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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요새의 아이들

작은 요새의 아이들

Sallim Young Adult Novels-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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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400g | 150*210*20mm
ISBN13 9788952213259
ISBN10 89522132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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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기를 들이켰다. 우드 숲에 어울리지 않는 냄새가 났다. 휘발유 냄새와 폭죽 냄새가 뒤섞인 것 같았다. 가이포크스데이(11 월 5일. 1605년 가이 포크스가 화약으로 의회를 폭파하려다 실패한 사 건을 기념해서 폭죽을 터뜨리며 논다 -옮긴이)는 아직 며칠 남았는데 이상했다. 아이들이 장난을 친 게 분명했다. 냄새는 점점 강해졌다. 아주 많은 휘발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나뭇가지 위에서 무언가 햇빛을 가로막고 있었다. 새로 들어선 건물? 비밀 군사 기지? 새로 설치한 대공포? 무언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색이 검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채스는 그 물체의 꼭대기에 박힌, 흰 테가 둘린 검은색 나치 문양을 똑똑히 보았다. 앞으로 달려가 봐야 할지 돌아서서 달아나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여 보았다. 들리는 건 파리들이 붕붕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개똥 위로 모여드는 파리를 쫓으려고 할 때처럼 요란한 소리였다. 여름 이 지난 게 언젠데 파리가 이렇게 꼬이는 걸까?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물체는 높이가 집채만 했고, 서로 직각을 이루는 네 개의 부분으로 갈라져 있었다.
빈터로 뛰어들어 보니, 그것은 비행기 꼬리였다. 세탁소에 추락 한 독일 폭격기. 기체 대부분이 세탁소에 떨어진 건 맞았다. 하지 만 꼬리는 공중에서 잘려 단풍나무 열매처럼 빙글빙글 돌며 따로 떨어졌다. 책에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역시 책에서 읽은 것으로 보면, 이 비행기는 하인켈 He 111이었다.
채스는 갑자기 자부심이 차올랐다. 이걸 신고하면 아홉 시 뉴스
에 나올 것이다. 뉴스 진행자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11월 1일 밤 가머스에 떨어진 정체불명의 폭격기는 하인켈 He 111기의 신형 비밀 기종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폭격기를 발견한 찰스 맥길은 가머스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머스 고등학교 3학년 A반 학생입니다(영국의 고등학교는 대개 13세에서 16세 또는 18세까지 다닌다. 그러므로 3학년은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과 비슷한 학년이다. 채스는 찰스의 애칭이다 -옮긴이) 이 소년의 예리한 눈이 없었다면, 우리는 적 들이 전격전에 사용하는 몇 가지 필수 비밀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채스는 한숨을 쉬었다. 만약 신고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쓰레기처럼 치울 것이다. 전에 반짝이는 새 소이탄 장착대를 지도원 초소 에 가지고 갔을 때 그랬다. 그들은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뉴스에 나가는 걸 포기했다. 그것은 완전히 정상적인 하인 켈 He 111기였다. HX-L이라는 등록 문자가 새겨지고, 전형적 상 부 총좌에 기관총 한 대가 있는…….
채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관총은 아직도 검게 반짝이며 총좌에 붙어 있었다. --- pp.17-19

