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 몇 년 동안의 베스트셀러 경향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독해력이 떨어졌다고 하기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쉬운 내용’으로 된 ‘바로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에만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쉬운 내용의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은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나왔다. 그 한권 한권에 대한 논평은 생략하지만, 그런 베스트셀러류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해답만을 제시해주는(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 쉽게 편승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책이 한번 베스트셀러가 되면 계속 팔리면서, 결국 ‘승리를 독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나는 1999년 『‘1인 승리’의 경제학-선택을 포기한 일본인』이라고 하는 ‘승리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해 고찰한 책을 낸 적이 있다. 그 책에서 내가 경종을 울렸던 것은 일본인의 선택하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에 대한 저하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꼭 초일류가 아니라도, 그 인기에 어울리는 품질을 가지지 못한 것들에 가끔씩 인기가 집중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자신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대중의 선택에 편승한다. ‘1인 승리’ 경제학 너머로 보이는 것은, 모두들 원하는 것을 서로 확인하면서 하나에만 모여드는 일본인의 무척이나 위험한 국민성이다.」 --- p.32, ‘저IQ사회의 출현’ 중에서
최근에는 TV의 저IQ화가 더욱 심해져 출연자가 바보일수록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바보 캐릭터’가 붐이다. 이런 경향을 조장하는 것이 퀴즈 프로그램으로, 퀴즈에 나온 탤런트가 정답을 맞히면 시청률이 떨어지고, 틀리면 시청률이 올라가는 본말이 전도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들이 활약하는 프로그램은 얼마나 멍청한지를 경쟁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비웃음을 유발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결코 지식을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8년 봄에 있었던 방송 개편에서 TV의 퀴즈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늘어났다. 하루 24시간 전국으로 방송되는 방송국에서만도 7개가 늘어, 지역 민방까지 합쳐 28개가 되었다. 하루에 4편이나 방영된다는 계산이 된다. --- p.52, ‘저IQ사회의 출현’ 중에서
일본 기업이 핑계로 자주 쓰는 말은, “반도체에 있어서 삼성은 개발코스트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독재 하에서 이루어지는 경영이므로, 민주적인 일본 기업이 배울 것은 없다”고 강변한다. 특히 두 번째 ‘이건희 회장의 독재’라는 말은 정말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이건희식 경영의 어그레시브한 면이나, MBA 취득자를 엄청나게 모았느니, 전세계에 매니저들을 보내 1년 동안 놀게 하는 방침을 채택했느니”하는 글을 써도 일본의 경영자들은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삼성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까지 했다. 이건희 씨가 장남에게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일로 소환되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래서는 완전히 사고가 정지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위기감이 제로인 것이다. --- p.56, ‘저IQ사회의 출현’ 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 그중 29세 이하의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인은 예전과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욕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 전반은 소년기에 ‘버블붕괴’를 맞았다(버블붕괴의 시작이었던 1989년에 10세였던 청년들). 즉 물심이 생기고부터 일본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밝은 뉴스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우선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희망 따위는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여 담담하게 생활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현재의 일본에서 살아가는 것만 생각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정도의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덕분인가, 이 시대에는 이렇게도 욕심이 없는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은이들은 욕망을 나타내지 않고 상승지향적이지도 않다. --- p.199, ‘욕망 없는 젊은이들과 학력 저하’ 중에서
나의 소견으로는 중규모 국가 중 글로벌화에 매우 잘 대응한 국가는 독일과 한국이다. 일본인은 독일은 별개로 치더라도 한국에게서 배우라는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는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현재 한국은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경제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다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위기로 국가경제가 도탄에 빠진 후 세운 ‘글로벌화 전략’은 배울 점이 많다. 이것으로 인해 전 국민들 사이에서 위기의식이 싹트고 ‘이대로는 안 된다’며 사회 전체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독일의 경우에는 국가 자체가 다른 나라가 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덴마크나 핀란드처럼 국가 규모가 작지 않아 대응력이 둔하다는 측면도 있었다. 또한 역사적인 관습과 전통문화도 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화에 대응해나갔다.
한국의 변화에서 놀라운 점은 우선 대학교육이며, 그 다음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변화이다. 이미 교육의 장에서도 거론했지만 대학과 기업 모두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그러한 인재를 세계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 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한국의 대기업이라면 삼성, LG, 현대, 포스코 등이지만 이런 기업은 대학에서 배출된 글로벌 인재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글로벌화 전개를 하게 되었다. 삼성은 반도체로 세계를 재패했고, 현대는 조선업계 세계 1위가 된 것도 그 결과이다. LG도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백색가전 분야에서 세계 3위로 선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제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잊고 세계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변모했다. 한국의 일류대학이 지금 수업의 절반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앞서 말했지만 그 교육의 근간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리더십 교육이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통해도 세계에서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관점에서 커리큘럼을 변경하고 영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 pp.309-310, '승자에게 배워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