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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없는 것들은 걸려 있다

자신 없는 것들은 걸려 있다

문학동네 시집-68이동
금기웅 저 | 문학동네 | 2003년 04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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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4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03쪽 | 176g | 128*188*20mm
ISBN13 9788982816499
ISBN10 8982816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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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지하역에 박제품으로 걸려 있다
낡고 긴 외투로 감싸고 고개 늘어뜨린 채
매표대 옆 한쪽 모서리
허공으로 걸려 있다
퇴근길 전동차에 매달려 내려다보면
모두 죄인들처럼 고개 숙인 채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다
아무도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지만
전동차량 광고판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자동차 시내 주행 안내 명함으로
모든 자신 없는 것들은 걸려 있다
아니 매달려 있다.
누군가에 의지해 기댄 채
선 채로 그러나 정지해 있으면서
어딘가에 걸려 이동하고 있다

지금 나도 정지한 채
어딘가에 걸려 끝없이 이동중이다
---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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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웅 시인의 작품들이 완결성과 투명성을, 시의 본성으로서 서정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요즈음의 시들에서 흔히 보이고 있는 시의 유형화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금기웅은 진술로 끝나기 쉬운 사실적 체험 속에 내장된 빛(정신)의 에너지를 깨달음으로 자리바꿈해내고 있어 믿음이 갔다.
--- 정진규(시인)
금기웅 시인의 마음의 움직임은 「낙엽들은 떨어지는 방식이 있다」에서 단적으로 보듯 생활 주변의 많은 사상(事象)들에게로 향해 있다. 그 사상들은 가을날 무심히 떨어지는 낙엽에서부터 억새, 토란, 껌 등은 물론 대상화된 시적 자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금기웅은 이같은 대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그것들이 함축한 깊은 의미들을 짚어내고 또한 이들이 격절된 관계보다는 서로 상관된 일정한 틀 속에 놓여 있음을 밝혀낸다. 그의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비극적인 시적 정황들은 이같은 세계인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극적인 세계인식이 흔히 드러내게 마련인 감정의 질척거림도 날렵한 솜씨로 피해가고 있다. 이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해석하고 또 재현하는 묘사의 기법을 주된 시적 장치로 삼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일상의 뭇 사상들을 도저한 시선으로 살피고 또 이를 극화한 금기웅의 작품들은 우리 시의 유니크한 한 개성으로 읽힌다.
--- 홍신선(시인·동국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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