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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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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354g | 148*210*30mm
ISBN13 9788993985160
ISBN10 899398516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책은 보고, 읽고, 느끼는 것이다. 책은 그것을 만나는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는 무한한 힘을 지닌 생명체다. 이 책들을 눅눅한 습기가 들어찬 창고 안에 처박아 두어선 안 된다. 사과 박스에 담거나 나일론 끈으로 꽁꽁 묶어 두어도 안 된다.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숨 쉬게 해야 한다. 갇혀 있던 책이 먼지를 털고, 누렇게 탈색된 책날개를 펼치고 덩실덩실 춤추게 해야 한다. 책을 사고팔아 돈 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처음 가지던 그 마음 그대로 책 앞에 겸손해야 한다. 그래, 그러면 이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헌책방을 한번 만들어 보자. 책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숨 쉬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 p.34

당연히 나는 책을 팔기로 했으니까 책에 대해서 책임을 느낀다. 게다가 책은 좀 어렵다.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은 눈으로 보거나 만져 보면, 혹은 냄새를 맡아 보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안다. 하지만 책은 무엇이 좋은 책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책인지 눈으로 보거나 만져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냄새를 맡아 보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 그런 경우, 모든 책임은 책을 파는 사람에게 있다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그래서 이상북에 있는 책들은 다 내가 읽은 책이고, 그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것들로 채운 것이다. --- p.43

앞으로 이상북은 무엇보다 동네에서 가장 이상한 공간이 되려고 노력할 거다. 가장 이상한 일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꾸밀 거다. 내년 목표는 우리 책방에 더 많은 순수소설과 인문학 책들을 구비하는 것이다. 역사에 관련된 좋은 책도 많이 갖다 놓을 예정이다. 다양한 공연과 독서 토론 활동도 생각 중이다. 물론 이상북 문화제도 계속되어야지. 그런데 이런 걸 왜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 그렇게 묻는 사람들 얘기를 가만히 들어 보면 대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돈도 안 되는데’ 왜 하느냐는 거다.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드는 건 돈이 안 된다. 청소년 시 낭송회를 개최하는 건 돈이 안 된다. 책방에서 인문학 강좌를 여는 건 돈이 안 된다. 나는 되묻는다. 돈 안 되는 일 좀 하면 안 되나? --- p.84

내 기준으로 이런 요소를 만족시키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책이 바로 『말벌공장『이다. 책을 쓴 이언 뱅크스는 영국 사람인데 대단한 베스트셀러를 쓰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문체와 그로테스크한 내용으로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이 있는 작가다. --- p.183

작년 가을에 맘씨 좋은 동네 주민이 이상북에 책을 몇 권 기증했는데 그 중에 존 케네디 툴이 쓴 『저능아들의 동맹』이 있었다. 이 작품은 1981년에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소설가이기 전에 또한 뛰어난 번역가인 안정효 씨가 번역한 『저능아들의 동맹』은 오랜 세월만큼 본문이며 표지가 낡아 있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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