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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세트

인연 만들기 세트

[ 전2권,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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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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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96쪽 | 86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5471
ISBN10 89575154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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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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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양반들이 일부러 짜고 자식들을 모함했다…… 그게 당신 생각인 거야?”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아버지가 소싯적에 고생을 하고 험한 장사꾼 노릇을 한 사람이라도, 멀쩡한 아들을 그런 식으로 싸잡아 얘기한 데는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다.
여준은 인상을 박박 그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기심 유발치고는 치사한 방법을 쓰셨다. 자식들을 바보로 만들다니.
“둘 중에 하나지요. 그거거나, 아니면 당신 말대로 자기 자식들이 너무 귀해서 생날라리나 날건달한테 넘기기 싫었거나.”
“만약 후자였다면 우리 아버지는 절대 날 공항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야.”
“그랬다면 우리 아버지 역시 한국 땅까지 날 안 보내요.”
“그럼 결국 얕은 수를 쓰신다?”
“그럴 확률이 높아요.”
여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상은을 조금은 달라진 눈빛으로 바라봤다. 머리가 좋은 여자였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그조차 짐작하지 못한 두 노인네의 잔재주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난 세 번째 이유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란 말이지.”
“세 번째, 뭐요?”
“두 양반들이 하신 말씀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양쪽 다는 아니라도 말이야.”
의미심장한 저 눈빛은 자신은 아니라는 눈빛이다. 기가 막혀서. 그래, 전 아니고 나만 그렇다? 이런, 날 아주 우습게 알고 있구만.
“사실이에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 지고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공중에서 불꽃을 내며 부딪쳤다. 이 여자가 본인 말대로 생날라리는 아닐지라도 고집은 좀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자신의 눈빛을 한 치도 피하고 않고 마주 바라보고 있지.
“그럼 부모님 소원대로 우리 그냥 사귀는 척이라도 할까? 그러면 두 분의 간섭이 좀 줄어들 거 아니야. 당신들 뜻대로 되어가고 있으니까.”
당돌한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여준이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효자시군요. 이 상황에서도 아버님 편을 드는 걸 보면.”
상은이 살짝 미간을 모은 채 그를 다시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은 사람이 어울리지도 않게 효자 흉내를 내고 있다. 인상 박박 긋고 회장님에게 대들던 그의 참모습을 상은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그렇게 효자 노릇을 하겠다면, 나 역시 부모 말을 잘 듣는 좋은 딸이 되어야겠지. 아니, 정혼자의 뜻을 잘 따라주는 좋은 약혼녀가.
“그럼 당신 생각은?”
“나 역시 효녀예요. 우리 아버지가 원하는 여자가 될 생각이에요. 아주 구체적으로.”
그녀가 결심한 듯 눈빛을 반짝이며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려고?”
어쩐지 불안하다. 저 여자 입에서 또 무슨 소리가 나올까?
“어떻게 하긴요. 난 고집불통 날라리가 될 테니까…….”
똘똘하게 자기 몫을 이야기하던 그녀가 중간에서 딱 멈추고 여준을 바라보았다. 뒷말을 이으라는 소리다.
“난 날건달 바람둥이가 되라고?”
“그럼요. 각자 부모들의 말이 사실인 줄 알면 아마 우리 아버지도 손들 거예요.”
“내 방법보다 마음에 드는군. 독창적이야.”
그는 결국 인정했다. 약혼이라고 덥석 해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었다.
“제가 좀 창의적이라는 소리를 듣긴 해요. 당신하고도 말이 통하는군요.”
“당신도 아주 꽉 막힌 여자는 아닌 것 같군.”
“그럼 우리 계약한 거예요.”
“그럽시다. 생날라리에 바람둥이라, 아주 마음에 드는군.”
여준과 상은은 약속을 다짐하는 의미로 눈앞의 칵테일을 ‘쨍’ 하고 부딪쳤다. --- 1권, pp.72~74

“뭐야?”
대운이 씩씩거리며 문을 열어젖혔을 때 거기 그녀가 있었다.
“환영하는 방법이 원래 이렇게 열렬해요?”
대운은 재빨리 그녀의 작은 가방을 살폈다.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여자들이 들고 다니는 간편한 손가방은 아니었다. 틀림없이 작은 여행용 가방이었다.
“결심한 거야?”
“아직 생각 중이에요.”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만 해, 생각. 그냥 여기서 끝내. 이곳까지 온 여기까지야.”
그가 무작정 입술을 부딪쳐왔다. 가방이 소리 내며 떨어졌지만 두 사람 다 서로에게 열중하느라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사실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입술에서 나온 열기가 혈관을 타고 심장과 가슴을 지배했다. 오랜 갈망이 서로의 내부에서 폭발하고 온몸이 불타올랐다. 굶주린 듯 탐하는 그의 키스에 그녀 역시 똑같은 열정으로 함께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기로 했잖아요.”
집요하고 오랜 키스 끝에 자신의 심장처럼 힘차게 무섭게 뛰고 있는 그의 가슴에 몸을 기댄 채로 효은이 중얼거렸다.
“알아. 하지만 당신 결심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녀는 겨우 현관에서 거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컴컴해요. 이 집은 불 없어요?”
그녀가 투덜거리자 대운뫀 얼른 다가가 스위치를 올렸다. 효은이 한쪽 손을 허리에 갖다댄 채 어깨를 꼿꼿이 펴고 집 안을 둘러보았다.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
어두운 브라운 계열로 차분하게 정리된 집은 거대하고 웅장하고…… 마치 그를 보는 것 같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컬러와 간결하고 차분하게 정리된 공간. 편안한 듯한, 하지만 지나치게 가라앉은 느낌에 널찍하면서도 인정머리 없는 공간이었다. 그나마 브람스의 선율이 조금은 따뜻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난 밥 먹어야 돼요.”
그의 뜨거운 눈초리를 피한 그녀가 거실로 향하며 빠르게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뭐?”
그가 한순간 효은의 앞선 질문을 언뜻 이해하지 못했다.
“밥 안 먹고는 못 살아요. 그리고 내 방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내가 결심할 때까지 강요하지 말았으면 해요.”
“마음대로 해, 다 원하는 대로 하라고. 밥을 해먹든 빵을 먹든 상관없어. 방은 원하는 곳으로 선택하라고.”
그녀는 그의 무조건적인 승낙에 눈을 반짝이며 빤히 대운을 주시했다. 마지막 한 가지가 더 남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그는 다음 조건을 읽었다.
“강요 안 해, 하지만 너무 오래 끌지는 말라고.”
그가 마지막 말을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날 밤부터 두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살았다.
--- 2권, 「12. 난 당신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어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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