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일종의 강력 행위인데 이런 강력 행사에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교전자 중 어느 한쪽이 자신의 의지를, 이른바 정해진 규범으로서 상대에게 강요하게 된다. 따라서 저편과 이편 사이에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상호작용은 극도로 달성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전쟁의 첫 번째 상호작용이며, 또한 우리가 경험하는 제1의 극도이다.
--- p.34~35
전쟁은 불확실성을 본질로 한다. 군사적 행동의 바탕을 이루는 것의 3?4은 많건 적건 불확실이라는 안개에 싸여 있다. 그래서 장수가 수련을 쌓은 숙달된 판단에 의해서 정확하게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요구되는 것은 투철하고 날카로운 지성이다.
--- p.77
전쟁은 그 본디 의의로 말하자면 투쟁이다. 투쟁이야말로 넓은 뜻에서 전쟁이라고 불리는 여러 활동의 유일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쟁은 또한 정신적, 신체적 여러 힘의 조화로운 활동이며, 이 활동은 오직 신체적 힘에 의해 수행된다. 그러나 이 경우 정신적인 힘을 제외한다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마음의 상태는 전쟁에 사용되는 여러 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p.117
장수는 박식한 전사(戰史) 연구가가 될 필요도 없고 또 정치학자가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는 고차의 정치 정세에 정통하고, 내정 및 외교의 근본 방침, 격동하는 국제적 이해관계, 국가의 당면 문제, 여러 방면의 책임 있는 지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 등을 자세히 알고 또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장수는 정밀한 인간 관찰자일 필요도 없고 또 인간의 성격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분석가일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는 직속 부하들의 성격, 지조(志操)와 사람됨, 그들이 가진 각기 특유한 결점과 장점에 통달해야 한다.
--- p.148
전략이 뜻하는 바가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투를 사용하는 데에 있다면, 전략은 모든 군사적 활동에 대해서, 전쟁의 목적에 상응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전략은 전쟁 계획을 세우고, 소정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의 계열을 이 목표에 결부시키는 것이다. 즉 전략은 개개의 전역(戰役) 계획을 세우고 또 이들 전역에 전투를 안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초의 계획은 대체적인 가정에 입각해서 결정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p.201
도대체 적을 정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언제나 적의 전투력을 격멸하는 일일 것이다. 이 경우에, 적에게 직접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는 방법을 쓰든, 그 밖의 다른 방법을 쓰든 상관없다. 또 완전한 격멸인가, 그렇지 않으면 적이 전투를 계속할 의지를 포기할 정도로 해 두는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투의 특수한 목적을 도외시한다면, 적의 전투력의 전부 혹은 일부분을 격멸하는 것이 곧 전투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 p.287
한편으로 지금까지의 연전연승을 자랑하는 정복자로서의 긍지, 타고난 굳건한 기상에서 나오는 불굴의 의지, 고매한 감격으로 하는 필사의 반항은, 퇴각이 자기 명예를 훼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존재하는 이상, 싸움터에서 물러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지혜는 모두를 내걸고 그 마지막에 남은 하나마저 이 전투에 거는 행위를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하고, 질서 정연하게 퇴각하기 위해 필요한 힘만큼은 남겨 두는 게 상책이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전쟁에서의 용기와 굳센 의지는 높이 평가되어야 하지만, 또 전력을 다해서 승리를 추구하는 결의를 감히 하지 않는 장수에게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저절로 한계가 있고, 그것을 넘어서 계속 버티는 것은 절망에 빠진 어리석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 p.324
궁핍에 견디는 힘은 군인의 가장 뛰어난 미덕 중 하나이다. 만약 이것이 결여된다면 진정한 군인 정신을 가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궁핍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본디 빈약한 급여 방식이나 필수품 감축은 머릿속에서 계산된 결과이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러한 짓을 한다면 개개의 병사의 힘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질 따름이다.
--- p.450~451
방어의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적의 공격을 저지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방어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격을 ‘기다리는’ 일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징이 항상 군사적 행동을 방어적 행동답게 만든다. 그리고 방어는 이러한 특색에 의해서만 공격과 구별된다.
--- p.491
어떤 국가가 적국에 비해서 아무리 약소하고 열세에 놓여 있다고 해도, 이러한 최후의 노력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국가는 혼이 빠진 국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가가 이와 같이 마지막 용기를 발휘하는 것은, 희생이 많은 강화를 체결함으로써 완전한 몰락을 면하려고 하는 방침과 서로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한편으로 이러한 강화를 체결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방어 방책에서 얻어지는 이점과는 서로 모순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방어 방책은 강화를 곤란하게 하거나 강화 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를 손쉽고 유리하게 한다.
--- p.702
공격이든 방어든 전쟁의 목표는 적의 완전한 타도이고, 그 수단은 적의 전투력의 격멸에 있다. 방어는 적 전투력을 격멸함으로써 공격으로 옮기지만, 공격은 적 전투력을 격멸함으로써 국토의 침략을 개시한다. 따라서 적의 국토가 공격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의 대상은, 적의 국토 전체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 일부분일 때도 있고 한 지역일 경우도 있으며, 혹은 하나의 요새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것은 계속 영유하든 다른 것과 교환하든, 어느 것이나 강화 때 정치적 압력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 p.775
요컨대 전쟁술이 실제로 변화한 것은 변화한 정치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전쟁술의 이와 같은 변화는, 정치와 전쟁의 불리 가능성을 입증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자가 내부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유력한 증명이다.
따라서 지금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해두고자 한다―전쟁은 정치의 도구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항상 정치의 척도로 측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전쟁 지도는 그 요지에서는 정치 그 자체이다. 정치는 전쟁에서 펜 대신에 칼을 가지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의 법칙에 따라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 p.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