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0년 01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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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480g | 148*210*20mm |
ISBN13 | 9788936471743 |
ISBN10 | 8936471740 |
발행일 | 2010년 01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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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480g | 148*210*20mm |
ISBN13 | 9788936471743 |
ISBN10 | 8936471740 |
찰스 디킨즈 - 신호수 토머스 하디 - 오그라든 팔 조지프 콘래드 - 진보의 전초기지 제임스 조이스 - 애러비 / 구름 한 점 버지니어 울프 - 큐 가든 / 유품 D. H. 로런스 - 차표 주세요 / 말장수의 딸 캐서린 맨스필드 - 가든파티 도리스 레씽 - 지붕 위의 여자 |
새 책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때부터 유독 끌리는 책이 있다. 바로 ‘창비 세계문학’이 그랬다. 나라별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대표적 단편들을 엮었다는 차별화가 바로 이 세계문학 전집의 매력이었다. 단편에 치중했던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장편에 비해서 은근히 차별대접을 받아왔던 단편의 재발견이랄까.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손 안에 받아보니 그 자태 또한 사랑스럽다. 조심스럽게 한번 읽었음에도 속살이 드러나서 오래두고 볼 수 있을까 염려스런 눈길로 쳐다보게 되는 모 출판사 문학전집과는 격이 다른 근래에 보기 드문 야무진 양장본이다. 제목과 수록된 작품들의 목록이 들어있는 광택의 하얀 글 박스와 감각적인 사진들이 어우러진 표지부터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수록된 작품들은 작가별 시대순을 원칙으로 한다. 작품에 들어가기 앞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고 작품 말미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충실한 번역본을 추천해놓은 글이 있다. 일일이 확인한 것도 아니고 번역에 대해서 평가할 만한 입장이 아니지만 창비본이 아닌 타 출판사의 책들도 거침없이 추천하는 역자의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추천을 작품 선택할 때 고려할 것 같다.
영국 편을 가장 먼저 읽었다. 우선 아주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장편을 대할 때 날 괴롭히던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마저도 아주 친절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수록된 11편의 단편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꼽아보려니까 거의 모든 작품들이 떠오를 정도로 수작들이 많다. 작가의 대표작이 아니더라도 작품세계를 대변할 만한 작품들을 실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도 몇 작품을 꼽아보면 찰스 디킨즈의 ‘신호수’, 토머스 하디의 ‘오그라든 팔’, 조지프 콘래드의 ‘진보의 전초기지’, D.H. 로런스의 ‘말장수의 딸’,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정도를 고를 수 있겠다.
찰스 디킨스 ‘신호수’
높은 돌벼랑 사이 골짜기에 위치한 외딴 초소를 지키는 신호수의 일상은 열차 사고에 대해 경고를 하는 유령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단조롭고 무력하게만 느껴진다. 두 번의 열차 사고를 유령의 경고로 미리 알았던 신호수는 최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유령 때문에 몹시 괴로운 상황이다. 사고가 일어날 날짜나 시각을 알려주면 좋으련만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와 몸짓뿐이라 초조하고 두렵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죽음은 숙명처럼 유령이 예고한 바로 그 자리에 바로 그 모습대로 소리치며 팔을 휘저으며 경고하는 열차 기관사의 모습으로 신호수를 덮치게 된다. 고독, 상실, 숙명을 이야기하는 신호수 앞에서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하지 못하는 현대인은 없을 듯하다.
