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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오정희 장편소설

[ 개정판 ]
리뷰 총점9.5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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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67쪽 | 289g | 148*210*20mm
ISBN13 9788932020068
ISBN10 893202006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 뒤로 우리는 외삼촌의 집으로 옮겨갔다. 외숙모는 잠을 자지 못해 병이 났다. 우리가 외숙모의 잠을 쫓았다. 외숙모는 아침마다 토끼처럼 새빨개진 눈을 하고 미치겠어, 미치겠어,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우일이가 이불에 오줌을 쌌을 때에도, 내가 달력에서 예쁜 여자 배우들의 얼굴을 모조리 오려내었을 때에도 외숙모는 하루 종일 미쳤었다. 냄비도 프라이팬도 밥상 위의 그릇들도, 마룻장과 방문짝들도 미치겠어, 미치겠어, 큰 소리로 꽝꽝거렸고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외숙모의 조그만 딸도 덩달아 미치겠어, 미치겠어, 혀 짧은 소리로 제 엄마의 말을 흉내 내었다.
외숙모가 매일매일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외삼촌의 집을 떠나 큰집으로 살러 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이 지났다. 다시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왔다. 눈과 비와 바람과 햇빛이 엄마의 얼굴을 지웠다. 우묵한 눈자위와 불룩한 코의 자취도 스러지고 나지막한 한숨과 중얼거림, 머리숱이 좋아 아홉 가지 흉을 가릴 거라면서 내 머리에 한없이 빗질하던 손길도 차츰 사라졌다. 엄마의 얼굴은 뿌옇게 흐린 껍질 속으로 안타깝게 숨어버리고 삭지 않은 피멍으로 언제나 꽃이 핀 듯 울긋불긋하던 무늬, 엄마의 얼굴에 그려지던 그림만 남았다. 문득 훅 스쳐가는 친숙한 냄새, 희미하게 떨리는 가녀린 부름을 들은 것 같아 뒤돌아보면 햇빛, 바람, 엷어진 그림자 같은 것이 있었다. 누가 엄마의 얼굴에 그림을 그렸나? 슬픔의 그림을 그렸나?
---pp.9-10

우리가 사는 방은 네모나고 밥상은 둥글다. 햇빛은 따뜻하고 얼음은 차갑다. 나는 크고 우일이는 작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단단하거나 물렁물렁하거나 희거나 검거나 빨갛거나 노랗거나…… 낮은 밝고 밤은 어둡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의 불분명하고 모호한 어스름,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며 밀려와 가슴을 꽉 막히게, 안타깝게 하는 그 무엇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처럼 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그 사이를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 여자는 주먹만 한 감자의, 군데군데 옹이지어 파인 곳을 칼로 도려내며 이게 감자의 눈이라고, 무서운 독이 들어 있다고 말했었다. 감자도 눈이 있나? 독이 든 눈으로 무엇을 보나?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아이들이 고무줄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우일이가 흥얼거렸다. 그만두지 못해? 우일이를 후려치며 나는 소리 질렀다.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지. 너는 지금의 내가 되기 전의 나야. 아니면 내가 되어가는 중인 너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보는 게 무서워 견딜 수 없어.
감자 눈을 파내면서 그 여자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pp.72-73

방문 열리는 소리에 설핏 눈이 떠졌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 아버지의 손에 황금빛 머리타래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등뒤로 슬몃 감추었으나 나는 다 보아버렸다. 달이 밝은가? 희끄무레 떠 보이는 방 안의 어둠 속에서도 밝고 환하고 풍성하게 빛나는 황금빛을 보는 순간 나는 눈을 꽉 감았다. 무서울 땐 언제나…… 눈을 감으면 그 깜깜함이 무서움을 가려주었다. 문을 등지고 우뚝 서서 잠든 우리를 내려다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둠 저편으로 숨었다.
아비가 온 줄도 모르고 얘들이 정신없이 곯아떨어졌구나.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 기차 타고 왔나?
우일이가 잠결에 웅얼거리며 몸을 뒤척였다.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내 옆에 무겁게 몸을 뉘었다.
더운데 웬 옷을 이렇게 겹겹이 껴입고 자니. 내가 벗겨주마.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손이 내 티셔츠를 가슴팍까지 걷어올렸다. 술 냄새가 몹시 났다. 뜨거운 손이 가슴을 더듬었다. 이제 처녀가 다 되었구나. 만지작거리는 손길에, 젖몽우리가 도도록이 솟기 시작하는 가슴이 아얏 소리를 지르게 아팠지만 나는 비명을 참으며 눈을 꼭 감은 채 슬그머니 돌아누웠다. 보이지 않는 아버지는 손을 거두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도 불쌍하지만 나도 어지간히 불행하고 외롭고 기박한 인간이다. 잠시 후에 손이 또 건너왔다. 뜨겁고 조바심치는 손길이 또다시 젖가슴을 주무르고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꿈이었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버지는 없었다. 방의 윗목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꽃잎이 황금색으로 활짝 핀 해바라기 한 송이를 보았다.
---pp.119-120

