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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1

인연 만들기 1

: 인연 찾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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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3쪽 | 42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5457
ISBN10 89575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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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양반들이 일부러 짜고 자식들을 모함했다…… 그게 당신 생각인 거야?”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아버지가 소싯적에 고생을 하고 험한 장사꾼 노릇을 한 사람이라도, 멀쩡한 아들을 그런 식으로 싸잡아 얘기한 데는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다.
여준은 인상을 박박 그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기심 유발치고는 치사한 방법을 쓰셨다. 자식들을 바보로 만들다니.
“둘 중에 하나지요. 그거거나, 아니면 당신 말대로 자기 자식들이 너무 귀해서 생날라리나 날건달한테 넘기기 싫었거나.”
“만약 후자였다면 우리 아버지는 절대 날 공항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야.”
“그랬다면 우리 아버지 역시 한국 땅까지 날 안 보내요.”
“그럼 결국 얕은 수를 쓰신다?”
“그럴 확률이 높아요.”
여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상은을 조금은 달라진 눈빛으로 바라봤다. 머리가 좋은 여자였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그조차 짐작하지 못한 두 노인네의 잔재주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난 세 번째 이유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란 말이지.”
“세 번째, 뭐요?”
“두 양반들이 하신 말씀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양쪽 다는 아니라도 말이야.”
의미심장한 저 눈빛은 자신은 아니라는 눈빛이다. 기가 막혀서. 그래, 전 아니고 나만 그렇다? 이런, 날 아주 우습게 알고 있구만.
“사실이에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 지고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공중에서 불꽃을 내며 부딪쳤다. 이 여자가 본인 말대로 생날라리는 아닐지라도 고집은 좀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자신의 눈빛을 한 치도 피하고 않고 마주 바라보고 있지.
“그럼 부모님 소원대로 우리 그냥 사귀는 척이라도 할까? 그러면 두 분의 간섭이 좀 줄어들 거 아니야. 당신들 뜻대로 되어가고 있으니까.”
당돌한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여준이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효자시군요. 이 상황에서도 아버님 편을 드는 걸 보면.”
상은이 살짝 미간을 모은 채 그를 다시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은 사람이 어울리지도 않게 효자 흉내를 내고 있다. 인상 박박 긋고 회장님에게 대들던 그의 참모습을 상은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그렇게 효자 노릇을 하겠다면, 나 역시 부모 말을 잘 듣는 좋은 딸이 되어야겠지. 아니, 정혼자의 뜻을 잘 따라주는 좋은 약혼녀가.
“그럼 당신 생각은?”
“나 역시 효녀예요. 우리 아버지가 원하는 여자가 될 생각이에요. 아주 구체적으로.”
그녀가 결심한 듯 눈빛을 반짝이며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려고?”
어쩐지 불안하다. 저 여자 입에서 또 무슨 소리가 나올까?
“어떻게 하긴요. 난 고집불통 날라리가 될 테니까…….”
똘똘하게 자기 몫을 이야기하던 그녀가 중간에서 딱 멈추고 여준을 바라보았다. 뒷말을 이으라는 소리다.
“난 날건달 바람둥이가 되라고?”
“그럼요. 각자 부모들의 말이 사실인 줄 알면 아마 우리 아버지도 손들 거예요.”
“내 방법보다 마음에 드는군. 독창적이야.”
그는 결국 인정했다. 약혼이라고 덥석 해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었다.
“제가 좀 창의적이라는 소리를 듣긴 해요. 당신하고도 말이 통하는군요.”
“당신도 아주 꽉 막힌 여자는 아닌 것 같군.”
“그럼 우리 계약한 거예요.”
“그럽시다. 생날라리에 바람둥이라, 아주 마음에 드는군.”
여준과 상은은 약속을 다짐하는 의미로 눈앞의 칵테일을 ‘쨍’ 하고 부딪쳤다.
--- pp.7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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