토머스 하디 ‘오그라든 팔’
롯지 농장주의 아들을 낳은 여자 로다 브룩, 농장주의 젊고 예쁜 신부 거트루드 롯지, 롯지 농장주와 얽힌 두 여인네의 이야기다. 어린 신부는 신혼 초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팔의 흉터로 팔이 오그라드는 병에 걸리게 된다. 로다는 아들의 아버지가 신부를 맞이한 지 몇 주 되지 않아 롯지 부인의 팔을 움켜잡는 생생한 꿈을 꾸고 나서 꿈속의 그 여자를 만나 바로 그 팔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한 상처를 보고 놀라고 만다. 의술의 효과를 보지 못한 롯지는 결국 주술사를 통해 자신의 적의 저주 때문에 생긴 흉터라는 말을 듣게 되고 주술을 통해서 그 얼굴이 바로 로다임을 보게 된다. 이렇게 얽힌 농장주와 그의 사생아와 로다와 거트루드는 서서히 그 종말을 향한다. 주술사를 통해서 유일한 치료법은 교수형을 당한 자의 목을 그 팔로 만져서 피를 바꾸고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모험을 감행하는 거트루드는 ‘피 바꿈’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 그 장소에서 로다와 남편을 만나게 된다. 그 사형수가 바로 남편과 로다의 아들이었던 거다. 신분제도의 폐해가 가져온 총체적 불행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진보의 전초기지’는 제국주의 시대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조지프 콘래드(조셉 콘래드가 더 익숙하지만..^^)의 단편이다.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암흑의 핵심’처럼 역시 벨기에령 콩고의 출장소가 그 배경이다. 출장소에 고립된 채 피폐와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카이어츠와 칼리어를 통해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D.H. 로런스의 ‘말장수의 딸’은 몰락한 말장수 집안의 딸 메이블과 의사 퍼거슨의 죽음 근처에서 발견한 사랑에 공감 했다기보다는 오연한 자세로 꿋꿋하게 버텨내던 상황의 그 절망적인 끝을 맞닥뜨렸을 때 역겨운 냄새 가득한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그 상실감을 이해했다고 할까.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는 가든파티를 위해 하늘마저도 맞춤 주문한 듯한 날 이웃마을의 마부가 사고로 죽게 되는 사건을 두고 파티를 주관한 부잣집 소녀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엄마에게 선물 받은 너무나 매력적인 파티용 모자와 그와 대조되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조차도 가난에 찌들어 보이는’ 골목의 한 집에 무겁게 내려앉은 슬픔. 가든파티를 취소하고 싶어 하는 아이다운 순수와 함께 소녀가 어렴풋하게 느꼈을 계급의 격차와 삶과 죽음의 무게는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빠 앞에서 흐느껴 울며 “인생이란 게―” 하며 설명할 수 없지만 누구나 이해하는 말로 대신한다. 인생이란 게....참...
작품과 작가의 생애가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굳이 참여문학이 아니더라도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가 처한 특수한 상황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게 마련이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중엽까지의 작품들이 수록된 이 책을 통해서 그 시대의 영국사회를 만나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엿봤다. 창비 세계문학을 읽음으로 인해 제목만으로 익숙한 책과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책들이 차곡차곡 담긴 목록이 늘어가고 있다. 차근차근 읽어보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내 책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창비 세계문학의 다른 세계들로 서둘러 날아가 보고 싶다.
최근에 새로운 번역과 해석으로 출간되는 전집의 부피가 더욱 커지면서 언제쯤 저걸 다 구비하고 섭렵해 나갈 수 있으려나 눈독 들이기에 한창이었다. 신간일수록 세련된 표지부터 눈을 사로잡기 마련이었는데, 이번에 전9권 세트로 출간된 '창비세계문학'은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 구성이 단번에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폴란드, 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까지 국가별로 근현대문학사 100년을 대표하는 단편소설을 엄선한 점이 마음이 들었다. 장편소설 유명작들은 이미 번역본이 많이 나와 있고, 소설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이 아니겠는가 하는 개인적인 취향에 치우친 흥미이긴 했다. 100명이 넘는 작가들의 100편이 넘는 작품들을 아홉 권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 정말 갖고 싶다는 욕심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앞선 것도 사실. 아무튼 창비세계문학의 첫 번째 책 영국편부터 집어들었다.
뛰어난 장편으로도 널리 이름을 알린 영국 작가들이 쓴 단편은 어떨지, 버지니어 울프나 도리스 레씽이 다루는 여성문제를 비롯해서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중엽에 걸친 급변기의 영국 문학이 반영하는 세상사와 인생사는 어떨지 궁금했다. 버지니어 울프의 작품은『자기만의 방』밖에 읽어본 게 없지만 매우 인상깊었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처음 접해던 도리스 레씽의 장편『다섯째 아이』와 작품집 『런던 스케치』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에 실린「지붕 위의 여자」도 무척 기대됐다.
