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쓰고 읽다

쓰고 읽다

고종석 | 알마 | 2017년 01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15건 | 판매지수 12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68g | 153*200*30mm
ISBN13 9791159920615
ISBN10 115992061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바른말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언어가 언중言衆의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기가 책상 위에서 머리 굴리며 결정한 말이 ‘바른말’이라고 생각해. ‘금도襟度를 지킨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야. 국어사전에서 ‘금도’를 찾아보면 ‘남을 받아들일 만한 도량’이라고 풀이돼 있어. 예문으로는 “대인물다운 금도”라는 구절이 올라 있더군. 그렇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금도를 지킨다’고 말할 땐 대개 ‘지나침이 없이 절제한다’는 뜻이야. 사실 언중은 ‘금도’를 ‘禁度’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그런데 사전편찬자들은 이런 일상의 용법을 무시해. 사실 사전편찬자가 ‘언어생활의 감시자’가 돼서는 안 되지. 그들은 언어생활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어야 해.

에릭 시걸은 달리기광이었어. 단거리 장거리를 안 가렸지. 젊은 시절 한 20년간은 해마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꼭 참가했어. 고전문학 가르치기, 대중소설과 영화각본 쓰기, 달리기가 그의 삶이었어. 그는 약간 과장하자면 르네상스적 완전인에 가까웠지.
만년에 파킨슨병에 시달리던 그가 죽은 게 앞서 말했듯 불과 5년 전이야. 그때 나는 신문들이, 한국 신문들만이 아니라 외국 신문들까지도, 그에 대한 부고에 너무 인색한 데 놀랐어. 사실 어떤 인물에 대한 어떤 매체의 부고 기사를 보면, 그 매체의 취향만이 아니라 수준을 알 수 있어. 나는 에릭 시걸의 죽음이 조금 더 소란스러웠어야 했다고 생각해. 그냥, 이 글을 에릭 시걸에 대한 뒤늦은 부고로 읽어주기 바라.

어떤 책은 독자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그런 책을 만난 사람이 못 만난 사람보다 더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예컨대, 올해 들어서야 독일에서 비판적 주석을 붙여 출간된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해적판으로 나돌았지만, 그 책을 읽고 감명 받아 파시스트가 된 사람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야. 물론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 책만은 아니지. 스승,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 특이한 경험들, 그밖에도 많겠지. 내 경우는 삶이 책이라는 거푸집을 통해 빚어진 것 같아. 책이 사람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은 독자의 사상이나 이념의 수준에서도 가능하고, 직업의 수준에서도 가능해. 그리고 때때로 그 둘은 서로 길항하기도 하지.

찜찜하지만, 남 험담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네. 한강 씨의 맨부커국제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한 조간신문에는 이 경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잘 알려진 문학비평가의 글이 실렸어. 그 글 앞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어. “해방 이후 한국 문학은 한글의 우수성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생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한 한글의 고립성 때문에 유통에 심각한 곤란을 겪어 왔다.” 무슨 말인지들 혹시 이해가 되셔? 나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한글’이란 도대체 뭘까? 그리고 그 ‘우수성’이란 또 뭘까? 더 나아가 그 ‘고립성’이란 또 뭘까? 앞의 ‘한글’이랑 뒤의 ‘한글’은 같은 뜻일까 다른 뜻일까? 이런 문장은, 과장하자면, 한국어에 대한 테러야. 이런 테러가 다른 사람들도 아닌 문인들의 손을 통해 매일 저질러지고 있어. 김수영 이후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직 문학 이전에 있어. 아니면 문학을 누락한 채 문학 너머로 날아와버렸는지도 몰라.

인간의 도시가, 세속도시가 순수하게 성스러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세속은 거룩함을 배반하게 마련입니다. 속세는 무균실이 아닙니다. 세속도시는 본디 불순하고 불결합니다. 그러나 그 불순함과 불결함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합니다. 위생처리된 공간은 사실 죽음의 공간입니다. 순수와 청결을 향한 집착은 죽음을 향해 뻗어 있는 레일입니다. 히틀러도 스탈린도 위생처리 전문가였습니다. 그래서 불순함과 불결함을 참아내지 못하고 학살과 억압을 자행했습니다. 그리고 제 딴엔 그런 ‘살균작업’을 선이라 여겼습니다. 지선至善에 이르려는 적극적 도덕 말고 악을 줄이려는 소극적 도덕을 실천 강령으로 삼읍시다. 불순한 것이 싱그럽습니다. 불결한 것이 아름답습니다.

남아! 나잇살이나 먹었으면서도 나는 왜 이리 정치에 집착하는지. 누구 말마따나 정치는 정말 한국인의 히스테린가? 내겐 누려도 될, 아니 누려야 할 생의 정당한 사치가 수두룩한데 말이야. 서해 바다의 저녁노을, 몇 걸음의 산책(양재천이 늘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몇 마디의 밀어, 몇 모금의 에스프레소, 몇 움큼의 잔모래, 어린 조카들과의 볼뽀뽀, 몇 줄의 시 같은.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그런 정당한 사치를 누리려 애써볼 참이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0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5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2점 9.2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