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중국 밀산시 출생. 중등학교 국어교사, 흑룡강 조선민족출판사 편집을 역임했으며, 단편소설 ?하이네와 앵앵?으로 중국 문단에 데뷔하였다. 장편소설 '희망탑', '흉수와 악마', '여자의 문' 작품집 '하늘과 땅과 바다' 외에 단편소설 70여 편, 중편소설 10여 편을 발표하였으며, 중편소설 '러시아에서 만난 여인' 등이 일본 신간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장편소설대상, 도라지문학상 등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 및 흑룡강분회 회원, 흑룡강조선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카이네 기생', '한국 전통문화의 허울을 벗기다: 한중 문화 심층 해부', '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붉은 아침'(1,2), '바람의 아들', '살아남은 전설'(1,2), '한국을 해부한다', '여자의 문'(1,2) 등을 출간하였다.
“판다는 희귀동물이라지? 암수 딱 두 마리뿐인데 하나가 죽으면 대가 끊어지지 않을까?”“소나 개는 자기 새끼와도 교배를 하거든. 판다도 아마…….”“되지도 않을 소리야! 제 새끼랑 어떻게 교배를 해? 그건 천륜을 어기는 거잖아.”“윤리라는 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야. 자연의 섭리엔 그런 거 없어. 성경에도 딸이 아버지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한 다음 성관계를 가져 후사를 잇는 기록이 있잖아.”“그럼 불륜도 한계가 있고 조건부라는 거잖아. 적어도 자연계에서는 정당화될 수 있고.”“세상에 절대적이라는 건 없어. 모두가 상대적이지. 도덕보다 더 중한 게 종족의 존속과 욕망일 수도 있다는 거야.”
“사람들은 단풍의 황홀한 경관에만 도취했지 저 단풍이 나뭇잎들의 죽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의 아름다움! 얼마나 아이러니합니까.”“최후의 만찬! 죽음의 만찬 같은 거 있죠. 그래서 전 단풍을 보면 항상 쓸쓸하고 비장한 느낌이 들어요. 나뭇잎들이 생을 마감하면서 흘리는 피 같아서…….”“아름다움의 비결이 어디 있습니까? 흙에서 자란 생명이 죽어서 다시 흙이 되어 생명을 기르는, 죽음과 삶의 그 순환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죽음은 추하고 생은 아름답다고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거구요. 죽어가는 저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도 거기 있을 것 같아요.”“아름다움은 그 순결성에 있어요. 무엇인가 추하다면 그 속엔 순결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하긴 사랑이라는 게 꼭 프러포즈나 하고 스킨십이나 한다고 사랑이겠는가. 그것은 저급 취미를 자극하는 불건전한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나 유행하는 천박한 행동일 뿐이다. 사랑은 마음으로 통한다. 지혜에 대한 그 종잡을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다름 아닌 연정이었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눈덩이 굴리듯 커져만 간다. 그러나 원통한 것은 바로 이 순간에, 서로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 이 순간에 지혜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 향미 씨가 조금도 지혜 씨보다 못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향미 씨는 정직하고 착한 분입니다. 지혜 씨의 결백이 오늘까지 지켜질 수 있었던 게 모두 향미 씨의 덕분 아닙니까. 향미 씨도 지혜 씨 못지않게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제가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나요?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이지요?”“진심입니다. 지혜 씨가 여기 이 아름다운 꽃송이라면 향미 씨는 이 꽃송이를 피워낸 여기 이 흙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검고 더러운 것 같지만 가슴 속에 비옥한 영양분을 품고 있는 깨끗한 것이지요.”
“아버지, 절 낳아주시고, 세상을 보게 해주시고, 사랑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얼마 전까지도 사실 아버지를 속으로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생명은 더러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이 단풍에서 무엇을 느끼려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거죠?”“아름다움이겠지요.”“죽어가는 모습이 뭐가 그리 아름다울까요.”“꽃이 피는 것도 아름답지만 죽어서 새 생명을 키우는 흙이 되는 희생정신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나뭇잎이 썩고, 썩은 그 흙이 없으면 꽃이 어떻게 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