찰스 디킨즈의「신호수」부터 도리스 레씽의「지붕 위의 여자」까지 수록작 11편은 작가별로 시대순으로 배치되어 있었다.『올리버 트위스트』나「크리스마스 캐럴」등으로 널리 알려진 찰스 디킨즈나 『테스』의 작가 토머스 하디의 단편을 연달아 읽고 며칠 동안 책을 덮어놓고 있었다. 한겨울에 작정하고 쓴 미스터리 작품에서나 느낄 법한 섬뜩하고 오싹한 기운을 그렇게나 실감나게 덮어쓸 줄이야.
「신호수」는 “소외된 개인의 좌절감과 무력감이 유령의 출현이라는 장치를 통해 부각되는” 작품이라고 ‘감상의 길잡이’에서 분명히 언급했건만 마침 난로에 불을 피운 겨울임을 보여주는 작품 도입부의 계절 묘사와 터널 근처 붉은 신호등 옆에서 왼팔로 얼굴을 가리고 오른팔을 마구 흔들어대는 유령의 묘사가 너무 으스스했다. 당대의 열차 사고들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어둡고 비극적인 색채가 짙었다.
토머스 하디의「오그라든 팔」은 초자연적이고 주술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해서 가부장제와 신분제의 희생물로 전락한 여성들의 운명에 비극성을 더한다.
조지프 콘래드의「진보의 전초기지」는 아프리카에 고립되어 있는 교역소와 그 곳의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파멸로 치닫는 인물들의 변모와 갈등 구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겐 좀처럼 일독이 어려운『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쓴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은 두 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더블린 사람들』수록작이다.「애러비」는 일전에 문예출판사에서 나온『더블린 사람들』에서 읽고 오정희 작가의 수작 단편들도 연상되고, 성장기의 가슴 저리면서도 허망한 풋사랑의 면면을 치밀하게 보여줘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인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구름 한 점」은 언론계에서 잘 나가는 인사가 된 친구를 만난 주인공의 치졸한 내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이 당시 아일랜드가 처해 있던 곤경을 상징하고 풍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영국의 대표 작가여서 왠지 제대로 읽어보기도 전에, 알지도 못하면서 질리는 느낌이 없지 않았던 버지니어 울프. 2년 전쯤 뒤늦게『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예민하고 지적인 작가의 매력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이 부분을 메모하며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건 강렬한 삶에 홀로 직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곱씹었던 기억. 이 책에는「큐가든」과「유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삶을 표면에 드러냈던 아내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유품」이 작가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D.H 로런스의 두 작품「차표 주세요」와「말장수의 딸」은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돋보였다. 20세기 초 점차 능동적인 모습으로 거듭나는 여성의 새로운 모습과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수록작들 가운데 가장 경쾌하고 적극적인 인상을 풍긴다.
