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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

워낭

[ 양장 ] 담쟁이 문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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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63g | 153*184*20mm
ISBN13 9788939206267
ISBN10 893920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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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선 채로 세수시키듯 얼굴을 말끔히 닦아주고 나서 새댁은 송아지를 외양간과 붙은 부엌으로 데리고 갔다. 따뜻한 아궁이 앞에서 미리 물에 불려두었다가 맷돌에 막 갈아 만든 콩즙을 입에 떠 넣어줄 때 송아지는 자기도 모르게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 ‘노름에 팔려온 송아지’ 중에서

어쨌거나 흰별이 이마에 별을 이고 온 그해 가을, 송아지의 눈에 세상의 빛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흰별은 자기 몸을 안아 받은 차무집 주인과 처음 눈을 맞추었고, 앞으로 오래 함께할 친구와 같은 그 집 아들과 똑같은 날 서로 다른 삼신의 안내로 같은 집에 왔다. --- ‘흰별소가 오던 날’ 중에서

잘 보게. 함께 땅을 경작해 알곡을 차지한 사람들은 늘 식량이 빠듯해 먹을 것을 걱정하며 살지. 흉년엔 봄을 나는 일이 쉽지 않아 풀뿌리를 캐 먹기까지 하지. 그렇지만 짚과 건초를 차지한 자네들은 어느 해 겨울에도 먹이가 떨어진 적이 없었지. 아니, 사람들이 자기들은 굶어도 자네들까지 굶게 한 적은 없었지. 오랜 세월 개와 사람이 나누어온 정보다 더 깊은 생업의 우정이 자네 조상과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네. --- ‘먼 동굴에서 온 손님’ 중에서

“생구야. 잘 봐둬라. 여기다. 여기에 네 새끼를 묻었다. 이제 이것도 네가 지키고, 앞으로 낳을 것들도 다시 잃지 말고 네가 네 마음으로 지켜라.”‘가슴에 묻은 첫 새끼’ 중에서

아마 새댁이 부엌에서 일을 하고 송아지가 외양간에서 이쪽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소의 영혼이 새댁에게 건너오듯 눈을 맞췄던 것인지 몰랐다. 어미가 부르면 안 가도 젊은 안주인이 오라면 저만치 섰다가도 고개를 주억이며 겁 없이 다가왔다. 젊은 안주인이 우물에 나가 물을 길러오면 뒤를 졸졸 따라오다가 어느새 옆에 와서 자기를 봐달라고 머리로 새댁 엉덩이를 툭툭 치기도 했다. --- ‘워낭을 찾아 돌아온 소’ 중에서

“소야. 나는 사람보다 소가 더 좋다. 니는 대답을 하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걸으며 니들과 얘기하는 게 더 좋다. …… 소야. 니는 나하고 이렇게 걸어 니가 어디로 가는지 아나? 나도 이렇게 걸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른다. …… 언젠가 힘이 빠지면 그때는 내가 선 자리에 느들하고 같이 걸음을 멈추면 되는 거지. 소야…….”
--- ‘사람보다 소와 더 많이 걸은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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