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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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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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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64g | 130*190*30mm
ISBN13 9788993886320
ISBN10 899388632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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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혹시나 했던 의심이 사실로 밝혀지자 충격에 사로잡힌 세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꽉 그러쥔 주먹은 부들부들 떨렸다.

“너에게 나란 사람을 제대로 보여 줄 기회를 갖고 싶어서 그랬다.”
“제대로 보여주긴 뭘 보여 준다는 거야? 아! 이렇게 사람 갖고 논다는 걸 보여주려던 거였니?”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놓고 혼자서 그럴듯한 말을 하는 그가 미웠다. 잘못을 했는데도 당당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아니. 어렸을 때 너에게 원수라고 기억되는 날 없애고, 새롭게 시작하면서 너에게 다정한 연인으로 인식시키고 싶었어.”
“하! 그게 이유라고?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어. 지금은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면서, 네 마음대로 결정한 건 다분히 고의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돼.”

세미는 반박을 하면서도 사실 양심에 찔렸다. 솔직히 리오에 대해서는 어릴 적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알아. 하지만 난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런데 왜 벌써 실토해. 더 속일 수도 있었잖아. 내가 너랑 잤다고 해서 벌써 다정한 연인 사이라고 생각됐니?”
“네 말대로 하룻밤을 보낸 이상, 계속 나란 걸 숨기고 싶지 않았고, 또 너에 대한 예우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흥! 웃겨. 사람 뒤통수를 쳐놓고 말만 뻔지르르하게 하면 단가? 미안하지만 더 이상 네 말 들어줄 시간 없어. 그럼 이만!”

세미는 리오의 말을 자르고, 그를 향해 차갑게 말한 후 재빨리 뒤돌아섰다. 하지만 손목을 붙잡는 그의 손길에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놔!”
“이렇게 가면 어떡해!”
“안 가면! 더 이상 너와 마주하기 싫은데 참고 있으라고?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귀가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말이야. 이 시간 이후로는 마주하기 싫으니까, 봐도 아는 척 하지 마!”

리오가 속였다는 사실이 세미의 온 마음을 분노로 치솟게 만들어서일까.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손목을 거칠게 뿌리치며, 비수 꽂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기고 나가버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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