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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집

저녁이 아름다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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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14쪽 | 364g | 135*204*30mm
ISBN13 9788925534299
ISBN10 892553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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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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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수척한 팔 위로 푸른 정맥이 지나갔다. 57세. 하루미. 터무니없어. 나는 고개를 흔들 뻔했다. 그녀의 관능을, 불현듯 보았고, 내치려 했다. 나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미망인. 무렴하게도 첫 대면에 관능과 싸우다니. _ 〈승경〉 중에서

액션을 설치하고 타현 거리와 건반을 조정하는 당신의 모습은 아주 온순한 흑곰과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노련한 조련사 같았어요. 검고 딱딱한 목질의 피아노가 당신 앞에서는 덩치에 비해 곰살스럽기 그지없는, 털 달린 생명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현의 장력을 더하거나 풀면서 당신은 이따금씩 건반을 눌러 배음에 귀를 기울였어요. 소리굽쇠를 두드려 배음의 진동수를 조정할 때마다 피아노는 높고 낮은 음을 나른하게 토해냈는데, 제게는 그 소리가 기분 좋아진 짐승의 행복한 신음으로 들렸어요. _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중에서

불망!
그 소리는 경천동지할 만큼 커서 대부분의 아낙들은 뒤로 나가자빠졌다.
내가 병들어 죽을 거였으면 어쩌자고 애먼 애들을 죽였나? 내가 살려고 애들을 죽였으면 미안해서라도 살아남아야지.
병 털고 살아남으려고 이렇게 명두님을 찾았잖아요.
죽지 않으려면 죽는 걸 겁내선 안 돼. 죽는 걸 겁내니까 지랄 염병 속병이 생기지. _ 〈명두〉 중에서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지갑이게요, 아니게요?
반응이 없었다. 듣지도 못하는 거 아닐까?
큰 소리로 물었다.
떡이게요, 아니게요?
무표정하게 바라만 봤다.
할머니!
난 그만 울상이 되었다. 나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어요. 앞뒤가 캄캄해요. 밖도 어둡기만 해. 할머니까지 왜 그래?
할머니가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할머니! 저엉말.
할머니는 두 손을 아래로 펴 허공을 다독였다. 날 살려주지 않으면 포수가 빵, 쏜대요. 엄마가 나에게 동요를 불러줄 때 곁에서 하던 할머니의 손짓이었다.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거라……. --- 「사자월-When the love falls.」 중에서

누나의 입과 코와 팔뚝에 긴 호스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길고 하얀 것들을 한꺼번에 아구아구 처먹는 것 같았다. 단수숫대, 가래떡, 칡뿌리, 삘기와 싱아와 찔레를 누나는 닥치는 대로 먹었다. 이젠 호스들까지 먹어치울 건가? 아닌 것 같았다. 단수숫대, 가래떡, 칡뿌리, 삘기와 싱아와 찔레……. 누나에게 먹혔던 것들이 살아와 복수하는 것 같았다. --- 「TV, 겹쳐」 중에서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무릎도 그렇고 마침 언니가 그때 그곳에서 오빠를 우연히 두 번이나 마주친 것도 그렇고.”
“박색 며느리 남들 흉볼까 봐 어머니가 지레 전설을 만든 거죠.”
“아니란 말예요?” “아닌 건 아니지만, 그런 얘기 동네방네에다 할 필요 뭐 있어요.”
“못할 건 또 뭐예요? 언닌 하여튼 엄마라면 죄다 못마땅했죠?”
“내가 언제요?”
또또…….
위태롭다, 엄마와 고모. 에라, 아무나 이기시지. 그러나 나는 반드시 S.O.F., 저놈을 이긴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S.O.F.의 붉은 망토자락. 훌륭한 무기다. 그것에 스치기만 해도 큰 데미지를 입는다. 그런데 망토자락은 니미랄, 록온도 안 된다. 이 게임 완전 사기다. 에니미의 능력이 터무니없이 크고, 특혜가 많다. 하지만 쉽게 물러날 내가 아니다. 어찌 적의 능력을 탓하랴.
원거리 무기 교체. 레드 오브로 새 아이템 구입. 됐어. 덤벼! 당야, 당야, 당야……. 올려 베. 부딪쳐. 좋아. 독화살에 강력한 마력! 놈의 심장에 록온. 음, 놈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장검 공격! 점프. 뛰어, 뛰어, 뛰라니까. 피해야지, 씨불. 뭐야? 또? 다시. 아니, 아니, 아니라니까. 아니이이이!
--- 「막내고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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