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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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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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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51쪽 | 422g | 138*198*30mm
ISBN13 9788991934481
ISBN10 89919344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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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은 ‘타임머신’ 입문서가 생각났다.
우주에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시간이 존재한다. 전차를 타고 집에 갔다는 버전도 있고, 찻집에서 여학생을 만났다는 버전도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기점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여러 가지 버전은 미래의 가능성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을 내 안에 품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우연한 일이라는 건 없어.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 만날 만하기 때문에 만난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인연도 그렇고, 너와 아다치 선생도 그렇겠지? 만남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은 뭔가를 배우게 돼.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때, 나중에 후회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냐?”
“하지만 나는 항상 후회만 해요.”
“나도 그래. 하지만 나는 이를테면 오른쪽으로 가기로 결심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나 자신을 달랠 수는 있어. 언젠가 내가 큰 실수를 했거든. 그 뒤로 결심한 게 있어.”
“결심이라니요?”
“남의 탓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진다는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하며 행동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건 말을 바꾸자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선대 마스터가 가르쳐 주었어.”
---p.162

“앗, 잠깐만 기다려 줄래? 별닦이라는 게 뭐야? 묘한 직업인 거 같은데.”
“밤하늘의 별을 닦는 일이야.”
“그냥 그것뿐이야?”
“응, 그것뿐이야.”
나는 찬찬히 토끼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토끼는 겸연쩍을 얼굴을 하며, “아차, 장난을 치려던 건 아니야.”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내 설명이 좀 부족했나 보다. 내가 이래서 항상 다른 사람들한테 꾸중을 듣는다니까. 나를 알아봤다는 건 네가 틀림없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건데 말이야. 너, 누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아가씨가 있지? 나는 그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을 닦아 주고 있어.”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사랑스러운 숲지기의 딸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쩐지 마음이 소란스러워서 이런 밤 시간에 숲에 나와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을 하나 고르면 너를 위해 그 별을 닦아 줄게.”
그 별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사랑은 이루어지는 거라고 토끼는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별이 반짝이면 그 아가씨도 너를 좋아한다는 거야.”
---p.173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병원에 있었어. 곁에서는 그녀가 열심히 간호를 하고 있었고.”
그리고 토끼와 그녀는 남들과 비슷한 사랑의 과정을 거쳐 연인 사이가 되었다.
“넌 그걸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녀와 내가 만난 것 자체가 이미 기적 같은 일이었어.”
“기적?”
“그렇지. 이 우주에 지적인 생명체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아니? 이런 말을 하면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우주의 중심에서 보자면 한쪽 끝 변두리에 자리 잡은 너희 지구만 해도 인구가 수십억이지? 그중에서 단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우연을 뛰어넘은 기적인 거야.”
토끼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 기적을 확인하겠다고 나는 어리석게도 내 별을 떠나고 말았어. 그런 짓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실은 우리 사이에 연적이라고 할 녀석이 있었어. 내가 깜빡 그 녀석과 그녀 사이를 의심하는 바람에……. 그녀의 마음을 확인해 볼 심산이었지. 개척단의 계약 기간이 30만 광년이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야. 그게 만일 일만 광년이었다면 이제 슬슬 돌아갈 때일 텐데…….”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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