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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 모중석스릴러클럽-002이동
리뷰 총점9.1 리뷰 69건 | 판매지수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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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764g | 140*210*35mm
ISBN13 9788934977018
ISBN10 893497701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현실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기를 바랐다. 그녀에게 예술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본다. 훌륭한 그림은 예술가가 내다보는 세상을 보여준다. 예술가가 무엇을 보는지,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가 그 속에 담겨 있다. 현실은 항상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았다. 도발적이고 보기 흉하게 그려질 때도 있고, 매력적이고 묘하게 끌리는 모습으로 그려질 때도 있다. 그레이스가 원하는 것은 ‘반응’이었다. 현실 속의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즐기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이 자신이 그린 일몰을 보고 감동하기를 바랐다. 그들이 자신의 그림에서 시선을 뗄까말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 p.33~34

이 모든 게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비극적인 사건이 터진 직후에 읽었던 수많은 기사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레이스는 헷갈렸다. 두 가지 모두가 원인일 거라는 추측도 해보았다. 원래 꿈은 기억을 열지 않던가? 잠에서 깬 후에 그녀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 사건이 터지기 며칠 전의 기억부터가 깡그리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사건이 터지기 오 일 전, 기말고사를 앞두고 정치학 공부에 매진하던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의사들은 별문제가 아니니 염려할 것 없다고 했다. 뇌가 충격을 받아 그럴 뿐이라고. 하지만 잠재의식은 알쏭달쏭한 영역이었다. 어쩌면 꿈이야말로 신뢰할 만한 기억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몽상. 그녀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무게를 실었다. --- p.75

그레이스가 살해된 그의 아들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고 설명했음에도 그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움찔하지도 않았고,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지도 않았으며, 목소리의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노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도 감정의 폭이 좁은 것일까? 그레이스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노인들은 작은 일에 무척 짜증을 낸다. 교통 체증, 공항의 긴 줄, 나쁜 서비스. 하지만 큰일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하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건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다가오면 누구나 큰 불행을 조용히 흡수하거나 막아내거나 툭툭 털어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건가? 박약함이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방어 메커니즘이나 생존 본능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건 아닌가? --- p.270~271

“뭐 하는 거야?”
남자는 파란색 벨루어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그는 안에 셔츠를 받쳐 입지 않았다. 맨 가슴엔 털이 무성하게 나 있었다. 그는 덩치가 컸고, 우락부락했다. 우가 오른손을 뻗어 남자의 뒤통수에 댔다. 그러고 나서 뒤통수를 잡은 손을 홱 잡아당기는 동시에 왼쪽 팔꿈치로 남자의 후골을 깊게 찔러넣었다. 그의 목이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숨통이 나뭇가지 부러지듯 무너졌다. 남자가 푹 고꾸라졌다. 그의 몸은 꼭 선창에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심하게 뒤틀렸다. 우가 그를 밀쳐내며 밴 안으로 들어갔다.
밴 안에는 무전기와 쌍안경, 그리고 총이 놓여 있었다. 우가 총을 집어들고 허리춤에 꽂았다. 남자는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꿈틀거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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