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회계란 무엇인가?
1. 식사 후에는 껌을 챙겨라
승진을 도와준 껌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한 중견그룹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이 회사의 총무부장이 회장과 몇몇 임원들을 수행해서 점심식사를 한 후에 계산을 하고 나중에 따라 나오는데, 회장이 대뜸 물었다.
“자네, 껌 갖고 왔나?”
“예? 아니오! 안가지고 왔는데요...”
“아니, 무슨 소리야. 그 식당에서는 항상 식사 후에 껌을 주던데...”
“아 참, 회장님 차에 항상 좋은 껌을 가지고 다니시지 않습니까? 가지고 오라고 할까요?”
“이런! 그것은 원래 내 껌이고... 식당에서 주는 껌은 우리가 지불한 식대에 그 값만큼 엄연히 포함되어 있다는 걸 모르나, 어서 가서 가져오게!”
회장의 질책에 그 부장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식당으로 다시 가서 껌을 받아다가 식사를 같이 한 회장과 임원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고 끝났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길 내내 함께 씹었던 껌은 마치 ‘x’ 씹는 느낌이었다.
‘명색이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쩨쩨하게 고급식당에서 껌까지 챙기나?’
그 날 오후 내내 일손은 잡히지 않고, 괜히 자존심도 상할뿐더러 부아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도 명색이 부장인데 그런데서 애들같이 껌이나 챙기고 있으라니, 나 원 참!’
며칠 후 그 부장은 가족들과 함께 주말나들이 중이었다.
오랜 시간 운전으로 졸음도 피할 겸 껌 생각이 났다.
차를 세우고 가까운 가게 앞에 섰지만,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괜히 돈 들일 필요 있어! 아무 가게에나 가서 그깟 껌 하나 공짜로 달라고 해볼까?’
‘아니야! 그 가게에서 아무 것도 사지 않았는데 껌 하난들 공짜로 줄 바보가 어디 있겠어?’
‘나라도 안 주겠지... 그랫다간 공연히 거지취급 당하지 않겠어?’
결국 그 부장은 거지취급 당하지 않으려고 필요한 껌 하나 때문에 껌 한통을 통째로 사게 되었다.
‘쩨쩨한 회장님이 내 발길을 돌려놓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
‘사소한 권리(비용지출의 대가)를 소홀히 하면 큰 권리마저도 챙기지 못하는 수도 있어!’
그 후로 그 부장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꼼꼼하게 챙기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고, 마침내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껌의 가치 상승
우리는 흔히 작고 하찮은 것을 이야기할 때 껌에 비유하곤 한다. ‘그 정도는 껌 값이야!’ ‘껌 값 가지고 무얼 하겠어!’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껌은 이미 우리 생활 속의 가장 작은 가치단위 또는 기초적인 경제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엔 껌 값도 많이 오르고 워낙 다양한 껌들이 시판되고 있어서 소위 껌 값도 쉽게 볼 일이 아니다. 한 뭉치 뒷돈을 ‘껌값’이라고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 때 국내 소형차종의 하나를 빗대어 ‘고속도로를 달릴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바닥에 뱉어진 껌’이라고 할 정도로 껌의 가치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계산은 계산대로 해야
흔히 큰일을 하는 사람은 마땅히 통이 커야 한다든지, 너무 쩨쩨하게 사소한 곳에 신경을 쓰면 따르는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든지 하는 편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옛말에 ‘굳게 닫힌 만석꾼의 창고도 결국 쥐구멍 하나로 열리게 된다’는 말도 있고, 유명한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의 성공비결이 ‘1달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 있었음을 생각할 때, 작고 시시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권리는 쉽게 포기하면서 가족이나 종업원들에게 지출을 줄이거나 원가절감을 하라고 종용할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 10원의 대차가 맞지 않아 한 은행의 전 직원들이 몇 시간씩 퇴근이 늦어지곤 했던 사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끝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으면 그 일이 종료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식당에서 계산을 마친 후 껌을 가져오지 않으면 그 계산은 제대로 된 계산이 아니라고 한다. 소위 지출의 대가(효용) 중 일부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나 역시 가끔씩은 식당을 빈손으로 나오곤 한다.
