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하나님의 도구가 된 사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자신의 뜻을 버린 사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희생자가 아니다. 그들은 승리자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제자들에서 현대의 순교자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역사를 포괄한다. 박해자들 또한 고대의 로마 사람들에서 현대의 루마니아 사람에 이르기까지, 폭력배에서 무슬림에 이르기까지, 유생(儒生)에서 공산주의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각각의 성도들 모두가 우리의 본보기요 그리스도를 향한 지극한 순종의 모범이다. 그들은 자기보호를 향한 인간의 기본적 의지보다 한층 더 심오한 욕구, 곧 그리스도를 섬기고 그분의 증인이 되려는 거룩한 욕구를 품은 이들이었다.
오늘날 세계는 호전적인 극렬 종교 집단이 폭력에 호소하며 세(勢)를 불려나가는 가운데 안정과 평화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 불황의 심화로 많은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해 교회를 찾는 시대, 교회가 이전보다 더큰 능력을 얻기 위해 하나님과 하나님의 주권을 의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사고(思考)의 폭을 넓히게 되기를, 견디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을 때에 이 책에 나오는 그리스도인들처럼 행동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엮은 기본적인 목적이요 이유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에게 악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그리스도께서는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반응하셨는가? 과거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반응하였는가?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우리를 대적할 때 그들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까?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것, 우리를 죽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이 합당한가?
이 책이 그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당신의 신앙에는 거세게 도전할 것이다. 이제 이 책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말할 수 없이 잔혹한 고난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그 비극과 압제의 이면을 주시하여 그 표면 아래 깊이 놓여 있는 보석을 발견하기 바란다.
이 용감한 형제자매들의 증거에 담긴 믿음에 초점을 맞추어라! 그들 안에 거하신 성령께서 당신 안에도 거하신다는 것을 깨달아라! 당신도 그들처럼 아무리 가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믿음으로 행동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어라!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나갈 때, 고난의 신학(神學)을 배움으로써 기독교 신앙의 극한의 단면에 대해 올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고난의 신학을 배우기 위한 첫 걸음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절망적인 이야기들이 절대 아니며 여기 등장하는 그리스도인들 또한 ‘슈퍼’ 그리스도인들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담대하고 강인하였으며 때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으리만치 지극한 순종으로 그리스도께 나아갔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단지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만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지극한 순종으로 인도한 것일까? 어떤 신비로운 동인(動因)이 그들에게 작용한 것일까? 아니다. 그들을 지극한 순종으로 인도한 것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이 고난을 안겨주었지만 오히려 그 믿음으로 순종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믿음 하나면 족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고난을 견딜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나라를 위해 믿음으로 감싸 안을 때, 고난은 그리스도께 속한 것을 더 많이 얻기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그리스도인의 심장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신자들은 하나님을 향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다가 체포되었을 때 당하게 될 가혹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열정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열정의 일부는 그들이 소유한 믿음이 실로 값비싼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믿음이 그들에게서 무엇인가를 앗아갈 때, 그들은 그 믿음을 더욱더 귀하게 여길 수 있었다.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억압적인 정부 아래 사는 그리스도인들을 더 강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런 깨달음이 아닐까?
어거스틴은 “진정한 순교자를 만드는 것은 고난이 아니라 대의(大義)이다”라고 말했다.
헬라어 원어에 의하면 순교자(martyr)는 ‘증인’을 의미한다. 그렇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순교자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언해야 한다고 확고하게 믿었을 뿐 아니라 실제 행위를 ?하여 직접 증언하였다.
시인이며 극작가인 엘리엇(T. S. Eliot)은 ‘순교자’를 “하나님의 도구가 된 사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자신의 뜻을 버린 사람, 그러나 하나님께 순종함으로써 자유를 발견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찾은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순교자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순교의 영광조차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마귀가 쏘아대는 포탄의 탄도 정중앙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은 어떤 여인이 힐(E. V. Hill) 목사를 찾아와 “목사님,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마귀가 제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힐 목사는 “마귀는 아직 당신의 뒤를 쫓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마귀의 추적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그리스도의 나라를 위해 마귀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제1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어떠한 고난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에 이 책에 나오는 신실한 성도들처럼 ‘지극한 순종’의 광휘와 아름다움을 체험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순교자의 소리
The Voice of the Martyrs
---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