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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혼

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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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69g | 145*214*30mm
ISBN13 9788991413474
ISBN10 899141347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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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느낀다. 몸의 느낌 속에서 그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안다. 그 앎에는 한 점의 모호함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 “시간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순간 나는 시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된다. 시간은 그것의 정체성을 따져 물을 때 그 존재를 감추며 돌연 불가사의해진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수십억의 수십억 년이 이 우주 어딘가에, 절대 죽지 않는 그 무엇, 즉 내 생물학적 진화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새벽 여명 같이 존재한다는 상상을 하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시간의 역설에 빠져들수록 나는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더 알게 된다. 우리의 안과 밖에 있는 시간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것은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 나는 시간의 흐름을 마치 원소를 체험하는 듯한 실험을 하기로 했다. 수맥을 찾는 풍수쟁이처럼 그 흐름을 느껴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뜨락으로 나가 한순간에 최대한 집중을 하여 매 초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려 했다. 나는 이 흐름을 어떻게 감지해야 하는지 몰랐다(심지어 무엇을 느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의 어떤 부분이라도 그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강렬한 의지로 집중했다.

1823년 완성되어 마드리드의 프라도 박물관에 걸려 있는 고야의 유명한 그림이 있다. 제목이 ‘아들을 잡아먹는 새턴인 이 작품은 마드리드에 있었던 고야의 자택 실내를 장식했던 ‘검은 그림들’ 중 하나다. 그림은 사실에 충실하며 섬뜩하다. 악몽 같은 검은색 배경 위에 시간의 아버지가 알몸으로 눈을 부라린 채 어린 아들을 잡아먹고 있다. 힘센 두 손에는 유혈이 낭자한 머리 없는 아기 시체가 들려 있고 이빨은 팔을 물어뜯고 있다. 고야가 이 섬칫한 그림을 걸어둔 곳은 역설적이게도 식당이었다고 한다.

아침, 5월의 둘째 월요일에 일어나 보니 날은 화창하고 고요했다. 땅이 젖어 있고 뒷마당에 떨어져 널부러진 가지들을 제외하면 지난 밤 그렇게 난폭한 폭풍이 불었다는 것을 전혀 짐작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뒤뜰의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주 내내 수선화와 튤립의 영광이 시들어가는 중에 철쭉은 작은 삽 같은 꽃봉오리를 사원의 뾰족 첨탑처럼 꼭 닫아건 채 망설이고만 있었다. 정오가 되자 꽃송이 하나에서 시작해 꽃잎이 하나하나 피어나면서 작은 진홍빛 꽃떨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철쭉 옆 풀밭에 앉아 좀 특별한 마음 상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마음의 결이 가다듬어지면서 차분해졌다. 나는 몸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몇 년 전에 배운 명상에 대해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얼마나 고요했는지 인근 꽃 주위를 뱅뱅 도는 벌레의 잉잉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서 움직이는 거리를 기준으로 볼 때 8월의 길이는 약 8,000만 킬로미터가 된다. 즉 내가 3월에 올빼미를 본 이후 지구는 32억 킬로미터를 회전한 것이다. 시간이 공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거리에 대한 느낌이 별로 없고, 다만 8월에 빛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며, 8월 말이면 그 알 수 없는 투명함에 약간의 세기말적 향수를 느낀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8월은 무적의 여름이고, 이미 수개월을 군림해온 여름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마치 언제나 그랬냐는 듯 끝없는 하계의 풍경 속으로 정착한다. 들판과 숲을 가로지르는 길들은 보송보송 단단하고, 옥수수에는 수염이 자라고, 집집마다 뒤뜰의 수영장 속에는 카리브해의 한 조각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이제 우리는 여름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일정속도로 미래로 향해가는, 정체성의 타임머신이 아니던가? 과학자들이 ‘1초당 1초의 속도로’라고 말하듯 우리는 시간의 속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 기억에서는 과거로도 여행한다. 깊은 잠은, 비록 미래로의 짧은 여행에 효과적이지만,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만약 사람들을 생명활동의 일시정지 상태에 놓을 수 있다면 수면이 가져오는 시간수축 효과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정식 시간 여행이라 부를 순 없겠지만 100년 동안 일시정지 상태에 있다가 살아난 사람의 경우도 시간 여행에 해당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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