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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키우는 남자

아이 셋 키우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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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02g | 152*218*30mm
ISBN13 9791187509073
ISBN10 1187509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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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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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아내와 즐겼던 맥주 한잔, 달을 보며 산책하다 마시는 선선한 밤공기, 정갈하게 정돈된 거실이며 서재. 무엇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풍성함.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아무것을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 아이를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가장 목마른 것은 바로 혼자 있는 시간입니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뭔가를 요구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현상에 대하여 명쾌한 답변을 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24시간을 보내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합니다. 즐거움의 원천이면서도 괴로움의 근원이기도 하죠. 생각만 해도 너무 간절하고 그립지 않나요. 글을 쓰는 지금도 막내가 깰까 한쪽 귀는 아이가 자는 방으로 안테나를 뻗고 있습니다. 언제 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혼자 있는 시간’은 소금이나 빛과 같습니다. 영혼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죠. 어떤 말도 소금과 빛을 빼앗긴 영혼에게 위로가 안 됩니다. 그러니 위로하지 마세요. 그저 아내 또는 남편에게 그 시간을 주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둘, 태평양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 ‘육아해방절이 필요해’」중에서

어디서 구린 냄새가 올라옵니다. 아휴. 너도 사람인데 말은 못해도 얼마나 찝찝하겠냐. 똥이 엉덩이에 눌리지 않게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서 번쩍 들고 욕실로 갑니다. 가는 길에 갑자기 발바닥의 통증과 함께 짜증이 밀려옵니다. 아, 저 망할 놈의 블록! 온 사방이 지뢰밭입니다. 거실로 갖고 나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후회는 늦기 마련. 왼팔에 아이를 걸치고 씻다 보면 이 녀석이 세면대 옆의 세안제를 집어다가 변기에 빠뜨립니다. 아이, 진짜 여기에 두지 말라니까! 아무리 말해도 애들 엄마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아내도 저를 힘들게 하려고 태어난 게 분명합니다.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히는데 옷에 똥이 묻어 있는 게 보입니다. 또 한숨만. 아이들 방으로 가서 적당한 옷을 하나 꺼내옵니다. 그런데 이놈이 또 그 틈을 타 식탁을 습격합니다. 양손은 물론이고 온몸에는 밥풀과 양념이 맛있게 발려 있습니다. 허망한 표정의 아빠를 보고 킥킥 웃습니다. 아이, 진짜 이걸 때릴 수도 없고!
---「넷, 오늘을 팔아 내일을 살 수는 없잖아 - ‘욕실(浴室)은 욕실(辱室)이다’」중에서

그렇다면 똥은 저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경험의 스펙트럼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혀준 존재입니다. 위생적으로 이보다 더러운 경험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요. 아이를 키울 때 ‘더러워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때로는 맨손으로 아이들이 토한 것을 치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기들 입에 묻은 것을 아빠 옷에 묻히는 건 너무나 빈번하죠.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때로는 씻지도 못하고 병원을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집 안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깔끔하게 굴기는 쉽지만 지저분함을 감당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똥입니다.
---「여섯,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없겠다 - ‘똥으로 얼룩진 인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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