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열다섯에 결혼했다. 나를 낳기 전 아이가 둘 있었고, 영화사에서 필름을 편집하는 일을 했다. 평소보다 집에 일찍 돌아온 어느 날, 남편이 다른 여자와 뒹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심하게 말다툼을 하다가, 남편은 문을 쾅 닫고 집을 나가버렸다.
― 되찾은 하얀 피아노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나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내 삶에는 키스나 약속이 없었다. 외롭다는 생각에 죽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몽상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 했다. 다른 아이들이 사랑받는 것처럼 누군가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의 주의를 끌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며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꿈꾸는 정도로 타협했다.
― 내가 처음 저지른 죄 중에서
사람들이 나를 갑자기 좋아하게 된 데에 성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섹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 몸은 수수께끼처럼 나타난 친구 같은 것이었다. 그야말로 마술 같은 친구였다. 몇 주 뒤 어느 날 아침, 거울 앞에서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다. 금색 속눈썹은 짙은 색으로 칠했다. 옷을 살 돈이 없어서 가진 것이라곤 고아원복과 스웨터 하나뿐이었지만, 립스틱과 마스카라는 옷과 같은 역할을 했다. 화장을 하니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얼굴이 화사해 보였다.
― 수학 시간에 일어난 일 중에서
결혼이 내게 베푼 가장 중요한 혜택은 고아라는 나의 지위를 영원히 끝내준 것이었다. 그점에 대해서는 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는 나를 파란 치마와 흰 블라우스에서 구해준 백마 탄 기사였다. 요부로서 인기를 끄는 것을 끝내려면 결혼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던 많은 사람들의 말이 옳았다. 남자들은 도허티 부인을 쫓아다니지는 않았다. 입에 물었던 장미가 떨어져버린 것 같았다.
― 요부로 진출하다 중에서
“노마 진은 여기서 끝난다”고 지금 막 쓰고 나니, 마치 거짓말을 하다 들킨 것처럼 얼굴이 달아오른다. 너무 조숙했던 이 슬프고 가련한 아이는 내 마음에서 떠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큰 성공을 거둘 때도 나는 노마 진의 겁에 질린 눈이 아직 내 속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즐겁게 살지 못했고 한번도 사랑받지 못했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나인지 생각하며 혼란에 빠진다.
― 결혼에 내일 어두운 그림자 중에서
강사는 내가 만난 가장 재미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녀가 르네상스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서사 극영화보다도 열 배는 더 멋지게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강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틴토레토를 만났으며, 언제나 새로운 천재가 나타났다.
밤에는 침대에 누워 내가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물론 지금은 죽어 있겠지. 그러나 르네상스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았다.
몇 주 후에는 학습 범위를 넓혔다.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몇몇의 책을 사는 것부터 시작했다. 머리가 핑핑 돌 때까지 그 책들을 읽었다.
― 나도 유식해질 테야, 이제 곧 중에서
그가 날 사랑하기만 한다면 멍청이가 되는 것쯤은 아무 상관 없었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면 나는 길가 도랑 안을 걷고 있고 그는 인도로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눈에 사랑이 깃들어 있는지 올려다보는 것뿐이었다.
어느 날 밤 내 방에 함께 있던 그가 갑자기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결혼에 대해 죽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지만, 계속 아들 녀석이 걱정되어서 말이야. 우리가 결혼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가령 내가 갑자기 죽는다거나 하면, 아들놈한테 아주 나쁠 거 아냐.”
“왜?” 내가 물었다.
“당신 같은 여자 손에서 크는 건 그 녀석한테 이롭지 않을 거야. 그 녀석한테 몹쓸 짓을 하는 거지.”
― 첫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