표제작이기도 한 캐서린 맨스필드의「가든 파티」는 부유층이 순진무구한 소녀가 맞닥뜨린 이웃의 가난한 마을 마부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어린 소녀다운 ‘로라’의 여린 심성과 주변의 다양한 어른들의 반응 등이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실제로 가난한 마을의 실상과 죽음을 대면한 ‘로라’의 심리적 충격을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 수록작 도리스 레씽의「지붕 위의 여자」는 아무래도 세 남자의 복합적이고 미묘하고 빙충맞고 쓰레기같은 ‘들이댐’의 맞은편에 놓인 여자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각각의 인물 편에서 다각적으로 읽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으나, 여자가 말한 “꺼져요.”에서 화를 억누르다 못해 지친 목소리를 나도 같이 내고 있었으니. 1960년대 런던에서 2010년 대한민국의 현실 한가운데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각 작품들을 간단하게 되짚어보니 새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듯한 만족감이 든다. 창비에서 출간된 ‘20세기 한국소설’ 전집을 갖고 있는데, 그 전집의 가장 큰 특징은 이메일 해설과 낱말풀이였다. 이메일 해설은 작가론과 작품론이 고루 녹아들어 있어 몇 편의 평론을 찾아 읽은 것처럼 정보의 양과 질이 상당하다. ‘창비세계문학’은 영국편의 경우 문학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반적인 해설을 책 뒤편에 실었다. 또한 각 작품 전면에 실려 있는 ‘작가소개’와 ‘감상의 길잡이’는 물론 ‘더 읽을거리’는 해당 작가와 작품과 관련된 알찬 정보를 부담없이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더 읽을거리’에서는 옮긴이 기준에서 좋은 번역본을 다양하게 소개하며 각각의 작가가 쓴 단편과 장편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접해보고 싶다는 동기와 의미를 부여해준다. 수록작 10편 모두 국내 초역이라는 일본편을 비롯해서 부지런히 여러 단편들을 읽어봐야 겠다.(*)
* 교정/교열 문제로 보이는 몇 군데
17쪽 : 다시 길을 내려가 철로가 놓인 평지으로 --> 평지로
95쪽 : 느릿느릿 마당으로 걸어나갔다. 카이어츠도 따라나갔다.
--> 느릿느릿 마당으로 걸어나갔다. 카이어츠도 따라나갔다.
122쪽 : 재빨리 그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 기도 --> 보기도
178쪽 : 일곱이 좋은 것도 너무 과하잖아. --> 일곱이면
창비세계문학 영국편은 “찰스 디킨스”부터 “레씽”에 이르기까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에 걸친 100여년 동안 8명의 작품 11편이 실려있다. 이들 작가들 중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래서 나도 잘 알고 있는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어, 그들의 다른 작품을 감상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그렇고, “토마스 하디”가 그렇다.
영국의 우즈강에서 코트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집어넣고 강으로 걸어 들어간 여자,
이 책의 표제작인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 파티]는 한 소녀의 눈을 통해 삶과 죽음, 윤리와 신분계급 사이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집에서 가든파티를 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 꽃과 빵을 주문하고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그날 아침 아랫마을의 짐마차 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린 로라는 바로 이웃인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동네사람들을 위해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모든 사람이 흥겹게 노는 파티를 중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엄마에게 말하지만 꾸중만 듣는다. 그들은 그들이고, 우리는 준비하고 사람들을 초대했으니 해야 한다고.. 그렇게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가고, 천막에 가족들이 모여있다. 죽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는 남은 음식을 그들에게 보내자고 한다. 로라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쩔수없이 음식이든 바구니를 들고 심부름을 간다. 죽은 짐마차 꾼의 집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로라가 나타나자 모두 공손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그들은 로라가 죽은 짐마차 꾼을 볼 수 있도록 방까지 들어가게 한다. 편한 모습으로 잠들어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본 로라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고 밖으로 나오자, 오빠가 찾으러 오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에 오누이가 나누는 대화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무서웠냐고 묻는 오빠에게 ‘인생이라는 게..’ 그렇지만 인생이 어떻다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상관이 없었다. 오빠는 무슨 소린지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응 ’
“토마스 하디”는 [오그라든 팔]에서 가부장적 사회와 엄격한 신분제도 아래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비극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또 “D.H. 로런스”는 남녀 사이의 사랑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그의 두 작품 [차표 주세요]와 [말장수의 딸]에서, 남자보다 더 능동적인 여성을 내세워 영국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조지프 콘래드”의 [진보의 전초기지]에서는 문명세계에서 고립된 두 문명인의 방황을 통하여 서방세계의 아프리카 착취와 노예교역에 대해 꼬집고 있다. 그 밖에도 책에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 [신호수],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 [애러비]와 [구름한점]이 실려있다.
창비세계문학 영국편은 소개되는 작가들을 그들의 다른 작품을 통하여 알고 있다는 것 외에, 그들의 문화나, 작품이 쓰여진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커다란 감동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유품]보다는 그녀의 생애에 더 관심이 가고, “토마스 하디”의 [오그라든 팔]보다는 [테스]가 더 생각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