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에 대한 알카에다의 9·11 자살테러가 발생한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9·11 미 테러 이후 국제사회는 인류 공동의 발전,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에 대한 대응을 위해 안보외교를 강화해 왔다. 아울러 다양한 대테러 정책과 전략을 통해 테러에 대한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세계 각지에서 이슬람극단원리주의, 민족분리주의, 극우주의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 테러가 3천 2백여 차례나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3만 3천 명 이상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전대미문의 9·11 미 테러에서 증명되었듯이 준(準)군사조직 형태를 갖추고 잘 조직·훈련된 테러조직에 의해서 기획되고 자행되는 최근의 테러는 정치·전략적 접근, 공기무비(攻機無備), 수단 방법의 의외성, 폭력의 무(無)제한성, 위협의 무(無)지향성이라는 새로운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테러, 즉 뉴 테러는 21세기 국가안보에 핵심적이고도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테러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단순 협박 테러이든 폭력이 수반되는 테러사건이든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안보 영역의 확대에 따라 국가안보의 개념이 변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며, 동시에 군의 역할도 전통적인 전쟁 대비 영역은 물론, 안정작전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비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테러가 빈번해지고 그 양상이 극단화·대규모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경우 테러의 예방과 진압을 위한 군의 역할, 특히 대테러작전에서 군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은 국가 대테러 담당 기관과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협조를 근간으로 테러사건이 발생되기 이전에 예방 저지활동에 주력하고, 테러사건이 발생된 이후에는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대테러작전 수행 능력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테러의 양상 변화는 테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으며, 뉴 테러에 대한 국가적 대비 태세와 군 차원의 대테러작전 수행 개념도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군의 대테러작전은 전통적 군사작전 이외에 정치, 외교, 경제, 민족, 그리고 종교 등 비군사적 요인을 포함한 수단과 전략이 동원되는 안정작전의 형태로 수행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군의 역할과 수행 개념도 재정립되어야 하며, 정립된 작전 수행 개념의 효과적인 구현을 위한 대테러작전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안보의 영역이 전통적인 군사적 영역에서 인간 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군의 역할도 테러 대응을 포함한 전시 이외의 군사작전(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 MOOTW)까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군은 테러 문제에 대해서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제 발전과 해외 파병 등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 대테러 협력 체계 구축과 국민의 안전 확보 활동은 새로운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테러를 포함한 새로운 안보환경의 변화는 국가안보 태세 확립 차원에서 보면 위협의 양상 변화와 새로운 위협 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비 소요와 다양한 대응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이 제한적이듯이 국가의 능력도 제한적이다. 국가안보 소요를 전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국가의 예산과 자원도 제한적이므로 테러 대비에 필요한 전투력과 장비ㆍ물자의 확보를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최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정규전 위주의 전투 준비 태세를 하고 있는 군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제한 사항이 있을 수밖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안보 위협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전략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저서는 상대적으로 테러의 안전지대로 평가받던 한국이 테러의 공격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테러의 위협 분석과 동시에 한국의 테러환경 그리고 대테러 활동의 문제점을 분석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대테러정책과 테러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안보의 파수꾼인 군의 대테러작전에 대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된 작업의 결과이다. 그동안 군사학회, 육군, 육군발전협회, 장은재단, 군사사연구소 등의 대테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축적된 자료는 이 책을 집필하는 데 필요한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었음을 밝혀 둔다.
2009년 9월
궐동에서
최진태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