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 목수 요셉은 고객들에게 돌아와서 일을 마무리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회당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집과 그 안에 담긴 재산을 이웃 아나니아에게 맡기고, 아내와 함께 나사렛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로마가 하라는 대로 등록을 하려는 것이었다. 소통에 약간 지체가 있거나 동시통역에 문제가 생겨 소식이 아직 천국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주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풍경이 완전히 바뀐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사방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유월절이 지나고 나서 첫 며칠 동안 사람들은 말하자면 원심력에 따라 이동했다. 예루살렘이라고 알려진 지상의 태양, 빛나는 중심으로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라면 비록 높은 곳에 있다 해도 하나님도 습관의 힘, 아무리 오류가 생기기 쉬워도 그것도 하나의 힘이기 때문에, 또 절대적이라고 일컬어지는 통찰력, 이 두 가지의 도움을 받아 이들이 자신의 도시나 마을로 천천히 돌아가는 순례자들임을 틀림없이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 황제의 세속적 명령을 따르는 사람들이 낯익은 경로를 무작위로 가로지르는 바람에 생겨난 이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움직임은 어떨까. 물론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자기도 모르게 하나님의 뜻을 따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나님이 거룩한 지혜로 요셉과 마리아가 이 시기에 베들레헴에 가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말이다. --- pp.56-57
요셉은 제정신이 아니다. 모든 것에 부딪히고, 과일 상자와 새장을 뒤집고, 심지어 환전상의 탁자까지 뒤집지만, 성전 행상들의 성난 외침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로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생각뿐이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싶어 하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요셉은 필사적이다. 그는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자 했는데 이제 누군가 그 아이를 그에게서 빼앗아 가고 싶어한다. 하나의 욕망과 다른 욕망이 충돌하고 있다. 하고자 하는 욕망과 무로 돌리고자 하는 욕망, 묶고자 하는 욕망과 풀고자 하는 욕망, 창조하고자 하는 욕망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갑자기 요셉은 멈춘다. 그가 계속 이렇게 무모하게 내달았을 때 어떤 위험이 뒤따를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전 경비병들이 나타나 그를 체포할지도 모른다. 이런 소동을 벌였는데도 그들이 아직 출동하지 않은 것이 놀랍다. 요셉은 최대한 표정을 감춘다. 옷 솔기에 숨는 이처럼 군중 속으로 사라져 바로 익명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남들보다 조금 빨리 걷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미로 속에서 그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요셉은 도시의 성문에 이르기 전에는 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군인들이 이미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창, 검, 그리고 자극을 하지도 않았는데 생겨난 증오로 무장을 하고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괴롭다. 만일 군인들이 말을 타고 간다면 절대 그들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그가 도착할 때면 아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가엾은 아이, 어여쁜 예수. 이 깊디깊은 고뇌의 순간에 어리석은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임금, 이제 잃어버리게 생긴 일주일치 임금이 떠오른 것이다. 이런 치사한 물질적인 것들의 힘은 엄청나 요셉은 발을 멈추지는 않지만 속도는 늦춘다. 돈과 아이의 생명을 둘 다 구할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하찮은 생각은 떠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금세 사라져버린다. 자주, 그러나 충분하다 할 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어쨌든 자주 우리의 가장 믿을 만한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감정인 수치감마저 전혀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 pp.123-124
마리아는 한밤중에 신음 소리에 잠을 깼다. 꿈속인가 했는데, 그녀는 꿈을 꾸고 있지 않았다. 다시 신음이 들렸다. 이번에는 더 컸다. 마리아는 딸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기름등잔의 불빛은 방 건너편에 닿지 않았다. 어느 아이일까, 마리아는 궁금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신음을 토한 아이가 예수임을 이미 알았다. 마리아는 조용히 일어나 문의 못에서 등잔을 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아이를 하나씩 살폈다. 예수가 몸을 흔들다 돌리며, 악몽을 꾸는듯 혼자 웅얼거렸다. 아버지 꿈을 꾸는 것이 틀림없었다. 예수는 어린아이임에도 벌써 많은 고통을 지켜보았다. 죽음, 피, 고문. 마리아는 아이를 깨워 그 괴로움에서 건져낼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아들이 무슨 꿈을 꾸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때 마리아는 예수가 아버지의 샌들을 신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이 되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다. 또 아주 무례한 행동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바로 그날 그 가엾은 사람의 샌들을 신다니. 마리아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라 자기 매트로 돌아갔다. 어쩌면 샌들 때문에, 튜닉 때문에 아들이 아버지 요셉이 집을 떠난 뒤 감행한 운명적인 모험을 꿈 속에서 다시 살아내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소년은 남자들의 세계로 진입한 것인지도 몰랐다. 사실 하나님의 법에 따르면 예수는 이미 남자들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이제 예수는 아버지의 얼마 안 되는 재산, 여러 군데 기운 튜닉과 닳아빠진 샌들, 그리고 꿈의 상속자로서 지금 지상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발걸음을 되짚고 있었다. 마리아는 아들이 다른 꿈을 꿀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 pp.210-211
마리아는 침대 옆에서 미적거리며 뜨거우면서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참 잘생겼네, 하지만 완벽하려면 눈을 감아야겠어. 예수는 머뭇거리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순간 그는 솔로몬 왕이 한 말의 진실한 의미를 이해했다, 너의 살 오른 넓적다리는 숙련공이 공들여 만든 패물 같구나, 너의 배꼽은 섞은 술이 고여 있는 둥근 잔 같구나, 너의 허리는 나리꽃을 두른 밀단 같구나, 너의 젖가슴은 한 쌍의 사슴 같고 쌍둥이 노루 같구나. 마리아가 그의 곁에 누워 그의 손을 그녀의 몸 쪽으로 끌어당겨 그녀의 몸을 천천히 안내하자 그 말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얼굴, 목, 어깨, 젖가슴, 그는 젖가슴을 살짝 쥐었다, 이어 배, 배꼽, 아래 털, 그는 그곳에 머물며 손가락으로 털을 꼬았다 풀었다 했다, 그다음에는 부드러운 허벅지의 곡선. 그녀는 그의 손을 안내하며 작은 소리로 되풀이했다, (중략) 예수는 숨이 가빠졌다. 잠시 기절할 것 같았다. 그녀의 두 손, 이마에 있던 왼손과 발목에 있던 오른손이 그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두 손은 천천히 움직여 가운데서 만나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구나, 떠나거라, 목자는 그렇게 말했다. 누가 알랴, 그것이 예수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뜻일지.
--- pp.339-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