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버블 시대의 ‘3고’(고학력, 고수입, 고신장)보다 ‘3저’(저자세, 저리스크, 저의존) 남성이 더 인기 있는 시대다.
20대 여성들을 인터뷰하면 저마다 이야기한다.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도 아낄 줄 아는 남자면 되요,”
“그게 빚도 지지 않고 안심이 되지 않나?”
데이트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말한다.
“얻어먹거나 에스코트 받으면서 괜한 빚을 지는 건 싫어요. 처음부터 더치가 맘도 편하고 남녀평등인 거 같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초식남들은 사 주지 않는다. 그야 당연하다. 20대 남성의 60% 이상이 여자 친구와 더치를 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 제1장 〈초식남의 탄생〉 중에서
20~34세 중에서 성 경험이 없는 남성은 약 30%에 이른다.
게다가 여자친구가 있는 초식남도 섹스리스가 거의 20%에 달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초식계다. 약간 억지지만 ‘(여자 친구가 있어도) 섹스리스’(약 20%)와 ‘성 경험 없음’(약 30%)을 더하면, 약 50나 된다!
그렇다. 초식남들의 반수가 좀처럼 섹스를 하지 않는다.
어째서 이토록 초식계인가.
직접 초식남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여자인 나에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취재를 한 약 100명의 20대 남성 중에서 섹스 라이프를 털어놓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중에 파견 사원인 초식남(28세)은 섹스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말을 꺼냈다.
“그녀하고 관계를 갖는 건 반년에 한 번 정도 되려나? 위생 같은 게 신경이 쓰여요. 싸구려 러브호텔은 시트가 정말 깨끗한지 모르잖아요. 집도 우리는 아파트라서 밤에는 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그 전에 샤워도 못해서 기분이 찜찜하고. 어떤 기분인지 아시겠죠?” --- 제2장 〈초식 연애가 결혼을 바꾼다〉 중에서
초식남들과 대화를 포기하는 건 역시 아쉬운 일이다. 직장의 연대감이 훼손되고 업무 효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 않아도 ‘언어’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알려고 하지 않으면 틈은 계속 벌어질 뿐이다.
한 잔 하러 갈 예산이 없다며 한탄하는 소리도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일부러 긴자의 바나 클럽에 가지 않아도 다른 형태로 음주 문화를 도모하면 된다.
예를 들면, 도쿄에 있는 한 직장에서 회식 회비가 고용 형태나 지위에 따라서 다섯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부장과 과장은 7,000엔, 매니저가 5,000엔, 파견 직원이 3,000엔이라는 식이다. 그러면 “오늘은 얻어먹는 건가?”라며 매번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젊은 층도 회식에 참석하기 쉬울 것이다.
한편 회사 내에 사내 바를 설치하는 기업도 증가했다. IT 관련 회사인 녹스나 EC 나비가 대표적인 예다. 해가 지면 술과 드링크제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바를 회사 내에 설치했다. 한 잔 마실까, 하며 가볍게 마시고 일찍 해산할 수 있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 제3장 〈초식남의 합리주의가 회사를 바꾼다〉 중에서
할인 정보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반면, 패션 상품 중 가지고 싶은 물건에 대한 돈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유소년 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초식남들에게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도시나 액세서리 소품을 동경해 온 남성은 16만 엔짜리 가방이나 8만 엔짜리 선글라스을 구입하기도 한다. 졸부 취미가 아니다. 그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꿈에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단, 그들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여자처럼 쓸 데에는 쓰고 안 쓸 데에는 안 쓰는 ‘탄력적인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초식남들은 버블 세대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체 앤 가바나 루이비통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한 쇼핑은 졸부 같아서 꼴불견이고 분위기를 모르는 쇼핑 방법이라고 하나같이 비난한다.
그들은 1,000엔짜리 유니크로 셔츠를 입고 16만 엔짜리 코르토 몰테도의 가방을 드는 것을 선호한다. 혹은 3,000엔짜리 청바지를 입고 2만 엔짜리 빔스(1976년에 창업한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셀렉트 숍-옮긴이) 한정판 티셔츠를 입는 것을 좋아한다. --- 제4장 〈초식남의 미적 감각이 탄력적인 소비를 일으킨다〉 중에서
이미 그들은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가족, 동네 친구, 고향의 이웃들과 함께. 일본 전체에서 조그맣게 뭉친 커뮤니티가 오늘도 어딘가에서 틀림없이 생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대도시 지상주의였던 일본을 변화시키고 지역 경제에도 한 줄기 빛을 비추려고 한다. 일본이 잊어 가던 장인들이나 제1차 산업의 의의, 그리고 자신의 고장과 고향을 사랑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까지 초식남들이 해낼지도 모른다.
버블기를 모르는 초식남. 물욕이 적은 초식남. 언어가 다른 초식남.
그?은 우리 어른들이 버린 일본의 자산을 다시 찾아 주었다. 일본을 구할 구세주가 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도 내일부터, 아니, 오늘부터 바뀌어 보자. 초식계 남자, 초식남들과 같은 발상으로…….
--- 제5장 〈가족사랑 족이 지역 경제를 구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