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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랜드

사일런트 랜드

: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의 임상 기록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34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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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55g | 128*188*30mm
ISBN13 9788996043492
ISBN10 899604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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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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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폴 브록스 Paul Broks
옥스퍼드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신경심리학을 전공한 폴 브록스는 임상 실습과 두뇌 연구의 두 분야를 아우르는 커리어를 쌓아 왔다. 현재 콘월에 살고 있으며 플리머스 대학교의 신경심리학과에서 수석 임상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프로스펙트」 지에 정기 칼럼을 썼고, 「선데이 타임스」, 「선데이 텔레그래프」, 「가디언」, 「데일리 텔레그래프」, 「그랜타」 등에 기고했다. 『사일런트 랜드』는 2003년 「가디언」 지의 처녀작 상의 최종후보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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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상은 물리치기 어려운 매력을 갖고 있다. 모든 얼굴 뒤에는 자아(自我)가 있다는 환상. 우리는 반짝거리는 눈빛에서 의식(意識)의 신호를 보면서 두개골 안쪽에 영기(靈氣) 가득한 공간이 있다고 상상한다. 그 공간은 의도가 실려 있는 느낌과 생각의 다양한 패턴으로 환하게 불 밝혀진다. 인간의 ‘본질’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자세히 살펴볼 때 우리는 얼굴 뒤의 공간에서 무엇을 발견하는가?
노골적으로 말해 보자면 거기에는 물질밖에 없다. 살, 피, 뼈, 그리고 뇌. 나는 그것을 직접 보았다. 절개된 머리, 펄떡거리는 뇌, 외과 의사는 바늘로 여기저기를 찔러본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거기에는 물질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환상으로부터 해방되는 경험이었다. --- p.40

제임스 문은 뒤숭숭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의 머리가 환하게 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안을 둘러보며 나머지 것들은 잠들기 전 그대로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화장실로 갔다. 그건 기상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었다. 그는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 자신의 머리 윗부분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화장실의 환한 빛을 받고 있는 그의 두뇌는 해부학 교과서에 들어 있는 천연색 뇌의 모습 혹은 고해상도 컴퓨터 그래픽 그대로였다. 좌우반구에 있는 쭈글쭈글한 두엽들의 표면이 선명하게 보였다. 조밀하고, 둥그렇고, 단단한 뇌였고 각 부위의 윤곽이 뚜렷했다.
전두엽(엷은 자주색)은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해 있었다. 측두엽(담청색)은 양 귀의 윗부분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로 약간 뒤쪽에 두정엽(샴페인 색깔)과 그보다 더 뒤쪽에 후두엽(녹색)이 있었다. 거울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정면, 측면, 배후면 등에 자리 잡고 있는 뇌 조직들이 보였다. 저마다 구분하기 좋게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었는데 남색, 레몬색, 체리색, 오렌지색, 자주색 등이었다. --- p.116

제이크는 십자가 위의 예수 이미지였다. 움푹 들어간 뺨 위로 덕지덕지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와 있었다. 예전에 가시관이 씌워져 있었을 법한 그의 이마에는 딱지가 앉아 있었으며 그의 허리 부분에서 구겨진 침대 시트는 허리춤 가리개 역할을 했다. 마르고 창백한 상반신에는 교통사고의 다른 상처인 넓은 자주색 찰과상과 황색의 타박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허리 아래 부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파된 차의 금속이 충돌의 순간에 한 다리를 절단시켰다. 나머지 다리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훼손되었고 입원 직후 몇 시간 만에 외과 수술로 제거되었다. 만약 제이크가 차 도둑이었다면 그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붕대가 감긴 절단된 하반신이 시트 밑에서 드러났을 때, 나는 그의 오른손 또한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제이크는 휠체어에 앉은 노인에게 없는 오른손을 들어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 --- p.213

찰스는 외과 의사들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화가 나있었다. 그들은 절개를 시작하려는 중이었다. 그의 복부 안쪽으로 손가락이 들어와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칼이 들어올 것이다. 이럴 수는 없었다. 그는 의사들에게 말해야만 했다. ‘자르지 말아요! 나는 아직 의식이 있어요! 제발!’
단어들이 그의 뇌에서 형성되었지만 발성 기관으로 가는 통로가 막혔다. 그는 칼날이 자신의 살을 자르고 있을 때 아무 동작도 소리도 없이 그냥 누워 있었다. 고통 때문에 그의 정신이 그의 몸에서 분리되었다. 천장으로 올라간 그의 정신은 수술 장면을 내려다보며 그는 화를 내는 의사가 여전히 무언가 불평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찰스는 어떤 사람들처럼 평온함이나 무관심을 느낀 것이 아니라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어떻게 신체에서 이탈한 그의 정신이 몸으로 다시 돌아갈까?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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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일런트 랜드』는 자그마하고, 기이하고, 아름다운 보석이다…… 브록스는 과학자이면서 시인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이 책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툴 가완데 (『합병증』의 저자)
『사일런트 랜드』는 놀랍다. 신경장애 환자들의 실제 사례, 공상과학 소설, 예리한 경구, 개인적 고백이 뒤섞인 기묘한 책이다…… 이런 다양한 소재들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법인데, 기이하게도 이 책에서는 아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사이먼 해튼스턴 (가디언)
건강인은 언제나 잠재적 장애인이다. 특히 뇌를 다치면 어떤 색다른 경험들이 다가오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상상적 고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신경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의학적 기여를 맛보게 하고 앞으로 그 기대와 기여에 한 획을 그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길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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