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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운명의 숲을 지나다

오래된 운명의 숲을 지나다

: 조선의 운명담과 운명론

조선의 작은 이야기-03이동
류정월 | 이숲 | 2009년 10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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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7g | 153*224*20mm
ISBN13 9788996125280
ISBN10 899612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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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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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의 당첨은 신의 소관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최소한 복권은 사 놓아야 한다. 복권을 사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의 노력이라고 본다면 ‘선행’과 비슷하다. 복권은 당첨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선행도 하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선행을 부로 연결하는 것은 선행의 종류나 크기는 아니다. 질이 높고 크기가 큰 선행을 하는 사람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선행을 하는 사람의 노력이 전부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부귀재선(富貴在善)’이라고 했지 ‘부귀재천(富貴在天)’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행을 하는 사람 가운데 하늘을 움직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기도 하다. --- pp.102~103, ‘운명으로 부자가 되다’ 중에서

12월 19일이 다가옵니다. 41년 12월 19일 저는 태어났습니다. 70년 12월 19일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2007년 12월 19일 선거에서 국민과 새로운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여기서 ‘태어났습니다’와 ‘결혼했습니다’는 과거형이다. 그러나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는 현재의 소망을 이야기할 뿐, 과연 그가 국민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2007년에도, 탄생과 결혼이라는 앞선 두 사건에 비길 만한 일이 그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이 광고를 보신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이는 12월 19일하고 인연이 있으니 이번에 대통령 되겠네.”

복잡한 분석을 거치지 않고도 광고의 의도는 대번에 유권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유권자들은 12월 19일이 어떤 이에게 특별한 날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에게 특별한 날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겠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유사한 것을 보여줌으로써 유사한 일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이 광고는 그래서 주술에 가깝다. --- pp.197~198, ‘운명을 이용하다’ 중에서

거대한 운명 앞에서 인간은 정말 별 볼 일 없는 존재이지만, 인간에게는 운명만큼이나 끈질긴 노력의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노력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없고, 무언가를 이루는 단초조차 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자기 앞에 놓인 돌을 굴려 올리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인간은 이미 위대하다. 그래서 나에게 시시포스의 이야기는 인간이 신으로부터 받은 징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굴러 떨어진 돌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힘. 그 돌만큼이나 굳건한 힘. 인간의 위대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만든 순간에 이미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 p.277, ‘나오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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