“새빌 스트리트는 열리겠죠.” 채스가 말했다. 새빌 스트리트는 시 내에서 가장 중요한 길이다. 장난감 가게가 세 개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빌 스트리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건 벽돌 더미뿐 이었다. 상점들도 벽돌 더미가 되고, 도로도 벽돌 더미가 되었다. 길 앞쪽에 ‘대량 구조 ’라고 쓰여진 녹색 트럭이 있었다. R자가 박힌 흰색 양철 모자를 쓴 지저분한 남자가 머그잔을 들고 트럭 짐칸 끝에 앉아 있었다. 머그잔은 반짝이는 흰색이었지만 검은 지문 이 가득 찍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지 형님.”
채스의 아버지가 익숙한 말투로 인사 했다. 어이쿠, 그 사람은 사촌 형 고든의 아버지인 조지 삼촌이었다. 얼굴이 너무 까매서 석탄 광부 같았다. 삼촌이 얼굴을 찡그리자 완벽한 틀니가 보였다.
“기가 막힌 일이야.” 그가 말했다. “지난번 참호들에서 볼 것 못 볼 것을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같은 건 또 처음이야. 저 밑에 아이들 시신이 있어. 저걸 다 꺼내려면 사흘은 걸릴 거야.”
“얼마나 죽었죠?”
“지금까지는 스물일곱이고, 세 명이 살아 나왔어. 벽돌을 하나하나 맨손으로 치웠네. 건물이 무너져서 우리가 깔릴지도 모르니까.” 그는 그 맨손으로 기름종이 봉투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식구들은 괜찮습니까?”
“응, 로지는 친정에 갔고 고든은 몽크시턴에 있는 여자 친구 집에 갔어.”
“헨리 스트리트 관련 소식은 있나요?”
“거기도 심하게 당했어. 아들하고 같이 가고 있구먼?” 그는 채스를 바라보았다. “조심하게!”
그는 샌드위치를 다 먹고 손가락을 핥았다. “러드야드 스트리트 가 방금 전에 열렸어.”
러드야드 스트리트는 채스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풍경보다 특별 히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지붕이 날아가고 천장이 내려앉고 유리창이 깨진 정도였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정상 영업’이라는 한심한 표지판이 달려 있었다.「가머스 이브닝 가제트」 신문의 사진 기자가 바쁘게 왔다 갔다 했다. --- pp.83-85

채스의 심장은 사람의 손이 닿은 거미처럼 바짝 오그라들었다. 이건 현실이 아냐. 악몽이야. 죽은 독일 공군 사수가 총과 헬멧과 기타 등등을 가지러 돌아온 거야! 할아버지의 꿈에 오스트리아 병사가 와서 모자 배지를 달라고 하는 것하고 똑같아! 채스는 기관총을 움켜잡았다. 죽은 공군 사수라도 그의 보물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독일군은 손을 번쩍 들었다.
“독일군이야, 얼른 총을 빼앗아.”
그동안 무수히 본 전쟁 영화의 대사가 그의 입술에서 튀어나왔다.
클로거도 영화 속 인물처럼 반응했다. 독일군 등 뒤로 돌아가서 무기를 찾아 허리춤을 더듬은 것이다. 그는 권총집에서 루거 권총을 꺼내서 방공호 벽까지 뒷걸음질을 쳤다.
“둠코프[멍청이]!”
루디가 혼잣말로 내뱉었다. 전쟁놀이하는 아이들이잖아. 하지만 기관총은 진짜였다. 자신이 직접 쓰던 종류였다. 촛불 빛에 익숙해지면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래주머니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아이들은 단순한 아이들인가, 아니면 군인인가? 총통의 말대로, 됭케르크 전투 후에 영국 군대는 병력이 달리게 되었을까? 영국 전체가 자신의 땅에 들어온 독일군을 학살할 준비를 갖춘 거대한 병영인가? 처칠이 말한, 적이 상륙하는 즉시 해변에서 맞서 싸울 무시무시한 영국인이 바로 이들인가?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를 노려보았다. 마침내 루디가 말했다.
“손 내려? 팔 아파.”
“헨데 호흐[손 들어]!”
클로거가 루거 권총 꼭대기의 둥근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소리 쳤다. 그것 또한 영화에서 본 것이었다. 침착하자, 루디는 생각했다. 차분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머리가 날아갈 거야. 그는 느리고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앉고 싶어? 피곤해.”
“앉혀, 클로거. 그 편이 더 안전해.”
클로거가 고개를 끄덕이고 총신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가리켰다. 루디는 아주 천천히 앉아서 두 팔을 뒷목에 댔다. 그리고 눈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 아이들은 누구지? 영국판 ‘히틀러 청소년단’인가? 또 다른 아이 한 명이 검은색의 길쭉한 공기총을 그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는 기관총을 힐끔 보았다. 튼튼한 받침대에 세워져 있었지만 분해되어 있었다. 쏠 수 없는 상태였다. 자신의 착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자신의 ‘페어담트[망할]’ 권총을 빼앗아서 공이치기를 당긴 채 자신을 포로로 잡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조심스럽게 권총을 돌려 잡았다. 아, 루디, 루디, 그는 천장으로 눈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어머니가 지금 이 모습을 보신다면……! 아이들 은 이제 곧 군인을 데려올 테고 군인은 자신을 안전한 포로 수용소로 데리고 갈 것이다.
--- pp.17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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