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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카 - 시칠리아

에로티카 - 시칠리아

에디션 D 시리즈-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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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00g | 114*185*30mm
ISBN13 9791187928096
ISBN10 1187928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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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레네 카오
Irene Cao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주의 포르데노네에서 1979년에 태어났다. 베네치아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고 지중해 지역 고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러한 배경은 작가의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고와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직종을 옮겨 다니며 일하다가 2013년 이탈리아의 대형 출판사인 리촐리(Rizzoli)를 통해 『에로티카』 3부작을 발표했다.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현지에서만 수십만 부가 판매되며 크게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은 또한 프랑스를 비롯하여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탈리아만의 분위기가 오롯이 녹아 있어 일부 외국 독자들은 작가에게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여러 매체에서 종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비교되며, 영국의 한 매체는 수준 높은 열정과 에로티시즘을 유지하면서 더욱 인간적이고 덜 ‘부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평을 싣기도 했다. 2014년에 『모든 실수를 위하여』, 『모든 사랑을 위하여』를, 2016년에는 『네가 숨을 쉴 때마다』를 발표했다.
역자 : 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주관하는 제1회 번역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번역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나무 위의 남작』,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 『미의 역사』,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 안토니오 타부키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조르조 바사니의 『핀치콘티니 가의 정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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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이제 마르티노는 완전히 나체로 내 앞에 서서 내 눈길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길고 섬세한 근육들은 그가 공부하는 목탄화 인물의 근육들 같다. 날씬한 허리 위로 뼈대가 굵은 넓은 어깨가 자리 잡고 있다. 벌써 발기된 성기가 다리 사이에서 떨린다. 마르티노는 멋지다. 자연에게 선물 받은 약간의 광기 어린 성적 에너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망아지가 떠오른다. 이제 쑥스러워하던 미소가 뜨거운 욕망에 의해 변해간다.
--- p.77

레오나르도가 손가락으로 살며시 내 목을 쓰다듬는다. “병원에서 당신을 다시 만났을 때부터 키스하고 싶었어.”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리고 지금 그러려고 해, 당신에게 미리 알리는 거야.” 그가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잡는다. “반대하고 싶으면 말해도 돼.” 그가 내 입술로 다가온다. “그런데 아무리 반대해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그의 입술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우연처럼 내 입술에 살짝 닿는다. 거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욕망으로 몸이 마비되어버렸다. 레오나르도가 맛있는 과일을 쥐듯 두 손으로 내 턱을 잡고 부드럽게 내 입술을 깨문다. 그러고는 입을 벌려 내가 그의 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곧 혀를 빼버려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마침내 그의 혀가 다시 내 입안으로 들어와 뜨겁고 촉촉한 느낌으로 나를 완전히 감싼다. 나는 그를 받아들이고 그를 좇는다. 혀로, 입술로, 이로.
--- p.160~161

스트롬볼리는 자연 그 자체로 원초적인 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화구를 가져왔더라면 검은 흙에 뒤덮인 땅과 미묘한 음영을 가진 눈부신 푸른 바다, 새하얀 집 들을 그리는 데 몰두했을 것이다. 섬에 온 뒤로 내가 경험한 첫 번째 기적은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눈과 손을 움직이고 옷과 몸에 물감을 묻히고 금방 완성한 그림의 냄새를 맡고 싶은 욕망이 걷잡을 수 없게 되살아난다.
--- p.169

“미친 여자처럼 섹스를 하려고 하면 절대 기쁨을 느낄 수 없어.”
“레오나르도 페란테 박사님께서 내게 맞는 치료법을 아시리라 생각했지.” 나는 빈정거림으로 대꾸한다.
“치료법은 없어. 그저 시도를 해볼 뿐이지.”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말한다.
“어리석은 형벌 같아. 당신은 못된 아이에게 벌을 주듯 날 벌주는 중이야.”
“나는 그게 벌이 아니라 자유라고 생각해.” 그가 말한다. “식욕을 채우는 것과 기쁨을 느끼는 건 달라. 가끔은 금욕을 통해서만, 심지어 고통을 통해서만 기쁨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 p.187

느닷없이 뺨을 맞은 것처럼, 자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축복받은 루도비카 알베르토니〉가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대리석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그 몸과 흐트러진 옷과 제어할 수 없는 뭔가에 홀린 그 얼굴이. 그렇다, 지금 내 상태가 바로 그와 같다. 쾌락과 고통을 넘어서서 거의 황홀의 상태에 빠져 있다. 마치 이곳과 먼 곳에 내 육체를 놔두기라도 한 듯 나 자신을 벗어나서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주위의 모든 게 꿈으로 변하는 중이다. 침대도 벽도 조개 풍경 소리도 레오나르도의 숨소리와 그의 향기까지.
--- p.20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시칠리아

엘레나 볼페는 거의 자기 자신을 포기한 듯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레오나르도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예기치 못한 또 다른 난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오나르도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스러운 마음을 잊기 위해 엘레나는 닥치는 대로 남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기계적인 성관계를 맺지만, 그렇게 할수록 마음속의 공허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한편 엘레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가이아는 마침내 사이클 챔피언인 사무엘 벨로티와 결혼한다. 가이아의 처녀파티가 열리던 날, 엘레나는 우연치 않게 베네치아의 바에서 옛날 애인인 필리포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인형처럼 사랑스러운 애인이 생긴 것을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들지만, 결론적으로 필리포는 자신의 인생의 남자가 아니었음을 확인한다.
가이아의 결혼식 전날, 엘레나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진한 청년인 마르티노에게서 연락이 온다. 베네치아에서 만난 그들은 미술관을 함께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고 저녁 무렵 엘레나의 집에 가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 처음으로 잠자리를 갖는다. 마르티노에게도 특별한 밤이었지만, 그동안 아무 남자들과 맹목적인 관계를 맺어오던 엘레나에게도 잊지 못할 하룻밤이었다.
지난밤의 뜨거웠던 열정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엘레나는 증인이 되기로 한 가이아의 결혼식에 지각해버리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식장에 와 있는 신랑?신부와 그들의 가족, 친구 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기에 이른다. 가이아를 비롯해 그곳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킨 엘레나는 말 그대로 그녀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레나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고를 계기로 평생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레오나르도가 다시 한 번 그녀 앞에 나타난다. 레오나르도는 그녀를 그녀 자신으로부터 구해주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방해해왔던 장애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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