우일이는 아마 날기 위해 뱃속의 것을 모조리 비운 모양이었다. 나는 우일이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손등에 희끗한 얼룩처럼 남아 있는 개에 물린 상처도, 조그만 잠지도 보았다. 온몸으로 푸른 무늬가 넓게 퍼지고 있었다. 팔뚝의 작은 문신에도 푸른 물이 들어 있었다. 침을 맞은 자리도 점점이 파랗게 변했다. 숱 많은 머리털 속, 멍든 듯 부풀어오른 한가운데 조그만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애의 영혼이, 생명이 빠져나간 자리일까.
나는 이제 알았다. 우주소년 토토가 빛의 아이라는 표지, 둥그런 해무리는 이곳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발가벗겨진 우일이는 계속 떠들어대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때렸어. 매일매일 누가 잠든 엄마의 얼굴에 그림을 그렸어.
아버지는 단단하고 둥근 주먹으로 엄마를 때렸다. 가죽장갑을 끼고 감아쥔 오른손 주먹으로 탄력 있게 치면서 방 안으로 들어서면 엄마는 제발 그러지 말아요, 때리지 말아요, 소리를 지르며 방구석으로 달아났다. 엄마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방 한구석에서 숨죽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천천히 오랫동안 엄마를 때렸다. 그러면 엄마의 얼굴에는 붉고 푸른 무늬가 생겼다.
아버지가 왜 그랬을까, 누나?
그치라고, 입을 다물지 않으면 때려주겠다고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우일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게끔 커다랗게 왕왕 울려대는 우일이의 말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씌우고 방을 나왔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이씨 아저씨의 방문은 닫힌 채 조용한데 처마 밑에 새장이 걸려 있었다. 아저씨는 어두워지면 새장을 방 안에 들여놓아야 한다는 것을 깜박 잊었나 보았다.
---pp.157-15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새』는 한 어린 남매의 이야기이다. 가정불화로 엄마가 집을 나가자 아버지는 나(우미)와 남동생 우일이를 외할머니 집에 맡기고 먼 곳으로 일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풍을 맞고 쓰러지자 외삼촌의 집을 거쳐 큰집으로 떠넘겨진다. 우리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다.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버지가 불쑥 찾아와 우리를 낯선 동네로 데려가고, 이어 낯선 여자를 데려다놓고는 다시 일을 찾아 먼 곳으로 떠난다. 그 집에는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새장에 새를 키우는 화물트럭 운전사 이씨, 공장집 문씨 아저씨 부부, 안집 할머니와 몸을 못 쓰고 누워 있는 그녀의 딸 연숙 아줌마 부부, 그리고 얼굴을 보기 힘든 외판원 정씨 아저씨 등등…… 다닥다닥 붙은 각자의 방에서 사람들은 숨죽인 채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간다.
집들이가 있던 날, ‘그 여자’는 사내들 앞에서 꼬리를 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나는 불안한 기다림 뒤의 안도감을 느낀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집에 있었고, 그 사이 나와 우일이는 5학년과 3학년이 되어 새 학교에 전학을 갔다. 그러나 아버지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그 여자’가 집을 나가고, 이제 나와 우일이는 단둘이 산다. 그리고 자물쇠로 걸어 잠근 방에서 우리는 옆방의 새소리며 소리 죽인 흐느낌과 중얼거림을 듣는다.
반 아이들이 돌려가며 키우는 ‘곰순이’의 배를 가르고 꿰맨 사건 이후, 내게는 상담어머니가 생긴다. 철길 건너 고층 아파트에 사는 그녀는 내 일기도 봐주고 팥빙수도 사준다. 그 사이 어디서든 뛰어내리기를 좋아하는 우일이는 발목을 삐어 장님 침쟁이인 장 선생에게 치료를 받는다. 우일이는 자꾸 뛰어내리는 연습을 하면 언젠가 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일이는 장 선생이 키우는 개에게 발을 물리게 되고, 주위 어른들의 충동질로 그 개를 잡아먹게 된다.
우일이는 만화방엘 다니고,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보고, 학교도 가지 않는 채 창고에 사는 언니 오빠들과 어울려 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문신을 한다. 겁 없는 남자가 될 거라고 한다. 그 사이 점점 멀리 배회하던 연숙 아줌마의 남편은 결국 돌아오지 않고, 공장집 문씨 아저씨네는 여자끼리 사는 부부임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정씨 아저씨는 살인을 저지르고 피해 다니던 인물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상담어머니의 집을 불쑥 찾아갔던 나는 그들의 불편한 시선과 수군거림을 듣는다.
우일이는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밥도 먹지 않는 우일이는 혼자서 중얼거리고, 점점 말라만 가는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어,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기 위해 서울에 갔던 일이며, 삼층에서 자기를 내던졌던 일들을 떠들어댄다. 그해 꽃을 재배하며 살던 우리 가족은 우박과 홍수로 집과 꽃밭을 떠내려보내고 도시로 나왔었다. 우일이를 낳았을 때 아버지는 빈털터리였다.
우일이의 몸은 점점 물컹하고 조그매지고, 날기 위해서인지 뱃속의 것들까지 모조리 비운다. 그리고 발가벗겨진 우일이는 아버지가 엄마를 때렸었다고 떠들어댄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씌운 뒤, 나는 이씨 아저씨의 새장을 들고 밤길을 나선다. 누군가 나를 가로막고 자신이 상담어머니라고 말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새』는 소설 전체를 열 살에서 열두 살까지의 한 소녀의 관점에서 서술하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오정희가 이 계획을 매우 철저히 실행한 것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아주 능숙하게 그 어떤 격정도 없이 냉정하다 할 정도로 주인공 우미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 남겨진'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서술 태도는 오정희가 독일에서는 오히려 침묵되고 있는 문제를 그 어떤 도덕적 단죄나 영웅화하려는 의도 없이 냉철하게 묘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제레미 게인스(리베라투라 상 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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