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발장과 코제트 사이에는 어떤 결혼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영혼의 결혼조차도. 하지만 그들의 운명이 서로 맺어져 있는 것은 확실했다. 코제트를 제외하고, 다시 말해 그 소녀를 제외하고 장 발장에게는 평생을 통틀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무도 없었다. 장 발장은 할아버지, 아들, 오빠 그리고 남편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상한 아버지였다. 어머니마저도 포함하는 아버지였다. 코제트를 사랑하고 코제트를 숭배하는, 그리고 그 아이를 빛으로, 집으로, 가족으로, 조국으로, 천국으로 여기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코제트가 그에게서 달아나고,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고, 그를 피하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구름이었고 물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가 겪는 고통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 p.122
그 광경은 무시무시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가브로슈는 총을 쏘는 사람들을 짓궂게 약올렸다. 그것을 무척 재미있어하는 기색이었다. 마치 사냥꾼을 놀려대는 참새 같았다. 가브로슈는 총격에 매번 노래로 답했다. 적들은 쉬지 않고 가브로슈를 조준했지만 번번이 빗맞혔다. 국민병과 정부군은 그를 조준하며 웃었다. 가브로슈는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났고, 문 구석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튀어 올랐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고,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왔고, 총격에 야유로 응수했다. 그러면서 실탄을 약탈하고, 탄약통을 비워내고, 바구니를 계속 채웠다. 바리케이드 안 사람들은 떨고 있었다. 그러나 가브로슈는 계속 노래를 불렀다. 가브로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엿한 어른도 아니었다. 가브로슈는 아이 요정 같은 이상한 아이였다. 혼전 속에서도 끄떡없는 불굴의 난쟁이 같았다. 총알들이 가브로슈의 뒤를 따라다녔지만 가브로슈가 총알보다 빨랐다. 가브로슈는 죽음과 함께 뭐라 말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었다. 공포스러운 죽음의 얼굴이 다가올 때마다 가브로슈는 그 얼굴을 손가락으로 튕겨버렸다. --- pp.140-141
자베르는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자베르는 그 불쌍한 사람의 숭고함을 마음속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몹시도 끔찍한 일이었다.
자비로운 악당. 동정심 넘치고, 온화하고, 기꺼이 도움을 베풀고, 너그럽고, 악을 선으로 갚고, 증오를 용서로 갚고, 복수보다는 자비를 선택하고,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구해주고, 미덕의 꼭대기에서 무릎을 꿇는, 인간보다는 천사에 더 가까운 도형수. 자베르는 그런 괴물이 존재한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선의가 존재한다고 인정해야만 했다. 그 도형수는 선했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자신도 방금 선한 행동을 했다. 다시 말해 그가 변한 것이다.
그는 비겁했다.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자베르의 이상은 인간적이 되거나 위대해지거나 숭고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완전무결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과오를 범한 것이다.
--- pp.179-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