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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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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646g | 140*190*27mm
ISBN13 9788959758784
ISBN10 8959758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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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이곳 4층 강당에서는 나고노 시 인근의 모형 마니아들이 모이는 ‘모델러스 스와프 미트’라는 행사가 열렸다. 데라바야시도 이 행사를 주최한 동아리의 일원이었기에 주요 스태프로서 참가 중이었다. 첫째 날 행사가 무사히 끝났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몇몇 동료들도 다 돌아간 상태였다. 주요 행사장인 강당은 이미 문이 굳게 닫혔다. 4층 동북쪽 모퉁이에 있는 대기실에는 데라바야시 혼자만 남아 있었다. 1층에서 늙은 경비원이 내선 전화로 문을 잠그고 어서 내려오라고 재촉을 한 참이었다.
--- p.15

예컨대 그 존재는 ‘연애’라는 낮은 수준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그리 믿고 있다.
좀 더 순수한…….
좀 더 고상한 평가다.
지금껏 그가 빚어낸 그 어떤 피규어보다도 완벽한 미(美)를 지닌 대상.
그것이 우연히 실물 크기의 살아 있는 인간이었을 뿐이다.
--- p.17

“어차피 오타쿠들 모임이지. 잘 봐두라고. 이상한 녀석들이 우글우글거리니까…… 모형이라고, 모형…… 오타쿠 중의 오타쿠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모에와 단둘이 되자 기도 세쓰코가 말했다.
“아버지도 범선 모형을 만드셨어요.” 모에가 생긋 웃었다.
“어머, 그래? 그건 멋진 취미네. 범선 모형만은 예외야.” 세쓰코는 짐짓 새침하게 대답했다.
--- p.42

창작이든 모형이든 원형이랄까, 다시 말해 프로토타입이 존재해요. 그 프로토타입을 모델이 추종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죠. 다시 말해 문장을 쓴다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응, 그래, 마찬가지네요. 모형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두 갈래로 나뉘어요. 프로토타입의 정확한 상사형(相似形), 다시 말해 스케일 다운을 노리는 모델과 형상에서 일탈해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모델. 전자는 스케일 모델이라고 불리고, 후자는 글자 그대로 프리라고 해요. 저작으로 말하자면 논픽션과 픽션 같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p.55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흥미가 있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하느냐 마느냐는 큰 차이입니다. 생각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실행하느냐 마느냐는 정상과 이상(異常)을 나누는 선이니까.”
“머리 모형은요? 그건 선을 넘지 않은 건가요?”
“물론 그렇습니다.”
“목을 자르는 매뉴얼은?”
“물론 그것도 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그렇겠지만, 문제는 그걸 받아들이는 인간한테 있습니다. 요리책에는 동물을 죽이는 법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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