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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In the Blue-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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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66g | 128*185*30mm
ISBN13 9788963010229
ISBN10 8963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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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소나기가 잦기로 유명한 브뤼셀.
청명한 하늘에서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듣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랗고 맑은 얼굴을 내민다.
브뤼셀에는 소나기에 대비한 쇼핑센터 성 유베흐 갤러리가 있다. 성 유베흐 갤러리는 유리천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쇼핑센터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쁜 소품들, 세상의 아기자기한 모든 물건들, 초콜릿 가게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곳에서 지갑을 열지 않을 정도로 강심장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이곳에 있는, 노이하우스 초콜릿 가게는 깊고 풍성한 맛으로 브뤼셀 뿐 아니라 벨기에에서 제일 유명한 초콜릿 가게다.
그 달콤함에 기꺼이 빠지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나 또한 이곳에서 소나기를 피하며 온몸의 촉수를 곤두세우고 오감을 충족시켰다.
(…)

광장 하나가 통째로 꽃밭이 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른바 플라워 카펫.
브뤼셀에서는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
2년에 한번씩, 8월 중순경 그랑 플라스에 푹신푹신하고 보드라운 카펫이 만들어진다. 사람으로 가득하던 광장이 꽃으로 가득해진다.
아름다운 꽃과 아름다운 향기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그랑 플라스. 밤이 되면, 그랑 플라스를 둘러싼 건물들의 조명이 온통 꽃을 향해 쏟아진다.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도, 그곳에서는 빛을 잃을지 몰라. 사람보다 꽃이 더 아름다운 곳이거든.
(…)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안트베르펜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네로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 나와 성당 옆 골목길에 서있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배경이 된 돌길 위에서 그 옛날 네로와 파트라슈가 걸어갔던 발자욱을 찾기라도 하듯 한참 동안을 서성였다.
네로만큼이나 가난했던 시절, 함께 감동을 나누던 친구가 자꾸 떠올라 먹먹해졌다.
친구야, 나 지금 네로를 만났다. 미안해. 나만 혼자 와서…
(…)

이국의 기차역에서, 느닷없는 향수에 잠긴다. 겐트의 지형이 내가 성장한 그곳과 똑같기 때문이다. 시내와 뚝 떨어진 기차역.
겐트의 중앙역 앞에서 만난 경찰관이, 트램 1번을 타라고 알려준다. 절대 걸어서는 갈 수 없단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섣불리 무모할 수도 용기를 낼 수 없었던 나는 경찰관의 안내를 따라 트램 1번을 탔다. 겐트의 트램 1번은 타임머신이다.
10여 분을 달리자 창밖 풍경이 21세기에서 15세기가 되었다.
(…)

여행이 끝나갈 즈음, 나는 적잖은 위로를 얻었다.
해가 저무는 풍경도 서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허기가 질 땐 초콜릿을 입 안에 넣고 오래오래 녹였다. 따스한 와플을 손에 들고 소나기를 피해 뛰어다니면서 먹었다.
두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골목골목을 걷고 이마에 땀이 송송하도록 자전거 바퀴를 굴렸다. 배를 타고 운하를 건너며 내게로 쏟아지는 햇살과 하늘빛을 마음껏 누렸다.
고즈넉한 풍광과 오랜 시간을 품고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을 품기 위해 낡아가는 집, 돌길, 그리고 나무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작은 나라 벨기에가 주는 위로는 컸다.
그 달콤한 위로에 힘을 얻는다.
내 온몸에 번진 달콤함을 다른 이에게 전하러, 이제 새로운 길을 나선다.
--- ‘Outro’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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