나도 과연 경제인인가?
정리
‘회계(會計)’란 이러한 소위 ‘껌의 경제학’으로부터 출발하여 작거나 거대한 기업의 살림살이를 차근차근 마무리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옆 공장에 거래 발생했어요!
거래를 보고 거래라 했거늘
공단에 입주해 있는 한 회사의 경리부에서 신입사원 채용이 있었다.
응시자 중의 한 사람이 자신은 비록 회계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비전있는 이 회사에 꼭 입사해야겠다는 일념에 평소에 관심조차 없었던 회계원리 책 한 권을 며칠에 걸쳐 달달 외웠다.
채용 면접에서 응시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제시된 질문이 ‘거?의 개념이 무엇인가?’ 이었다.
다행히 어젯밤에 다시 보았던 부분에서 나온 문제인지라 이 응시자는 자신있게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경영활동에 의해 기업의 자산, 부채 및 자본의 증감을 가져오는 일체의 사실을 ‘거래’라고 합니다.”
워낙 자신있게 나온 답이라 이 사람이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신입사원으로 채용되었다.
출근하기 시작한 후 며칠 뒤,
건물 옥상에 잠시 올라갔던 이 신입사원이 다급하게 사무실로 돌아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바로 옆 회사 공장에 큰 거래가 발생했어요!”
이 말을 들은 과장이,
“큰 거래가 있었다면 어쨌든 좋은 일인데, 왜 이리 호들갑이야. 괜히 남 잘되는 것에 배가 아파서 그래?”
“아니 그게 아니구요. 큰 거래가...... 공장건물에 큰 불이 났다구요.”
경제적 가치에 변화 초래하면 ‘거래’
공장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두고 ‘거래(去來)가 발생했다’고?
일상생활에서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간 자칫 몰매 맞기 쉽상이지만, 어쨌든 회계학적으로는 가능한 표현이고 오히려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거래’라는 말과 회계학에서 부기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는 ‘거래’라는 용어의 쓰임새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 신입사원이 채용면접에서 대답한 바와 같이, 회계학에서는 부기의 대상이 되는 ‘거래’를 ‘경영활동에 의해 기업의 자산, 부채 및 자본의 증감을 가져오는 일체의 사실, 또는 수익이나 비용을 발생케 하는 모든 사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어떠한 상황변화에 의해서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에 증감 변동이 생기거나 수익 또는 비용이 발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모든 사실을 ‘거래’라고 간주하고, 이를 반드시 장부에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회계상의 거래는 관습상의 거래와 달라
따라서 회계상의 거래는 일반 용어로서의 거래와 그 뜻이 다른 경우가 생기게 된다. 예컨대 건물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나 일상적으로 거래라고 보고 있지만, 그러한 계약 자체만으로는 자산, 부채, 자본에 직접적인 경제적 증감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거래로 볼 수 없다. 반대로 일반적으로는 거래라고 볼 수 없는 것도 회계상으로는 거래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데, 예컨대 화재로 인한 건물의 소실, 도난, 감가상각 등은 이 자체가 곧 자본의 증감을 초래하는 경제적 사실이기 때문에 회계에서는 이를 거래로 간주한다. 즉, 회계에서는 화폐적 측정가능성과 자산·부채·자본의 변동성 등 두 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는 어떤 사실은 모두 거래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옆 회사의 입장에서는 공장건물에 큰 불이 나서 공장내부의 설비나 집기가 타버리고 또 이를 원상복구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지출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경제적 손실의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이런 사실을 두고 거래가 발생했다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회계학적으로는 이 신입사원의 표현에 흠잡을 곳은 없는 셈이다.
“바로 옆 회사 공장에 큰 거래가 발생했어요!”
이런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나 깨나 불조심 합시다.
정리
어떤 상황변화에 의해서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에 증감 변동이 생기거나 수익 또는 비용이 발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모든 사실을 ‘거래’라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