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래!”
월요일 아침, 학교에 갈 준비를 하던 코디는 주방에 들어 서며 소리쳤다. 코디는 하나로 묶은 빨간 머리를 돋보이게 하는 노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무릎이 닳은 청바 지와 빨간색 컨버스 운동화로 완성된, 깔끔한 옷차림이었다. 봄이라 날씨는 포근했다. 빨간색 후드 티셔츠만 걸치면 등교 준비가 끝날 것이다.
“무슨 일이니?”
코디의 엄마, 존스 부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홀
짝이며 물었다. 엄마는 경찰복을 갖춰 입고 버클리 경찰서로 출근할 준비를 마친 뒤였다.
“선생님이 과제로 내 주신 수수께끼를 못 풀겠어?”
“아뇨.”
코디는 네 살 난 여동생 타나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수 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타나는 청각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했다.
“수수께끼는 쉬웠어요.”
코디는 식탁 의자에 앉아 시리얼을 그릇 가득 붓고 우유 를 따랐다.
“요즘 수업 시간에 고대 이집트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스 태들호퍼 선생님이 이집트 상형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해독 표를 주셔서 그걸로 수수께끼를 푸니 간단했죠.”
코디는 말을 마치고 시리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상형…… 그게 뭐야?’
타나가 지문자로 ‘상형 문자’를 쓰려고 애쓰며 말했다.
코디는 지문자로 천천히 ‘상형 문자’를 적은 뒤, 수화로 말 했다.
“상형 문자는 그림이 문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거야.”
코디는 엄마에게로 몸을 돌렸다.
“금요일에 산호세 지역에 있는 로지크루시안 이집트 박물 관을 견학하기로 했어요. 상형 문자랑 고대 유물들을 구경할 거예요. 어쩌면 미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코디는 미라를 본 적이 없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라들 은 가짜 티가 많이 났다. 코디는 진짜 미라를 보면 겁이 날지 궁금했다.
“그럼 뭐가 문젠데?”
엄마가 물었다.
“해독해서 나온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코디는 가방에서 숙제를 꺼내 엄마에게 보여 드렸다. 상형 문자 아래에 코디가 해독해 놓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엄마가 낯선 단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전에서 찾아봤니?”
“네, 사전에는 ‘비밀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적혀 있 어요. 일종의 암호처럼요. 하지만 설명은 그게 전부예요.”
“흠, 스태들호퍼 선생님이 너희에게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내 주신 것 같구나.”
엄마가 말했다.
“그러니까요! 박물관에 비밀 메시지가 잔뜩 있었으면 좋겠 어요. 선생님 말씀으로는 박물관에 수수께끼가 가득할 거래 요. 최근에 받아쓰기한 단어들을 공부하라고도 하셨어요. 현 장 학습 날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거래요. 선생님이 저희를 위해 더 많은 수수께끼를 만들고 계신 모양이에요.”
“재미있을 것 같구나. 어떤 단어들을 새로 배웠니?”
엄마가 물었다.
“이집트 신과 여신들의 이름이에요.”
코디는 엄마에게 받아쓰기 단어 목록을 내밀었다. 아문, 아누비스, 바스테트, 호루스, 이시스, 오시리스, 세크메트, 소 베크, 마아트, 토트 등등.
“이 신과 여신들을 어떤 의미로 숭배했는지는 알고 있니? 이집트의 신들에게는 각각 맡은 분야가 있었어.” --- p.17-21
코디는 해독표를 사용해서 남자의 목에 새겨진 문신을 해 석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글자는 본 적이 있었다. ‘스테가노그래피’의 ‘s’였 다. 나머지도 마저 해석하자, 코디가 아는 단어가 나왔다. 스 태들호퍼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들은 적 있는 단어였다. 그 건 남자의 티셔츠에 그려진 동물의 이름이기도 했다.
스태들호퍼 선생님의 말에 코디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여러분, 이집트 박물관의 큐레이터 캐세트 씨를 기억하나 요? 우리 학교를 방문했었죠. 이쪽은 말리크 조던 박사입니다. 이곳 로지크루시안 이집트 박물관에서 예술품 보존사 겸 위조품 감별 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손상된 예술품을 어떻 게 복원하고, 어떻게 위조품을 알아보는지 설명해 줄 거랍니 다. 조던 박사님의 설명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조던 박사가 허리를 살짝 굽히자 학생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캐세트 씨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조던 박사를 지켜 보고 있었다. 보존실 뒤편, 그림자 속에 경비원 사이먼 우드 가 서 있었다. 아직도 굳은 얼굴이었다. 코디는 다른 경비원 한 명은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다.
“버클리 중학교 학생 여러분,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이 제 작업실이에요. 여기서 저는 오래된 회화, 조각, 유 물을 복원하는 일을 합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또 관리 부 실로 더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거죠.”
조던 박사가 보존 기법을 설명하는 동안 코디는 딴생각에 잠겼다. 혹시 미라가 있는지 궁금해서 보존실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바빴다. 하지만 조던 박사의 입에서 ‘위조’라는 말이 나오자 코디는 귀를 쫑긋 세웠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웬만한 미술관의 유명한 작품은 적어 도 한 번은 복제를 당했습니다. 물감, 붓질, 도구, 심지어 벌 레 구멍 등을 연구해서 그림이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알아낼 수 있어요. 놀랍게도 많은 위조범들이 위조에 성공한 걸 뿌 듯해하면서 ‘명함’이라는 걸 남깁니다. 자기를 드러내는 상징 이나 메시지 같은 거죠.”
“와!”
“멋있어요!”
“대단한데요!”
학생들이 곳곳에서 속삭였다.
조던 박사가 말을 이었다.
“위조범들은 때로 위조품을 특별한 화학 물질에 담가서 오 래된 효과를 냅니다. 하지만 그건 금세 알아볼 수 있어요. 우 리도 물감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화학 물질을 사용하거든 요. 때로는 X-레이, 적외선,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을 사용 하기도 합니다. 컴퓨터를 동원하는 일도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말하자면 예술계의 CSI와 비슷합니다. 법의학의 기법들 을 많이 사용하지요.”
‘대단해!’
코디는 생각했다. 조던 박사가 하는 일은 코디의 엄마와 같은, 즉 경찰과 비슷한 일이었다. 다만 그들은 예술품의 진 위를 판단한다는 것만이 달랐다.
“박물관에서 위조품을 발견한 적도 있으세요?”
잭이 물었다.
“아뇨…….”
캐세트 씨가 재빨리 끼어들어 답했다.
그러나 조던 박사가 캐세트 씨의 말을 끊었다.
“미라벨,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한 번은 위조 장신구를 팔 려던 사람이 있었는데, 위조품인 게 금방 탄로 났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안에 위조품이 전혀 없다는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지 못한 걸 수도 있지요.”
‘우리가 위조품을 발견하면 좋을 텐데.’
--- p.7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