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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배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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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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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72g | 140*215*30mm
ISBN13 9788901099521
ISBN10 8901099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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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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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리스본으로 이끈 건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소설이다. 리스본에 도착한 첫 날, 나는 자갈돌이 깔린 길을 정처 없이 걷다가 무의식적으로 그 전차에 올라탔다. 존 버거가 탔던 28번 그 전차다. ‘창문까지 열어놓은 전차가 집 앞을 스치듯이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에 손만 뻗으며 발코니에 걸린 새장을 건드리거나 살짝 밀어서 흔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존 버거가 묘사했던 그 풍경이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리스본의 언덕 마을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 풍경은 너무도 소박하고 정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신기한 일이다. 로마의 신전이나 르네상스 교회의 현란한 매력에는 눈이 쉽게 가지 않던 내가 전차를 타고 가며 보는 리스본의 흔하디흔한 일상 풍경에는 왜 이토록 마음이 동하는 걸까? --- pp.117-118, 「리스본 행 28번 전차」 중에서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들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떠난 후 그곳이 그리워서 이 책을 읽었다. 바르셀로나 태생의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스페인 내전 당시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쓴 소설 『바람의 그림자』. 그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밤을 새워 책을 읽는 들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소설을 읽는 동안 어둡고 슬픈 비명이 내 가슴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가는 듯했다.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자신이 쓴 책을 단 한 권도 남김없이 모조리 불태우려는 남자의 저주받은 사랑에 대한 비통함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보다는 기억에 대해서 얘기하는 말들의 울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기억되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 있는 거라는 말이지.” 이 말은 꼭 죽은 내 아버지나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혹은 이미 떠나온 도시가 내게 들려주는 말처럼 들렸다. --- p.232, 「바르셀로나를 추억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 중에서

부다페스트는 내게 『열정』이라는, 사랑과 고독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걸작 소설을 쓴 산도르 마라이의 도시로서 의미가 있었다. 지식인을 여자 등쳐먹는 돼지새끼처럼 그려놓은 배수아의 새 작품과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그녀의 시니컬한 감수성을 예찬하는 나에게 소설가 W는 안됐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 책을 추천했다. "그 책을 하룻밤 동안 집어삼킬 듯이 읽고 나면 냉랭한 댁의 마음에 뭔가가 다시 끓어오를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정말 그랬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소설가 이신조는 "인생의 어느 밤, 산도르 마라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라고 했는데, 나 역시 그 표현에 표를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 p.245,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찾아」 중에서

스페인에서 모로코의 탕헤르로 가는 페리 안, 내 손에는 『마티스와 함께한 1년』이라는 책이 들려있다. 성공한 잡지 편집자 제임스 모건이 자신의 마음속 영웅인 마티스의 발자취를 찾아 모로코에서 1년을 보낸 이야기다. (…) 실제로 마티스는 모로코에서 겨우 몇 달 정도를 보냈지만 이때 그가 경험한 것들은 나머지 그의 긴 생애 동안 그와 함께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마티스가 죽기 1년 전, 평생 미술을 계속할 수 있게 당신을 이끈 힘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마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순진함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탕헤르를 떠난 후에 한참 동안 그 문장이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메디나의 어느 가파른 골목길에서 달콤한 과자를 만들어 팔던 한 노인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보여주던 수줍은 미소와 함께.
--- p.280, 「마티스의 책을 찾아, 탕헤르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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