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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38쪽 | 578g | 148*210*30mm
ISBN13 9788925119229
ISBN10 892511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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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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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 그치지 않는 비

쏴아아아아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빗줄기가 땅을 때리는 소리가 고막을 세차게 울린다.
나백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비가 미친 듯이 그의 얼굴과 몸을 때린다. 검을 쥔 오른손은 풀 속에 잠겨 있었고, 그의 왼손은 그의 가슴께에 놓여 있었다. 현재 그는 풀밭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주위에는 나무들이 그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운 이 공간만은 마치 숲 속에서 도려내어진 듯 텅 비어 있었다. 그 많은 나무들 중 단 한 그루도 그의 우산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왼손을 들어본다. 붉은 피가 가득하지만, 떨어지는 빗물에 금방 씻겨 나간다.
자신의 피다.
또다시‘그때’입은 상처가 터진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일까? 상처가 아물 시간조차 없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비가 미친 듯이 내려 전신을 때린다.
몸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움직여야 했어. 어서 이 자리에서 움직여야 했다.
그는 오른팔을 들어보려 한다. 그러나 검이 만 근이라도 되는 듯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리마저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다. 땅속으로 파고들어 갈 것만 같다.
얼마 만일까?
이토록 지독하게 부상을 입고 땅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못하게 된 것은.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점점 더 눈이 감긴다.
피곤하다. 지독히 피곤하다.
잠을 자고 싶구나…….
눈꺼풀이 다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비가 눈에 들어왔는지, 눈앞이 안개라도 낀 것처럼 뿌옇게 흐리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정천맹주씩이나 되는 자가 이름없는 들판에 누운 채 이게 대체 무슨짓이란 말인가.
‘꼴사납군.’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정말 꼴사납다.
피곤하다.
오늘은 더 이상 추적이 없겠지…….
‘그 일곱이 이렇게까지 강하다니…….’
피곤하다. 잠이 온다. 의식이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자고 싶다……. 눈이 감긴다. 캄캄한 암흑이 찾아온다.
차가운 비도 더 이상은 그의 의식을 깨우지 못한다.
시야 안을 서서히 번져 가는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예린아…….’
너의 웃음을 보고 싶었는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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