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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녁
박제영 | | 2017년 02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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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43g | 128*200*8mm
ISBN13 9791160200133
ISBN10 116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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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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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본적이 없지라

본적을 만들겠다고 신춘이니 창비니 문지니 하는 거대 문파에 입적하겠다고 굴신거리던 때가 있었지라

수십 년 강호를 떠돌면서 구파일방의 제자들과 숱하게 일합을 겨뤄봤는데 거 별거 아닙디다

강호의 고수는, 진짜배기는 따로 있지라

무당이니 소림이니 구파일방의 본적을 내밀면 필경 가짜지라

본 적 없다고 오래 전에 본적을 버렸으니 본적을 묻지 말라면 그기 방외거사, 진짜지라


아, 옛날이여

한때 시인은 無籍이었다
無籍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한때 시인은 無錢이었다
無錢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한때 시인은 無産이었다
無産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한때 시인은 無名이었다
無名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냐고?
에끼, 이 사람아, 지금 시인이 어딨노


어미
지구에는 1,400만 종의 생물이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어미
라는 족속보다 더한 별종을 알지 못한다
?에밀 조르, 「어느 생물학자의 노트」에서

한때는 여자였고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모두 아궁이에 던져버리고
스스로 불이 되었으니
어미는 얼마나 뜨거운 족속인가

젖을 달라면 젖을 주마
뼈와 살을 달라면 뼈와 살을 내어주마
내 너를 잃으면 창자를 끊으리라
어미는 얼마나 독한 족속인가

어미를 지펴서 어미를 태워서
한 식구의 구들장이 절절 끓는 것이다
한 식구의 캄캄했던 밤이 환한 것이다

독한 년! 모진 년!
세상의 욕은 어미가 모두 거둘 것이니
너는 살아야 한다
어미를 딛고 살아남아야 한다

불에 덴다한들 어떠랴
독이 오른들 어떠랴

지구에는 6,000여 종의 언어가 있다고 하지만
어미, 그보다 더 간절한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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