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넷의 나이로 지금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IT업계의 대부호 라이언은 언제나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해 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그의 회사 이름도 Be2DO(움직이기 위하여 존재한다)이다.
게다가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 친구 사만다도 있다. 이렇게 완벽한 라이언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아니, 위기보다 더욱 위험한 상태이다. 자다가도 일어나 파도타기를 즐기는 건강한 그의 심장에 문제가 생긴다. 심근증, 심장의 근육이 비대해지는 병. 원인은 유전, 알코올, 약물중독 등 다양하다. 남은 시간은 1년.
운명을 받아들이기보다 개척해 나간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라이언은 자신의 몸이 병들고 있지만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실망한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부터 자신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라이언은 서쪽 창문으로 주의를 돌렸다. 정체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소리는 멈추었다.
초승달 달빛으로는 창문을 두드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나방이든지 야행성 곤충일 가능성이 컸다.
라이언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책상에 놓인 두 손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앞서 발작이 일어났을 때 라이언은 자신의 심장을 어떤 우악스러운 주먹이 꽉 움켜쥐는 것만 같았었다.
또 다시 창가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이제는 가벼운 톡톡 소리가 아니라 가죽 장갑을 낀 주먹으로 쿵쿵 두들기는 것처럼 묵직하고 집요한 소리가 이어졌다. --- p.53
라이언은 자신이 기껏해야 1년밖에 못 살 거라고 했던 사마르 굽타의 말이 계속해 떠올랐다. 이미 1년의 6분의 1이 지나버렸다.
라이언은 TV 뉴스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소식을 볼 때면, 혹시 사고 당사자들이 운전 면허증을 취득할 당시 장기기증 서약서에도 서명을 했을지 궁금하게 여겼다. 대부분은 장기 기증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때때로 성난 고함을 지르는 일도 있었다. 사실 그런 행동은 정당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라이언 자신도 건강할 당시에는 장기 기증을 신청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라이언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장기 기증을 신청해놓은 상태였다. 혹시라도 심근증 때문에, 혹은 장기 이식을 받는 도중에 사망한다면 라이언의 나머지 장기들은 전부 남에게 주기로 되어있었다. --- p.162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바깥의 어두운 빛 속에서 형체는 조금 전보다 더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는데 그래도 침입자는 감히 저택으로 3미터 가량 더 다가왔다.
라이언이 불이 켜진 창 앞에 몸을 드러내고 서 있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집 바깥의 형체는 돌아서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갔다. 걸음을 옮긴다기보다는 마치 안개처럼 미끄러지며 움직였다.
날이 저물고 안개와 비까지 가세해 사방이 캄캄해졌다. 침입자는 모습을 다시 드러내지 않았다. --- p.205
라이언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바스락거리는 주머니를 손에 거머쥐었다. 주머니 속의 캔디에 적힌 글귀는 모두 똑같았다. '내 것이 되어줘(Be Mine).'
청소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볼 때, 이런 식의 캔디 선물 주머니 속에는 여러 가지 글귀가 적혀 있기 마련이었다. '사랑해', '그대에게', '키스해줘요' 등등.
'내 것이 되어줘'라는 한 가지 글귀만 모으려면 몇 봉지를 더 사소 자신이 원하는 글귀가 든 하트를 골라내야 했다.
욕실에서 라이언을 주머니의 리본을 풀고 하트 모양 캔디를 검은 화강암으로 된 카운터에 쏟았다. 윗면에 글귀가 적힌 캔디들은 전부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 p.207
클래식 차량이라기보다 경주용 자동차로 완전히 바꿔놓은 포드 쿠페에서 라이언은 손으로 수화기를 집어들 필요가 없었다. 때마침 휴대전화가 울렸을 때 라이언은 마음이 불안한데도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조금 전 라이언에게 칼을 들이댔던 여자였다. "고통이 어때?"
"당신이 원하는 게 뭐야?"
"내 말이 안 들리나 봐?"
"원하는 게 뭐냐고?"
"내가 어떻게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어?"
"당신이 누구냐고?"
"난 백합을 대신해 말하는 거야."
---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