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지 못한 몇 초와 견디고 있는 몇 년을 교환할 것이다 붉은 입술이 심장의 구멍이 될 때 머뭇거리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희미해진 심장으로」에서
밀렵을 두려워하는 사냥꾼의 눈동자를 볼 수 있어
그 속에 이름 없는 꽃밭을 일구고 씨앗이 저지른 향기들을 무심코 사랑하게 되자 사서함 속에 넘쳐 나는 빈 엽서들 누가 몰래 쓰고 간 내 이름은 사랑받으면서 이미 죽어 버린 것 ---「취미기술」에서
공동체라는 낱말에서 빠져나옵시다. 그렇다면 공동체라는 글씨는 희미해질 것입니다. 모든 이름을 불러 줄 수 없습니다. 헷갈린 이름 위에 반창고를 붙여 줍니다. 다정한 건 어렵지 않습니다. 조금 친밀해졌다면 개인 체조를 해 봅시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부리나케 뛰어다니거나 팔을 접어 베개로 삼는 모양으로부터. 공동체는 만화경 속을 들여다봅니다. 하나가 되는 일이 가장 많이 갖는 일입니다. 공동체라는 낱말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그는 첫 번째 미로를 통과한 셈이다. 어려운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헤매고 다니는 내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나는 그가 좋고, 그의 시가 참 좋다. 적어도 그는 세계를 깔보거나 비웃지 않으며, 자기를 과시하지 않는다. 그의 시가 자아내는 내밀하고 친숙한 분위기는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