여성으로서, 특히 어머니로서 민중의 고통을 가슴으로 아파했다. 차갑게 식어 버린 어린 자식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는-이것은 오래전 유대인과 로마에 의해 희생된 아들의 주검을 안고 있는 마리아를 그린 피에타를 연상하게 한다-자신의 모습이자 동시대를 살아야 했던 모든 어머니와 앞으로 그와 같은 고통을 짊어질 모든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 어머니들 콜비츠의 분노 섞인 목소리로 “씨앗을 분쇄하지 말라Saatfruchte sollen nicht vermahlen werden.”고 외친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간은 억압받고 학대받는 모습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유쾌한 면도 있는데 왜 당신은 비참한 것만을 그리는가 하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은 명확히 말해 두고 싶다. 나는 처음부터 프롤레타리아의 생활에 동정을 하거나 공감을 했기 때문에 그들을 그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들에게서 단순 명쾌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 pp.105-108

제욱시스의 포도나무가 실재하는 나무였다면 아무도 그것에 대해 칭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림이었다. 여기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실재, 즉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그린 허상Illusion이다. 미술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허상을 만드는 작업이고, 우리는 그 허상의 ‘사실성’에 감탄한다. 그 사실성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사실로 보게끔 하는 허상일 뿐이다. --- pp.127-128

현대 미니멀추상Minimal Art의 대가인 버네트 뉴먼Barnett Newman의 작품은 수차례에 걸쳐 모더니즘을 혐오하는 사람들에 의해 혹은 특유의 거대한 단색 화면에 심리적으로 큰 충동을 느낀 사람들에 의해 찢겨지는 수난을 당했다. 1982년 4월 13일 당시 수의학과 학생이었던 요셉 니콜라우스 클레어는 베를린의 신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Who’s afraid of Red, Yellow, and Blue IV」(1969~1970)를 공구로 파손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뉴먼의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심리적인 위협을 느끼게 했으며, 나아가 작품의 색채가 독일 국기를 악용함으로써 독일인들에게 심리적인 폐해를 줄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품을 매입하거나 소장하는 것은 국고예산의 낭비이며, 예술가는 터무니없이 너무 많은 돈을 벌었다고 주장하였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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